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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일단

몇 년 동안 미디어교육을 진행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기자재 문제였다.

아무래도 장비들이 고가이다 보니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고

강의가 끝난 후 카메라를 반납해야했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건

딱 그 시간에 찍을 수 있는 것만큼이기도 했다.

 

동네의 공부방에 다니는 초등학교 아이들, 그리고 특수학교 청소년들과 함께

교육을 준비하면서 나는 중고 카메라를 사모으기 시작했다.

표현 중심이기 때문에 많은 기능이 없어도 되고 그저 잘 찍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가격대는 5만원 이하.

매일같이 중고나라나 엄마들 사이트에서 대기하면서 참 많은 카메라를 구했다.

윗줄 왼쪽에서 세번째 카메라는 모리가 기증해주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꾸뻑~~)

 



아홉명의 아이들이 함께 했고 표현의 반경이 넓어진 덕분에

아이들은 우리 공부방, 우리 집, 우리 학교에 대한 영상물을 만들었다.

워밍업이 목적이기 때문에 나흘 안에 끝낼 수 있는 소재로 제한되었던 탓이기도 하다.

여세를 몰아 꾸준히 정기적인 교육을 진행한다면 참 좋을텐데

어쨌든 나흘동안 끝났다.

기획에서 편집까지 아이들이 다 해낸 경우는 처음이었던 것같다.

그건 능력이 아니라 역시나 기가재 문제이다.

편집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1인 1대 시스템이 안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미디액트에서 편집컴을 두대 빌려서

총 네 대의 편집컴이 있어서 각자 편집까지 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들은 아래를 클릭하면 나온다. ^^

 

 

 

카메라를 집에 가지고 갈 수 있어서 표현반경이 넓어진 반면

카메라가 몇 대 고장이 났다.

처음에 아이들이 카메라 고장났다고 가져왔을 때는

'음...중고가 이런 문제가 있군'이라고 살짝 후회하였으나

어제 삼성, 올림푸스, 니콘 대리점을 돌면서 맡겨본 결과

(브랜드도 어쩌면 이렇게 골고루일까나....)

모든 카메라의 고장 원인은 외부충격이었다.

삼성AS직원이 내게 "떨어뜨리셨죠?"라고 묻길래 그런가보다...했다.

 

약간 섭섭했던 건 누구도 내게 떨어뜨렸다는 말을 안해줬다는 거다.

이틀째 되는 날 카메라를 나눠줬고 세번째날 아침에 몇 명이 와서

어떤 애는 "선생님, 카메라가 고장났어요"라고 말했고

또 어떤 애는 "배터리가 없어요"라고 말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다시 살펴보니 한 카메라는 렌즈 부분이 찌그러져있었고

또 한 카메라는 버튼이 덜렁거렸다.

결국 문제는 중고라서가 아니라 외부충격이었다.

 

삼성 카메라는 고치는 데 23,000원이 들었는데

니콘 카메라는 담당 직원 말로는 최저가 몇만원, 렌즈까지 갈면 더 올라간다고 한다.

후회 및 다짐.

1. 카메라를 건네줄 때 상태를 같이 확인한다.

2. 카메라 조심조심 다루라고 주의를 준다.

2. 카메라를 받을 때 상태를 다시 확인한다.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마음껏 실컷 찍어라라고 말을 하는 거랑

기계는 조심해서 다뤄야한다라는 두 주장은 서로 배치되는 것이 아닌데

그동안 어른들하고만 만나서인지 너무 믿었나보다.

어쨌든 다음주부터는 특수학교 교육이 시작이다.

 

공원에 촬영 갔다가 학생 한 명이 연못에 카메라를 던진 일을 겪은 이후로

교육용 카메라를 따로이 구입하지 않으면 엄청 속 쓰릴 것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

 

이번에 우리 반 아이중에 딱 한명이 공부방 아이가 아니라 그냥 신청한 아이였는데

신기하게도 그 애는 극영화 삘 나는 영상물을 기획했다.

'의자경주' 였는데 참 열심히 했다.

콘티를 열심히 짜고 처음 보는 반 아이들 중 두 명을 섭외했다.

섭외의 과정이 재미있었는데 나를 그 애 옆에 데려가서는

"선생님, 저 애를 출연시키고 싶은데 어떻게 하죠?" 그렇게 말해서

"그럼 니가 가서 저 애한테 말을 해야지"라고 했더니

그애가 우리 소리를 듣고는 다가와서 "무슨 일이예요?" 하고 물었고

아무튼 그런 식으로 섭외에 성공했다.

 

소리를 구하지못해서 편집을 다 못한 그 애는

편집구성안을 꼼꼼히 짜주면서

편집해서 올리면 꼭 알려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제대로 편집이 안되었다.

그쪽 담당 선생님이 편집구성안을 보지 못한 채로 편집을 해서

소리랑 동작이 잘 안맞다.

다시 제대로 편집을 해서 올려야겠다.

 

그런데 '칼 부딪치는 소리'를 어디에서 구한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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