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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아이들 / My Sweet Baby

부산영화제 홈페이지가 오픈했네요.

어제 조연출이랑 같이 홈페이지 보는데

제 이름을 보는 순간 갑자기 울컥했어요.

<엄마...>를 2004년에 만들었으니까

6년만의 영화네요.

 

아기가 한명씩 태어날 때마다

막막해하며 돌아갈 날을 생각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기들은 제게 새로운 작업영역을 열어준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일요일 밤을 새우고 강화로 출근해야하는 남편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데 아이들이 너무 보고싶더라구요.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 제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엄마...> 때, 제 영화가 아니라 제 영화의 주인공들을 '병리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표현했던 어떤 평문을 읽은 후에

영화 못 만들어서 내가 욕먹는 건 참을 만 하지만

나의 등장인물들이 그런 식으로 평가되는 건 정말 못견딜 일이었습니다.

이번에 영화 잘 못 만들어서 아이들이 또 그런 식으로 오르내린다면

저는 정말.....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같아요.

 

영화 속 아이들을 돌보느라 현실의 아이들과 떨어져있는 시간들이

힘겹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하지만

하돌이 아침마다 "엄마, 오늘도 늦게 데리러 올거야?" 하고 물을 때

"너네가 주인공인데 영화 잘 만들어야하니까 조금만 기다려줘"라고

얘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미안했지만 이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월요일 밤에 새 편집본을 보여주고 저는 옆에서 잤는데

끝나고 나니 애들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해줍니다.

하늘은 어떤 컷을 지정하며 그런 컷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하돌은 자기 장면이 더 많아져서 좋아하고 앵두는 어떠냐는 물음에 "재밌어"하고 딴 데 가서 놉니다.

 

이번엔 예년보다 작품이 많아서 기금을 받았다 하더라도 틀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서

1년만 더 시간을 주시면 안되겠냐고 하니까 너무 많이 미뤄져서 더이상 미룰 수가 없다고...

가편집본을 내고나서 틀게 되었다고 해서 기뻤지만

저번 주에 확정된 섹션에 대해서 얘기를 듣고 살짝 서운했다가

어제 홈페이지 열리자마자 찾아가서 경쟁작들의 면면을 보니

초청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것같네요.

 

영화는 영화라서

내가 아기를 업고 촬영을 했건, 흘러가는 생각들을 끊고서 퇴근을 해야 하는 아기엄마이건

단지 보여지는 것들만 보는 거라서

어떤 변명이나 해명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어떤 날은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울컥 눈물이 솟기도 하고

꿈에서 구성을 잡다가 깜짝 놀라서 일어나기도 하고

정말 이 시간이 끝나긴 할까 하다가 왜 이렇게 시간이 빠른 건가 놀라기도 하는데

이제 편집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2주정도밖에 안남아있네요.

 

이제 후회나 자책은 그만 하고

이번 영화는 나의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것같아요.

왜 그 때 피칭을 했을까

왜  좀더 일찍 몰두하지 못했을까

왜 남편은 발령을 받은 거야

심지어는 나는 왜 그렇게 아기는 많이 낳았을까라는 생각까지 하는데

그런 생각들은 사실 아무 도움이 안되는 푸념일 뿐이니까. 

 

여전히 오케이가 안난 가편집 중이긴 하지만

이젠 남은 시간동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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