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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1.

가족영상축제가 끝났다.

개,폐막식, 관객과의 대화, 씨네토크. 이렇게 네번 송파cgv에 갔다.

다른 건 시간이 6시 30분이었는데 씨네토크는 4시 30분이라 아이들을 데려갈까,

아니면 하늘만 데리고 갔다가 빨리 어린이집으로 돌아올까 고민하다가

하돌, 앵두가 자기들도 가고 싶다고 해서 낮잠에서 덜깬 앵두를 업고 갔다.

하늘, 하돌은 여전히 영화를 재미있게 보지만 앵두는 이제 더는 안보고 돌아다니기에

영화는 같이 안보고 가든파이브 안에 있는 코코몽랜드에서 놀다가 토크시간에 맞춰서 들어갔다.

금요일 상영은 매진이었는데 훨씬 더 큰 상영장에서 진행됐던 씨네토크에는 30~40명 정도만 있었다.

우리가 들어가는 동안 영화만 보고 나가는 관객들이 많았는데 다 우리 엄마 연배의 할머니들이었다.

할머니들이 내 영화를 좋아할리는 없다.

"하이고, 애기 셋 키우면서 힘들다고?" 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남은 관객들과 씨네토크를 진행하는데 모더레이터 분도 둘째 출산을 앞두고 계셨고

맨 앞자리에 앉아계신 분은 11월 7일이 예정일이라 하셨다.

앞자리 관객분은 예전의 나처럼 학원강사였는데 아이를 키워야하는지,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고...

직장이 빡빡하면 빡빡한대로, 학원같은 직장이면 그런 직장대로, 엄마들은 고민이 많다.

출산이 엄마의 사회생활에 마이너스로 작용하지 않길 바라지만 그런 시간이 언제나 올지는 정말 모르겠다.

 

그저께, 폐막식을 마치고 돌아와서 앵두랑 하돌은 곯아떨어진 후

하늘을 안고 잠을 자려는데 하늘이 그랬다. 영화제가 다 끝나서 서운하다고.

매일 잠들기 전에 좋은일, 안좋은 일을 말하는데 하늘이 그랬다.

관객이 많이 없어서 서운했다고.그리고 덧붙이는 말,

"엄마, 내가 맨 뒤에 가봤는데 거기 언니는 엄마 말하는데 안듣고 노트북하더라"

하늘이 등장인물에서 연출영역으로 진출해가고 있는 것같다.

내가 "그 언니는 아마 엄마 말 적고 있는 거였을거야. 취재한다고 그랬었거든"이라고 말해줬는데

사무실에 와서 그 얘기를 했더니 사람들이 "앞으로는 그런 일 더 많을 거니까 마음을 굳게 먹어라"

라고 말해주라고 했다. 음...그랬어야 하나? ^^

 

2.

은평상영때 고마우신 관객분들이 옷을 사주셨다.(세명 중 한 사람은 친한 사람. ^^)

대화 도중에 다섯번째 작품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다섯번째 작업을 할수 있을지, 정말 하고 싶지만 강화로 이사를 가고 또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면

내가 포기할 게 뭐고 할 수 있는 게 뭔지 잘 몰라서....계획은 없고,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만 있다"

는 식으로 말을 했는데....그 얘기 때문인지 옷을 사오셔서 "이 옷 입고서 꼭 다섯번째 영화를 만들라"

그래서 살짝 감동했다.

그런데 옷이 작았다. 어제 유니클로로 옷을 바꾸러 갔다.

갔는데.... 왜 이렇게 옷들이 다 작은 거냐. 마네킹이 입으면 예쁘기만 한 옷들이 내가 입으면 다 끼었다.

결국 앵두 옷을 샀다. 하돌과 하늘이 샘을 낼 거라는 걸 알았지만 요즘 쑥 자라서 사이즈를 잘 모르겠더라.

앵두 또래 아이가 지나가길래 아이 엄마한테 사이즈를 물어서 앵두옷을 샀다.

저녁에 돌아와서 앵두에게 옷을 입혀봤더니 앵두는 엄청 좋아하고 하돌, 하늘은 삐졌다.

조만간에 유니클로에 한 번 더 가야할 것같다.

셋째언니가 절대로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 하라고 했는데.

"우리 엄마는 00만 예뻐해"보다는

"우리 엄마는 정말 나빠" 하면서 아이들끼리 연대하도록 두는게 낫다고 했는데

이런 저런 해명을 하면서 꼭 옷가게에 가자고 얘기해주었다.

 

그러고보니 아이들은 영화제 때마다 옷이 생긴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는 나랑 아이들만 먼저 가고 남편이 강화에서 옷을 챙겨서 다음 날 내려오기로 했는데

차 안에서 하돌이가 토해서, 그리고 그 토가 앵두와 내 옷에까지 묻어서 그 밤에 아이옷가게를 찾아헤맸었다.

그렇게 비쌀지 몰랐는데 애들이 신나라 고른 후에 계산대 앞에 서니 한 벌당 7만원 정도로 21만원이 넘었다.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다.

불행 중 다행으로 무이자 할부라서 6개월 할부로 샀는데 할부가 끝난 얼마 후, 부산영화제가 있었다.

이번에도 하돌이 토하긴 했으나 내가 얼른 비닐을 대서 옷은 안버렸다.

대신 해운대에서 이틀 연속으로 뛰어놀아서 갈아입을 신과 옷이 없어서 또 옷을 샀다.

이번엔 다행이 옷값이 비싸지 않았다. 하나에 9천원, 신발도 만원.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은평영화축제.  그러고보니 애들 옷을 산 적이 영화제 때밖에 없네.

항상 얻어서 입히거나 언니 오빠들이 사주셨다. 정말 그러고보니 새삼 고맙다.

 

내 영화가 밥이 되길 바랬으나, 결국 옷이 되는구나.

 

3.

하늘은 학교가 끝나면 집에 책가방을 두고 공부방용 작은 가방으로 바꿔들고 가는데

집에 혼자 오는 게 무서워서 꼭 친구나 아는 언니랑 함께 온다.

며칠 전에 늘이

"엄마, ㄷㅂ이가 오늘 집을 보더니 "오늘도 그러네~" 그래서, 내가 "응 사정이 좀 있어"라고 말했어" 했다.

집이 늘 어지럽다. 최근 며칠은 상태가 좀 심했다.

아침에 일찍 나가고 저녁에 늦게 들어와서 밥 먹을 공간만 조금 있었다. *^^*

내가 "하늘아,미안해.엄마가 청소 열심히 할께" 했더니

하늘이 "괜찮아. 우리가 다 어지럽히는 건데 뭘"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더 미안해져서 정말 열심히 치웠다.

뭐 치운다고 해봤자 방에다 몰아넣는 거다.

요즘 옷 정리 하는 중이라... 여름 옷 집어넣고 겨울 옷 꺼내는 일을 조금씩 조금씩 하고 있다.

날 잡아서 하루 해야하는데 주말엔 강화가고 평일엔 바빠서 영 짬이 안난다.

 

어제 밤에 하늘이 말하길

"오늘 ㄷㅂ이한테 "우리 집 깨끗해졌지?" 하니까 ㄷㅂ이가 "오늘은 좀 낫네" 했다~"하고 좋아했다.

하돌이 어린이집에서 정리를 너무 열심히 한다고 그러던데

집이 항상 어지러져있어서 그러는 건가?

정리 잘되어있는 집 보면 정말 대단해보인다. 정말 해도해도 끝이 없다.

 

4.

내일 울산에 간다. 몇년만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갔던 게 앵두가 업혀다닐 때였으니까 3년전인가보다.

작업이 끊어지면 강의도 끊어진다.

내 일은 일이 일을 만들어가고, 길이 길을 보여주는 식이다.

몇 년만의 호출이 너무나 반갑다.

강의 주제는 '여성과 다큐와 삶'이다.

마지막 강의 때 작업도 못하고 그런 상태라서 다른 분을 추천했더니 진행자분이 말해주셨다.

"당신이 필요한 이유는 다큐멘터리감독이라서가 아니라 아기 엄마로서 다큐를 만들기 때문이다"

수강생들에게 나의 존재는 같은 처지의 아기엄마인데 다큐도 만드는 사람으로 다가온다는 거고

그런 모델로서 나의 말들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리고 3년만에 다시 울산에 간다.

나는 그것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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