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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밀린 원고들을 하나씩 하나씩 처리하고 있다,

라고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말에 한 편 썼고, 오늘까지 또 한 편을 써야 하는데...

잘 안된다.

약간 가라앉은 상태에서 마음 밑바닥에 굴러다니는 모래알같은 생각들을 집어올리는

그런 식의 글을 써본 게 오래 전 일만 같다.

자꾸자꾸 쓰려하니 자꾸자꾸 안써져서.... 지금 이렇게 쓴다, 딴 글을.

 

울산에 다녀왔다.

울산에 처음 갔던 건 24살 때였다.

그 때의 내게 울산은 성지순례를 해야할 것같은 그런 도시였다.

하지만 처음 울산에 가게된 이유는.. 좀 쓸쓸했다.

대학시절에 함께 어울리던 여섯명의 친구가 있었다.

그 중의 한 사람과 오랫동안 연인사이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전화로 이별을 통고받은 나는

술과 장미, 아니 술과 불면의 날을 보내고 있었다.

 

때마침 늦게 군대에 간 다른 한 명의 친구가 휴가를 나왔다가

울산으로 내려간 또다른 친구를 보러가자고 했다.

학원강의가 끝난 후 터미널에서 막차를 타고 울산에 갔다.

새벽쯤에 도착했던 것같은데 잘 기억이 안난다.

사실 24살부터 26살까지의 시간들은 대부분 엉켜있다. 내 인생의 바닥이었다라고나 할까.

문득 기억나는 건 버스 안에서 군인친구가

"너희들 어떻게 된 거냐?"라고 해서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고...

그리곤 그저 잠만 잤던가...

 

울산에 도착해서 친구네 집에서 밥을 먹는데 울산친구가 내게

"헤어지고 나면 여자입장에서는 손해본것같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

라고 해서 그러냐 하며 밥만 꾸역꾸역 먹고 그렇게 잠깐 얼굴만 보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래서 울산은, 책에서만 많이 보던 울산에 대한 첫 기억은, 대화 말고는 없다.

 

두번째로 울산에 갔던 건 1회 울산인권영화제에서 <나는 행복하다>를 상영한다고 해서다.

비행기를 타고 울산에 갔는데.... 놀랍게도 관객이 단 한 명이었다.

방송국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때 빼고 비행기를 탔던 건 그 때가 처음이었는데...

초청을 받아서 비행기를 다 타네...하고 기뻐하다, 관객이 한 명밖에 없어서 큰 충격을 받았고....

그리고 주최측에게 미안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미안해할 일은 아닌 것같다. ^^;

한 명의 관객에 대한 기억 때문에 지금의 나는 매진이면  감격하고

20~30명이라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 때 울산대학교 인권영화제 상영장에 계셨던 단 한 분의 관객께는 다시 한 번 감사를~

 

그 후로는 여러 번 울산엘 갔다.

울산미디어연대에서 몇 번 초대를 해주셨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10~20분 거리의 교육장까지 태워주셨기 때문에

울산에 갔다 하더라도 울산을 잘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기차를 타고 갔더니 기차역에서 교육장이 멀어 신기한 걸 많이 봤다.

엄청 높은 건물(마중나오신 분이 주상복합건물이라고 불렀다) 두개가 꼭 쌍으로 군데군데 서있었다.

그것들만 덩그라니.

참 이상한 풍경이었다.

 

그리고...백화점 옆에 유람차가 있었다.

처음엔 백화점 앞에 작은 놀이공원이라도 있는 건 줄 알았는데...

태워주신 분이 설명해주시길

울산 롯데백화점에는 유람차가 있고

부산 롯데백화점 8층에는 청룡열차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 롯데백화점 옆에는 롯데월드가 있는 것이다~!!!

회전목마가 있는 롯데백화점도 있지 않을까? 정말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울산에 갔던 3년전, 난 앵두를 업고 갔었고

업은 아기를 보호하려고 큰 스카프를 가져갔었는데...그걸 두고왔다.

우편으로 보내주시겠다는 걸 조만간에 다시 보지 않을까요? 라고 했건만

3년이나 지나가버렸다. 

3년전에 처음 시작하는 자리에 서계셨던 분들이 지금은 그곳 활동가가 되어있기도 했고

고급과정 영상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분들의 앞날이 기대된다.

 

울산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3년만의 만남이 너무 감격스러워서 지난날을 돌이켜보다

16년전까지 거슬러올라가버렸다.

갑작스런 이별에 대해 여러 번 생각했었다.

나중에야 그 자식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겨서, 라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후 몇 번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내게 한 선배가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남자들은 말이야... 나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지 않아.

그러니까 마음이 변했을 때, 그냥 알아서 떠나주기를 바라면서 힌트를 준단다.

연락을 뚝 끊어버리거나 자꾸 만남을 피하거나 그래.

너는 왜 그렇게 미련스러웠니?

 

올초에 4대강 작업 때문에 팔당에 다녀온 저녁, 밥을 먹으며 소주를 마시다가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음성메시지나 문자로 이별을 통보받은 사람도 많았다.

그날 밤, 사무실의 어린 동료와 떠난 사람들에 대해 흉을 보다가 급 친해졌다.

어쨌든 지나간 시간 속 그대들이여, 잘먹고 잘살길 바래. 나도 그러고  있으니.

 

문대표의 <가면놀이>때문에 스산한 마음이

어떻게든 달래지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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