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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싱

나레이션 녹음을 하는데 나레이션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한 번 하고 잠깐 쉬는데 현기증이 났다.

좁은 스튜디오 안에 있다가 나와서 그런가,

허리를 쭉 펴고 책상에 놓인 대본을 보느라 눈을 너무 깔아서 그런가.

한 번 더 녹음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갈라져서 결국 포기.

며칠 후에 다시 하기로 했다.

 

미디액트를 나와 음악감독님 스튜디오를 찾아가는데 정류장을 지나쳐버려 신촌까지 갔다 다시 돌아옴.

갈 때 옆자리에 탔던 남자분이 다시 나와 같은 버스를 타는 신기한 일이 벌어짐..

그 분도 정류장을 지나쳤나보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 버스를 타고 시내를 돈 건 정말 오랜만이다.

음악감독님 스튜디오가 옛날 학원강사 시절에 돌아다녔던 곳이라 10여년 전 생각도 나고.

그 때 아이들은 이제 다 컸겠다. 학원 그만 두고도 몇 번 연락을 주고받긴 했었는데.

음악감독님이 들려주시는 음악을 듣고, 같이 밥을 먹고 나와서 합정역까지 긴 길을 걸었다.

많이 변해있었지만 군데군데 기억을 품고 있는 곳들이 있었다.

스물 넷에서 스물 여섯까지 홍대 앞에서 보냈던 시간.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 때와는 다른 식으로 살고 싶다는 바람은 있지만

그럴 수도 없고 그러면 안되겠지.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테니까.

바닥을 치던 시간.

그 때 그 바닥이 있어서 이후의 힘든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다 놓고서 그냥 도망가고 싶을 때면 이렇게 생각하면 되었다.

'그 때, 그 바닥으로 다시 가고 싶어?'

아니,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아.

 

다시 작업대 앞에 앉아야한다.

월요일 2시 전까지는 수정사항을 반영해주겠다고 했으니까.

모든 것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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