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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도서관 상영회 후기

느티나무 도서관에서 <아이들> 상영합니다.

느티나무 도서관은 수지에 있습니다.

찾아가는 길은 아래를 클릭하시면 나옵니다.

http://www.neutinamu.org/

 

오늘 모든 가족이 가려고 했는데

한별이 상을 받는다네요

그래서 저, 은별, 하은, 갑니다.

좋은 상영이 될 수 있도록 빌어주세요~

 

이렇게 쓰고 출발했는데

원래 6시 도착예정이었으나

8시에 도착했다.

자잘한 거 빼고 크게 세 번 길을 잘못 들어섰다.

부천 근처였던 것같은데

경인지하차도에 들어서지 못했다.

옆에 나란히 서있는 길을 보면서도 건너가지 못해서 안달을 하다

점점 멀어져가는 길을 보며 안녕,안녕,안녕...

하은이는 뒷 자리에서 배가고프다 하는데

천만다행으로 은별이는 자고 있었다.

은별이가 깨어있었다면..... 아마 8시에도 도착하지 못했을 듯.

상영은 7시 예정이었고

우리들은 미리 도착해서 느티나무 도서관 구경도 하고 밥을 먹을 계획이었던 거다

장장 네 시간에 걸쳐 도착한 느티나무도서관.

 

2004년 <엄마...> 이후에 6년만이다.

그리고...이번에도 역시나 많은 것을 얻고 돌아왔다.

어떤 상영장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상영 후 대화에서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모든 행사가 끝난 후 본격적인 이야기를 훨씬 더많이 들을 수 있었다.

 

사무실에 계시던 남자분 말씀.

"이대 상영에서도 그랬지만 너무 뻔한 질문들이 나오는 거 아닌가?

그 때 눈물 흘리며 질문하는 그 엄마를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울 정도는 아니지 않는지.

일과 육아를 양립하는 상황이 이다지도 어렵다는 것에 대해서

그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 그 대안에 대해서 메시지가 좀더 강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쿨하게 말씀하셔서 나 또한 쿨하게 받아들였다

앞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그건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공감 여부라는 생각이 들었고

뒷부분의 지적은.....

나 또한 부산영화제가 끝난 후, 편집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이유가

바로 그거였으니까.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1차 가편집을 나는 그렇게 했었다.

감독은 드러나지 않도록, 가능하면 거리두기를 하면서

보육노동자와 어린이집 중심으로 편집을 했었다.

그리고...1차 시사회가 끝난 후

애초에 ng라고 버려두었던 촬영본들을 다시 캡쳐하면서

정말 속이 상했다.

 

사무실의 모든 사람들이 말했다.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관객이 보고 싶은 것과 볼 수 있는 것.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라.

내가 관심있었던 부분들, 신이 나서 찍어댔던 그 여름의 여성가족부

씩씩이어린집 아이들의 신비로운 발견들은 지금 모두 버려졌다.

대신 늘어져가는 제작기간, 아이들은 자라고 나는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던

그 못견디게 답답하던 시간 중에 뭐라도 하려고 시무룩하게 찍었던 촬영본들을

애초에 ng라고 멀찍이 치워두었던 그 촬영본들을 다시 캡쳐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번에도 또.....이렇게 되는구나.

 

영화에 대해서 갈수록 할 말이 없어진다.

나도 답답하고 나도 한숨이 날 때가 있어서 이제 영화는 다시 보고 싶지도 않다.

지금 내가 건너고 있는 시간은 이미 다른 길이라서 그럴지도.

오히려 빡빡한 대화가 오갔던 것은

사회를 봤던 가족학 전공선생님과 느티나무도서관 관장님과의 티타임에서였다.

11시가 넘어서까지 긴긴 이야기를 하고 돌아오는 길.

느티나무도서관은 항상 나를 채워준다는 기쁨,

 

가족학 전공선생, 관장님, 2인의 관객, 나.

5인은 관객과 감독이라는 처지를 넘어서는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나는 최근의 여성학 공부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팍팍한 일상에서 땅만 보면서 길어올린 발견들이 이미 오래전에 지나간 유행이었다라든지

30년 전 책에 나와있다는 사실에 허탈할 때가 많았다. 라고 하자

 

가족학 전공 선생님:

사실이다. 가족, 모성에 대해서는 벌써 몇 년 전에 한차례 갈음되었다.

내면아이?그것도 유행이 지난 이야기이다. 더구나 난 거기에 동의하지도 않는다.

다만 오늘 gv를 보면서 책에 나온 얘기들을 저 사람은 일상적인 언어로 말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 옆에 앉았던 관객:

그런 게 대단한 거 아니예요? 그러니까 공부하지 말아요.

글은 지식을 주지만 영상은 그렇지않잖아요.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기본을 보았고

영화 때문에 예전의 기억들을, 잊었던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공부하지말고 그냥 열심히 살면서 열심히 영화 찍으세요. 다음엔 뭐 만들거예요?

 

관장님:

<엄마..>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특별한 꺼리가 없을 것같은 평범한 생활에서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내잖아요.....

하면서 관장님은.....

문화활동가라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의 전횡과 패권주의와 파워게임들에 대해서 말해주면서 그랬다.

그런 데 가서 배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이 걱정된다.

당신은 휘둘리고 묻히고 그리고 결국은 변할 거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 소위 문화권력자들,

전위의식에 사로잡혀 독점하는 이들.

머리만 크고 땅에 발을 딛지못한 사람들.

공부가 하고 싶다면 공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으면 된다.

어디를 가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길, 고민은 여전하지만

아직 가시지 않은 따뜻한 마음들의 여운을 느끼며

편안한 마음으로 밤길을 지나왔다.

 

가는 길동안, 나는 옆에서 점점 멀어지는 경인지하차도를 보면서

원래 같은 길이었으나 한 차선 옆에 있다는 이유로

평행선을 달리면서도 목적지로 가지 못하는 그 상태가

혹시나 지금의 나의 처지와 비슷한 건 아닐까, 문득 걱정되었다.

지금, 바로 지금, 뭔가 결정을 내려야하는 건 아닌지.

지금 머뭇거리다가 영영 잘못된 길에서 돌아가지도 빠져나가지도 못하면서

한탄하며 후회하며 남은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닐지 심히 걱정되었다.

 

그 뒤로 나는 두 번의 실수를 더했다.

한 번은 미리 빠져나갔고

또 한 번은 여기가 맞나 머뭇거리다 놓치고 결국 다음 출구에서 빠져나갔다.

꼭 그  때, 꼭 그 길,

하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목표점까지의 거리와 시간은 훌쩍 늘어났다. 

사소한 실수는 그 뒤로도 몇 번 있었다.

어렵게 어렵게 찾아온 느티나무 도서관 앞에서 유턴지점을 놓쳐서

앗, 놓쳤다, 하니까

언제 깼는지 모를 은별이가 뒤에서

"엄마, 그러면 다시 돌아가면 되잖아" 했다.

그래, 좋은 생각이네. 고마워. 말해줘서.

 

집에 돌아왔더니 남편과 한별이는 자고 있었고

'오늘의 메모' 칠판에 한별이의 메모가 남겨져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야, 영화제가 아니라 상영회란다. ^^

느티나무 도서관은 아이들 뛰어놀기에 좋아서

하은,은별은 내가 긴시간 얘기를 하는 동안

한 번도 칭얼거리지 않고 신나게 놀았다.

메모를 보는 순간

애들이 한별이한테 자랑하지 말아야할텐데...하는 걱정이 살짝 들었다.

상영후기 끝~

이제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나만의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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