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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았다

사무실에서 송별회가 있었다.

지난 주에 날짜가 잡히고 나서 남편과 시간약속을 하고

가까운 사람을 초대하고 메뉴를 준비하고....그렇게 일주일을 기다렸다.

남편이 강화에서 회를 떠오고 나는 평소보다 일찍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어린이집 앞에서 내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그 어스름 저녁빛이 쓸쓸하기도 하고 밤의 잔치가 기대되기도 하고 그랬는데...

밤이 너무 짧았다.

새벽에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5612가 다니고 있었다.

이별은....어떤 이별이든 정말 익숙하지가 않아서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것같다.

 

작업이 끝나고 나니 뭔가가 몸에서 빠져나간 것같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작업하는 게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이젠 저녁이면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집에 돌아가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인 것만 같다.

오늘은 강화에 간다.

지난 2개월동안 하루라도 더 작업을 하기 위해

남편이 금요일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갔었다.

 

버스를 타고 신촌에 가서 강화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그 일이 엄두가 안난다.

게다가 강화가는 버스 정류장의 위치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153을 타고 내려서 바로 건너면 됐는데

이젠 한참을 걸어야한다. 아이들 투덜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나는 뭐든 리셋이 잘되는 사람인 것같다.

다시 세팅이 필요한 시간.

혼자서 뭐든 해냈던 그 시간을 내 것으로 받아들여야할 때. 

 

일요일 은평씨너스 상영에 하늘 담임선생님, 하돌과 앵두의 어린이집선생님들이

모두 오시기로 했다. 기대되고 걱정된다.

부산에서 왜 <아이들>이 15세입장가냐고 물어보니 다큐멘터리는 집중이 필요해서라는 답을 들었다.

듣고 보니 그렇다. 씩씩이 시사회 할 때 떠드는 아이들 소리 때문에 울고 싶었으니까.

은평상영과 가족영상축제는 아마 모두 전체입장가일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와 같이 입장할 것이다.

아이들이.... 영화를 재미있게 봐줬으면 좋겠지만

<아이들>을 재미있게 보는 아이들은, <아이들>의 주인공인 하늘과 하돌 정도이다.

앵두는 후반부 3분의 1 되는 지점까지 계속해서 묻는다.

"나 언제 나와?" , "나 왜 이렇게 안나와?"

앵두를 비롯한 아이들이 영화를 조용히 봐줬으면 좋겠다.

일요일 상영까지 가장 좋은 상황을 상상하고 또 상상하며 바래야겠다.

 

즐거운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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