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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맥

1.

이제 다시 작업모드로 돌아가기 위해서 윈도우를 끊고 맥만 쓰기로 했다.

너무 오랜만에 작업을 해서 마지막 작업 파일을 찾지 못해서 날린 게 아닐까 걱정하다

어렵사리 찾아 확인해보니 업데이트 날짜가 1월말이다.

발령 소식을 듣고 강화냐 서울이냐 망설이다가 강화와 집을 왔다갔다 하면서

집이며 어린이집들을 알아보러 다니느라 작업을 잠정 중단한 게 그토록 오래 전 일인 것이다.

 

그리고 이사와 동시에 다큐멘터리 <강> 기획서 준비에 들어갔고

얼떨결에 면접과 피칭에 참여하느라 또 두 달. 다시 작업대에 앉으니 벌써 5월이다.

카메라를 마련하지 못해서 낙동강 담당 감독은 소형 캠코더를 갖고 갔다. 이건 경우가 아닌 듯.

마지막으로 부산이 남았는데.... 두 번이나 미끌어지고 나니 갈수록 자신감이 없어진다.

꿈을 꾸자. 좋은 꿈을....꿈이 우리들을 카메라로 데려다 줄 것이야..

 

작업에 몰두하는 일이 쉽지 않다.

만약 본작업 피칭에서 미끄러졌으면 후폭풍이 더 오래 갔을 것이다.

그래도 9월의 DMZ영화제와 10월의 부산영화제,

두 편 모두에 작품을 내야 하는 Moon보다는 내가 낫다.

타인의 불행이 나의 위로가 되다니..쯧쯧.

 

전주에 내려가는 차 안에서 하돌과 앵두, 두 아이 다 토했다.

특히 앵두는 한 번의 토로 자신과, 엄마인 나, 그리고 오빠인 하돌의 옷까지 적시는 묘기를 보였고

여벌옷은 하루 늦게 출발하는 남편이 가져오기로 한 탓에 옷이 없었다.

그래서 그 밤에 옷가게를 찾아 전주거리를 헤맸다.

사건전문감독 ㅎㅊ감독님이 동행해주셔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렵사리 가게를 발견하고 또 옷 고르는 안목이 남다르신 아이들의 바람에 맞게 옷을 고르고...

계산대에 섰더니 옷값이 21만 6천원이 넘었다. 한 벌당 7만원 정도.

깜짝 놀랐으나 이미 옷을 갈아입고 선 아이들에게 다시 벗으라고 할 수도 없었고

토 냄새 나는 옷을 다시 입는 것도 곤란해서 3개월 무이자 할부로 계산하고 나왔다.

ㅎㅊ감독님은 아이들에게 "너네 엄마 내일 피칭 잘해야 겠다...."며 걱정스런 위로를 건네주었고.

 

요즘 애들이 밥을 잘 먹더니 몸이 쑥쑥 자라서 맞는 옷이 없다.

윗도리는 느티님이 주신 옷들로 해결이 되는데 바지는 크다(다리가 짧은 듯.ㅋㅋ)

그래서 주말은 노는 틈틈히 아이 베이비에서 아이들 옷을 샀다.

내일부터 옷들이 도착할텐데 아이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오늘 점심을 먹고 다시 구성안 작업에 들어가려는 순간

전화가 오더니 어제 옷을 보내기로 한 분이 너무 싼 값에 올린 것같다고 돈을 더 달라고 하셨다.

결국 환불받기로 했다.(그런데 아직까지 환불을 안해주신다. 해주시겠거니..하는데 신경이 쓰인다)

중고거래는 이런 게 문제다. 이런 식으로 신경을 쓰다 보면

안절부절하는 수고만큼을 돈으로 계산해서 새옷을 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다. 얇고 화사한 옷을 입고 신나게 뛰어다닐 아이들이 부럽다.

노치는 안락한 작업환경을 위해 파티션을 사러 갔고

나는 세상과 담을 꽁꽁 쌓은 채 편집에 몰두할 것이다.

이번 가을엔 꼭 내 영화를 가지고 부산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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