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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의 나무들을...

 

창덕궁을 방문해서 풍경을 필카로 찍어 보았다.

꽃과 나무와 어우러진 건축물과 길을 찍었다.

 

제작된 지 40여 년 쯤 된 것으로 추정되는 Zeiss Ikon의 Contaflex S이다.

아버지 장롱 속에 살던 녀석인데 노출계가 고장났다.

그래서 D200으로 노출을 재서 그 값으로 촬영하느라 고생 좀 했다.

그리고 노출이 잘 맞지 않은 사진들도 많이 찍었다.

대체로 노출 오버.

 

오랜만에 필카로 사진을 찍는 재미도 쏠쏠했다.

필름 한 컷 아끼려고 이리 재고 저리 잰 후에 셔터를 누르는 촬영.

이 카메라는 50mm 단렌즈인데 다른 50mm보다 화각이 좁게 느껴진다.

D200 뷰파인더에 맞춰진 시각을 낯선 카메라에 맞추는 것도 재밌었다.

 

 

이번에 소개할 사진은 창덕궁의 나무들.

버드나무처럼 가지를 늘어뜨린 벚나무와 껍데기 벗겨진 어떤 나무를 소개한다.

두 사진을 나란히 볼 수 있다면 아마도 붉은 색과 푸른 색의 대비도 두드러질 것이다.

 

 

 

 

 

 

벚꽃 축제

 

지난 금요일에 여의도에 갔다가 계획하지 않은, 여의도 벚꽃 축제 방문을 했다.

정신 사나운 곳이었다.

사람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형형색색의 조명을 벚꽃에 비추니 '가관'이다.

또렷이 보지 않는 게 더 낫겠다 싶어 아래 사진을 찍었다.

 

 

그냥 30초 동안 사진기를 들고 있었다.

 

 

총선결과평

 

심상정, 노회찬 다 떨어졌다. 심상정은 교육특구 사기공약과 문소리, 이범을 앞세워서 선전했다. 노회찬은 '쌈박한 상품' 없이 부자와의 대결 구호로 끝까지 가다가 꺾였다. 이 둘은 투표율 저조로 낙선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어쩌기 쉽지는 않지만 투표율 저조도 한편으로는 정치활동의 결과이긴 하다. 그래도 노원은 서울에서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긴 했다.

 

권영길과 강기갑이 당선되었다. 권영길은 약한 상대를 만나서 당선된 건지 아니면 다른 게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유권자들이 민주노동당의 대선패배의 주요 책임자 중 하나인 권영길을 심판할 리가 없다. 강기갑은 이명박이 살렸다. 하지만 강기갑이 친박연대의 지지로 유권자들의 지지까지 얻을 수 있었던 건 4년의 의정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 덕이 크다.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 후보들의 득표율은 2004년 총선과는 다른 양상이다.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들은 특별한 몇 개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비슷한 득표율을 얻었다. 2008년 총선에서는 지역적 특색을 바탕으로 '활동한 만큼' 얻었다. 이건 진보정당의 후보들도 이제는 확실히 '정치인'으로 등록된 것이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지역구 대결에서는 대부분 진보신당이 이겼다. 진보신당의 수도권 스타 둘이 당선되었다면 민주노동당의 경남 스타 둘의 당선보다 파괴력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남는 건 결과이니 진보신당이 지역구에서는 민주노동당에게 패배했다.

 

진보신당은 정당득표에서 2.94%로 민주노동당의 절반 정도를 얻었다. 속 뒤집어질 득표율이다. 진보신당은 서울에서만 민주노동당보다 많은 정당득표를 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정당득표의 격차는 크다. 결과는 진보신당 0석, 민주노동당은 3석이다. 정당비례선거에서도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에 패했다.

 

진보정당은 서울과 경기 일부에서만 민주노동당보다 '강세'이다. 아주 약간.

 

 

2004년에는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었지만 2008년에는 5석이다. 여기서 분화한 진보신당은 0석이다. '진보의 퇴조'는 명백한 결과이다.

 

 

민주노동당은 강기갑이라는 진정 새로운 스타를 배출했지만 앞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장하지 못한다고 해서 망해 가지도 않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제 이익단체인 민주노총과 전농 등의 국회 대변자로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자기들만의 이해관계로 뭉친 전국 조직인 민주노총과 전농 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퇴조는 있을 수 없다. NL과 국민파가 결별한다면 모를까.

 

어쨌든 17대 국회 시절 민주노동당 내에서 있었던, 전체 인민의 이해와 이익단체들의 이해 사이에서 벌어진 긴장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거대한 보수연대에 대항하기 위해 민주당과 창조한국당과의 공조에 힘을 쏟을 것이다.

 

 

진보신당은 5석으로 텃세부리는 민주노동당에게서 끝없는 탄압을 받을 것이다. 중앙정치에서 각 정당과 언론에게서 무시당하는 게 다반사인 데다가, 지역과 노동현장에서 민주노동당의 직접적 방해 공작, 음해에 시달릴 것이다. 이건 '반역자들'에게 가해지는 형벌이다.

 

소위 시민사회 진영도 민주노동당을 활용해야 하는 입장에서 진보신당과의 관계 트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절대 보수의 귀환' 시대에 '통큰 단결'은 무엇보다 중시될 것이다.

 

 

진보신당은 '얼어죽는 것'이 무엇인지 점차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얼어죽지 않는 방법까지 깨우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진보신당은 '새로운 진보의 가치'를 외쳤지만 내세운 건 없다. 사실,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겠다는 약속으로 이번 총선을 치를 수 없었던 사정이 있다. 2개월만에 창당과 총선을 모두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알리바이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의 미래는 어둡다.

 

심상정과 노회찬만이 부각된 선거였고 그들의 주장, 그들의 선거 전술 중에는 '새로운 진보의 가치'이어야 할 것들과는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은 추구해야 할 정치철학과 현실정치의 긴장을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심상정과 노회찬이라는 스타 중심의 권력 구조가 한층 더 발전의 장애로 작용할 것이다.

 

 

언감

 

아래는 녹고 있는 언감이다.

 

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요즘 정치판은 "감히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있을까?" 싶은 일들이 잦다.

 

 

 

@ NIKON D200 | Nikkor 28mm F2.8D | Topaz Extension Tube 21mm | ISO 100

 

 

게으름의 결과

 

 

 

산수유꽃이다.

 

이 사진은 28mm/f2.8 렌즈에 접사튜브를 하나 꼽고선 아주 가까이서 찍은 사진이다.

접사는 가까이서 찍기 때문에 심도가 낮다.

그러니까 초점이 맞는 거리 외에는 확 날라가 버린다.

그래서 접사를 찍을 때는 조리개를 조이기 마련이라 삼각대에 올려 놓고 노출 시간을 길게 줄 필요가 있다.

아니면 플래시를 이용하든가.

 

귀차니스트 말걸기는 이 모든 게 귀찮아서 ISO를 높이고 조리개도 적당히 개방해서 산수유를 찍었다.

당연히 노이즈가 생겨서 화질도 떨어지고 초점이 맞는 부위도 많지 않다.

 

왜 이리 귀찮은지.

게을러 터졌다.

 

 

TSR

 

TSR = 시베리아횡단철도.

TSR을 달리는 열차 위에서 한 컷.

 

 

@ 오래 전 여름. 시베리아는 넓고 푸르렀다.

 

 

오늘은 아주 기분이 '썅'이구나. 이런 날 어디 가서 신나게 달려야 하는데.

 

심상정 홈페이지(http://www.minsim.or.kr/)에 가서 정책/공약 중 "<공약1> 덕양의 교육혁신"을 한 번 보시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교육철학과 정책의 앞뒤 맥락을 다 빠뜨리고 이렇게 말하면, 이게 '진보'가 할 소리가 되냐? 심상정이 진보가 아니란 건 잘 알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자기를 드러냈군.

 

 

만끽하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파란꼬리.

잔디밭에서 봄의 기운을 만끽하다.

 

올림픽공원에는 넓은 잔디밭이 있다.

그곳에 들어간 파란꼬리는 흐느적흐느적 걸어가더니 철푸덕 눕는다.

말걸기는 이왕 눕는 거 저쯤에서 누우라고 하고선 산진 한 방.

 

 

행인

 

인사동의 한 갤러리로 오르는 계단에서 행인들을 보았다.

모퉁이를 아주 빠르게 돌아가는 행인들.

 

 

 

 

 

사진을 찍고 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사진이다.

그리고 건물 안쪽 어두운 벽이 왜 이리 녹색이냐.

 

 

탐욕스런 울타리

 

파란꼬리의 친구가 지난 일요일 정읍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3월 8일은 파란꼬리와 말걸기의 결혼기념일인데 뭐든 신나는 일을 꾸미고자 했던 우리는, 결혼식 당일 새벽부터 헐레벌떡 수선 떨지 말고 전날 내려가서 여행 기분 좀 내고자 했다.

 

결혼식 전날 저녁 정읍으로 내려간 파란꼬리와 말걸기는 맛없는 정읍 음식을 먹으며 결혼할 친구와 친구의 친구들, 그리고 그들의 짝꿍들과 잠시 놀고선 자정을 넘기기 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은 둘의 여행 중 신혼 여행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일하게 아침 일찍 일어난 날이었다. 파란꼬리와 말걸기는 시장통에서 국밥 하나씩 먹었음에도 오후 1시까지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가을 단풍으로 으뜸이라는 내장산에 다녀왔다.

 

애초에는 산에 갈 계획은 없었기 때문에 맛만 살짝 볼 요량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 정장 차림에 구두 신은 사람들을 가끔 산에서 볼 수 있는데, 이제는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그런 '정신나간' 차림으로 산에 왔구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쨌든 서비스 정신 밑바닥인 내장산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가 근처에 있다는 능선으로 오르고 있었다.

 

 

산비탈의 나무들은 아직 봄의 기운이 없었음에도 매력적이었다. 눈에 보기에도 생김새가 참으로 여럿인 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었다. 나뭇가지 모양도 가지가지였다. 빛깔이 탁한 이 계절에도 저리 풍성한 느낌을 주니, 가을 단풍은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만 해도 기대가 되었다.

 

케이블카에 오르다 눈에 확연이 띄는 곳이 있었다. 케이블카가 오르는 능선과 마주선 서래봉 아래 비탈이었다. 푸른 나무숲을 뒤로하고 하얗게 모습을 드러낸 곳이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전망대로 가 보았다. 서래봉 아래 양지바른 비탈에 웅크리고 있는 건 벽련암이었다. 내장산 내장사의 사내암자 중 하나인 벽련암은 660년 백제 의자왕 20년 환해선사가 창건하였단다. 1539년 조선 중종 때 폐찰령에 의해 소실되었다가 1925년 중창하였으나 한국전쟁 때 또 소실되었단다. 현재의 전각은 1986년 문화재 관람료로 중창되었고 현재는 설법전이 복원 중이란다.

 

안타까운 역사를 지닌 이 암자는 20세기 후반 건축물이다. 이 20세기 현대 건축물의 특징은 정말 20세기다운 모양새이다. 전망대에서 병풍처럼 장막을 두른 서래봉 능선을 바라보면 눈을 자극하는 곳이 보인다.

 

 

하얀 담장과 도로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비탈 한 가운데를 차지한 벽련암에서는 자연에 대한 겸손을 볼 수 없었다. 인간의 문명이란 게 다 그래 보일 수는 있지만 숲과 함께 공존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느낄 수 없었다. 숲을 파헤치고 들어와서는 '여기는 내 땅이다'라고 외치는 듯하다. 왠지 구멍이 뻥 뚫린 흉터처럼 보였다.

 

 

사찰들은 한반도의 산과 함께 살아왔다. 전쟁과 박해로 사라진 건 안타깝다고 할 수 있지만 존재했다는 기록만으로 없어진 그 터에 죄다 현대적 이념의 사찰 건물들을 짓는 게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적절한가 싶다. 저 울타리를 그을 때 얼마나 많은 미물들이 부처를 원망했을까.

 

지난 대선 때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가 후보초청 토론회를 열었다. 파행이었다지만 그들이 참석을 요구한 후보들에게 보낸 토론 질의 중에 이런 문구가 있다. "불교계가 실질적으로 문화유산을 보호하려는 노력에 비해 정부예산의 지원 폭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전국 산지에 분포한 폐사지 역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복원과 보존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벽련암이든 어디든 내장산 내 사찰 근처에도 가지 않은 파란꼬리와 말걸기는 2,000원씩 내고 국립공원에 입장했다!)

 

2002년 대선 때 조계종은 각 정당에 질의를 빙자하여 이런 요구를 하였다. 익산 미륵사와 경주 황룡사를 지어달라는 요구였다. 10여 년 전에 익산 미륵사터에 가 본 적이 있는데 그 터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주춧돌만 보더라도 그곳은 사찰이라기보다는 궁궐이었다. 그 거대한 사찰을 국민 세금으로 지어주면 자기네들이 영업해서 돈 벌겠다는 속셈을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낸 요구였다.

 

그 당시에 별로 재미를 못 보았는지 5년이 지난 2007년 대선에서는 뭉뚱그려 '폐사지 복원'을 요구했다.  아니 전국 2곳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곳의 복원을 요구하니 탐욕이 더 커진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문화유산을 복원한다는 건 주춧돌만 있는 곳에 21세기 건물 올리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 오랜 역사의 사건들의 결과로 현재의 모양이 되었다면 그 모양이 유지될 때만 역사적인 것이다. 복원은 더 이상의 인위적 훼손을 막음으로써 역사성을 드러내고, 그래서 결국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불교계는 지난 대선 후보초청토론회에서 '환경-생태 분야' 질의라고는 아래 하나 달랑 물었다.

 

"이미 우리는 세계문화유산인 불국사석굴암,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전 및 종묘와 세계기록유산인 승정원일기, 팔만대장경판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야산, 지리산, 경주권역은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환경적 가치가 우수한 복합유산이기도 한데요, 후보께서 생각하시는 복합유산의 보존방법, 어떤 것이 있을까요? 또 각 후보 진영에서 제시한 공약 중에 불교환경과 관련된 정책이나 입장이 있는지도 아울러 말씀 해주십시오."

 

자기들 이익만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말이 나올까. 이해관계가 비슷한 자들끼리 모여서 이익단체를 구성하고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건 나쁜 게 아니다. 돈 버는 자들이 세금도 안 내면서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해서 국가 돈 내놓으라는 것도 가증스럽고 생명 존중을 교리로 삼는 이들이 숲의 파괴에 앞장선다는 게 한심하다.

 

산과 숲과 들에 오랜 동안 터를 이어왔다고 해서, 오래 전에 스승의 스승의 스승이 터를 잡았었던 적이 있었다고 해서 산과 숲과 들이 자기네들인 것 마냥 탐욕스런 울타리를 치고자 하는 불교계가 이명박의 대운하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평소에도 '빽' 좋은 기독교에 밀린다는 의식까지 있는 마당에 이명박이 오만불손하게 하나님을 들먹이니 더 재수 없어서 그런 건지, 산 속에 울타리 친 자기네들 '사유지'가 훼손될까 걱정하는 건지 모르겠다.

 

 

탐욕스런 울타리 만큼이나 케이블카도 인간의 이기심의 결과이니, 아이러니한 내장산행이었다.

 

 

찾아 헤매다.

 

파란꼬리랑 관광버스를 타고 이곳 저곳을 별  생각 없이 휩쓸려 다니고 있었다. 이번 행선지는 온천이었다. 아주 유명한 온천탕인 모양인데 버스가 서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저 위쪽으로 쭈욱 걸어가면 된단다. 여러 대의 관광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한곳을 향해 파도 밀리듯이 걸어가고 있었다. 파란꼬리와 말걸기도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온천탕이라니 큰짐은 버스에 두고 목욕 후 건조해진 피부에 바를 크림 따위를 작은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버스에서 내려 저만치 걸어가는데 주머니가 가벼운 걸 느꼈다. 비어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챙겨 둔 것 중 하나가 버스 앞에 떨어져 있었다. 말걸기는 나머지도 찾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승객 중 몇은 내리지 않고 앉아 있었는데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어 보였다.

 

그 순간 버스가 출발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내린 곳에는 주차를 할 수 없어 다른 자리로 버스를 옮긴단다. 말걸기는 창밖에 서 있는 파란꼬리한테 먼저 올라가면 쫓아가겠다고 했다.

 

의아하게도 버스는 온천탕 쪽으로 올라가 그 근처에 주차했다. 여기서 내려주면 될 걸 왜 그러나 몰라. 어쨌든 아래에서 내리지 않고 있던 몇몇 승객들이 내리면서, 유명하다는 그 온천탕에 갈 필요 없다며 더 좋은 온천탕이 있으니 말걸기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말걸기는 파란꼬리와 함께 가야 하니 먼저 가라고 했다.

 

말걸기는 버스에서 내려 유명한 온천탕으로 올라오는 사람들 사이에서 파란꼬리를 찾기 시작했다. 이 온천탕이 얼마나 효험이 있길래 탕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까. 방문객들이 엉키지 않게 질서유지를 위해 직원들까지 나와 줄을 세우고 있었다. 그 사람들을 훑으며 파란꼬리를 찾아 헤메었다. 저 멀리 줄을 선 사람이 파란꼬리일까?

 

 

아침에 일어나서 파란꼬리한테 온천탕 앞에서 찾아 헤매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파란꼬리는 '당연하지!' 한다. 파란꼬리는 말걸기가 찾아 헤매는 동안 연애를 했단다. 어떤 근사한 남정내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척 분위기 좋았단다. 낭만적인 시간을... 그냥 사람들 따라 유명한 집보다 더 좋다는 온천탕에나 쫓아갈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