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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상영후기, 그리고 오늘 6시 30분 용인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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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순회상영회-인디피크닉(이하 인디피크닉)이 5월17일(화)~18일(수)까지 이틀간 용인대학교 예술대학 영화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인디피크닉은 독립영화 저변확대와 지역 상영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 독립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지역 독립영화팬들이 제대로 작품을 만날 수 없는 갈증을 풀어주는 순회상영회이다.

이번 순회상영회는 2010년 서울독립영화제를 빛낸 장편과 단편 총 7섹션 15작품을 선보인다. 서울독립영화제2010 대상을 수상한 김태일 감독의 <오월愛>를 비롯하여, 최우수작품상, 코닥상, 독립스타상을 휩쓴 민용근 감독의 <혜화,동>, 독불장군상을 받은 류미례 감독의 <아이들>,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자가당착:시대정신과 현실참여>(김선 감독)이 장편 섹션에 준비되어 있다.

또한 다양한 독립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단편섹션에는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김희진 감독의 <수학여행>을 비롯, 관객상의 <보민이>(김방현 감독), 독립스타상의 <껍데기>(심봉건 감독)을 비롯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이 특징.

용인대학교 예술대학 영화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인디피크닉2011의 입장료는 무료다.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지역 팬들이라면 관심을 가져볼만하다. 문의는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 02-362-9513 혹은 용인대학교 영화영상학과 031-8020-2719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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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상영은 잘 마쳤어요.

아침 상영시간이 되자 어떨지 참 궁금했는데

미디토리 은민씨가 트위터에 사진 올려주셔서 오신 분들 뒷모습 잘 보았습니다.

 

어떻게 갈까 고민하다가 광명역에서 기차를 타기로 했는데

출발하려고 보니 너무 뜨거워서 그랬는지 네비게이션이 안 켜지더라구요.

급 당황해서 이렇게 저렇게 손을 보다가 결국 주간보호센터 선생님께서 빌려주신

낯선 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서 광명역에 도착했습니다.

차가 얼마나 막히든지 기차표는 4시 16분이었는데

네비게이션 화면에 뜨는 도착 예정시간은 처음엔 3시 50분이었다가 점점 늘어나서

4시 8분까지 갔습니다.

 

4시 9분에 도착을 해서 주차를 하려고 보니 또 빈 데가 없어서 안절부절 하다가 겨우 빈 곳을 발견하고

얼른 주차하고 죽을 힘을 다해 뛰어서...출발 1분 전에 기차를 탔습니다.

부산까지 가는 동안 내내 차 문을 안 잠그고 온 것같아 찜찜했어요.

(나중에 보니 차 문은 잠궜는데 사이드브레이크 안잠그고 기어가 드라이브로 되어있더군요.

 정말 큰일날 뻔 했습니다. 평지였기에 망정이지. 이 놈의 정신머리...ㅜ.ㅜ)

 

가는 동안 학교 숙제를 했는데...역시나 책은....졸음을 동반하잖아요?

살짝 졸다가 옆자리 아저씨가 판매원에게 빵 없냐고 하는데 빵이 없길래

제가 제 빵을 좀 드렸습니다. 주간조선을 보시는 분이라 좀 그랬으나...저한테는 빵이 3개 있었거든요.

제가 "어르신들 좋아하는 단팥빵이예요" 했더니 아저씨, "저 어르신 아니예요~" 해서

아네...하고... 아저씨 제사 지내러 가시는 길이라 밥 먹기 좀 그랬다고 하시면서 맛있게 드시더군요.

저도 하나 먹었습니다.

 

아참, 자리에 앉기 전에 좀 황당한 일이 있었는데

제 좌석에 어떤 남자가 앉아있는 거예요.

제가 문자를 보여주며 "여기 제 자리인데...."했더니 그 분도 기차표를 보여주며 역시 자기 자리라고.

승무원이 와서 확인해본 결과 제가 목요일 날짜로 표를 끊었더군요. 역시나..문제적 정신머리.

 

빵을 먹고 숙제를 하다가 부산역에 도착해서 전철을 타고 센텀시티역에서 내려 걷고 있는데

웬 건실해 보이는 청년이 제게 인사를...하셔서 저도 얼떨결에 인사를 했는데

알고보니 미디토리 활동가분이시더군요.

가서 미디토리 김은민씨와 인사를 했습니다.

미디토리는 부산지역 미디어활동가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입니다.

젊은  분들이라 서울에서도 부산의 상영소식을 알 수 있어서 참 좋았구요

 

은민씨 말씀이 아침에 일반주부(그분 표현 그대로 옮기는 거예용~)들이 오셔서

영화를 200% 즐기셨다는군요.

하은이가 뒤집고 서는 부분에서는 함께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셨고

뒷부분에서는 손수건 적시는 눈물의 소리가 들렸다는.... ^^

 

저녁상영에는 여성노동자회, 보육노조, 등등 활동가분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그리고...저녁시간이라 아이들도 함께 있었습니다.

은민씨 말씀, 엄마들은 저녁에는 애를 봐야해서 시간이 안되거든요...

돌보미 선생님을 모시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부산 상영은 특별했습니다.

포스터에 나오듯이 부산여성회, (사) 여성과 나눔 보육콜센터, 동래여성인력개발센터, 세상을 담는 이야기공장  '미디토리'에서 공동으로 주최했다는 게 큰 감동이었습니다. 영화를 만든 사람으로서 저는 제 영화가 많이 틀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독립영화의 척박한 토양을 셍긱힐 때 무료상영은 삼가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싶은 관객과 관객을 만나고 싶은 감독이 쉽게 만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번 부산상영처럼 그렇게 여러단체가 힘을 합해서 상영회를 조직하는 건 영화 만든 이로써는 고맙고 또 고마운 일입니다.

 

두번째로는 몇 번 모시려고 했으나 모시지 못했던 전국보육노조의 김명선 위원장님을 뵐 수 있었다는 것.

카메라를 손에 놓고 더이상 조바심도 치지않으면서 서서히 일에서 멀어지고 있는 저에게

다시 카메라를 들게 해주신 보육노조의 대표셨습니다.

2005년 그 뜨거웠던 여름을 거리에서 함께 보냈고

저의 작은 카메라로도 힘을 받으셨던, 그리고 저 또한 함께 계셔서 힘을 얻었던 그 분이십니다.

계획에없는 임신과 출산 때문에 촬영이 중단되었고

애초의 기획의도와는 한참 떨어진 작업을 해내면서

내내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던 분이셨어요.

단 한 커트 나오십니다만...

명선위원장님이 잘했다고 칭찬해주셨습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쨌든 기뻤습니다.

 

보육현장을 책임지시는 분둘이 많이 오셔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보육을 고민할 때 흔히 사람들은 보육시설을 늘려서 여성들이 일하게할 수 있게 하자라고만 생각하는데

더 깊이 고민해본다면 모성권, 엄마가 아이를 키울 권리, 엄마가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권리에 대해서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

작업을 하면서 많이 고민했던 일이었습니다.

요즘도 가끔 고민하지요. 저희들은 매일 9시면 잠자리에 듭니다.

왜냐하면 다음 날 학교로, 유치원으로, 또 직장으로 가야하기때문이지요.

각자 바깥에서 긴 시간을 보내고 어두워진 후에 집에 돌아와서 다음날을 위해 얼른 밥을 먹고 씻고

잠이 잘 안와도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얼른 잠자리에 들면서...그러면서

가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요. 우린 왜 이렇게 살아야하지?

일과 가정이 분리되고,

일은 생산적이지만 육아는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시각 자체가 바뀌어야합니다.

전 사회적으로 노동과 양육을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저출산의 문제의 해법도 조금 보이지 않을까요?

모성권을 말씀하셨던 분은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어떤 나라의 대통령이

육아휴직에 들어갔다는 애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대통령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가야 전 사회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확산된다는 것이지요.

아이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 어떤 것이 더 필요할까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상상들을 펼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객석에 계셨던 한 엄마는 전업주부로서 뭔가 더 잘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

모든 것이 엄마의 탓으로 돌려지는 상황,

아이의 말투 하나에도 엄마 탓을 하는 상황,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결국 '엄마가 달라져야 아이가 달라진다'라고 말하는 상황.

이런 상황 속에서 답답하다고 정말 답답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감독님도(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워킹맘이고

tv에서도 알파맘 알파걸 말을 하는데 전 사회적으로 워킹맘 중심으로만 담론이 형성되는 것에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분이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참 좋았습니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저의 상황 자체가

그 분께 처지는 다르지만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했다는 데서 기뻤습니다.

자,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 또한 여전히 해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괴물처럼 묘사되는 강남엄마들

아이들을 몰아치는 엄마들......이런 식으로 자꾸 엄마 엄마 엄마 탓을 하는 당신들은

도대체 뭘 했는지.

엄마들이 그렇게 변해갈 수밖에 없도록 한 건 무엇이었는지

왜 아무도 말하지 않는 걸까요?

답이 없는 얘기였지만 저는 그런 얘기를 하면서 말씀드렸습니다.

 

영화를 더 잘만들고 싶고 더 좋은 감독이 싶고...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싶다.

그러니 제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달라.

저는 여전히 흔들리면서 그렇게 갈 것이고 절대로 일을 그만 두지는 않겠다.

하은이는 자랄 것이고 하은이의 시간 속에서 저 또한 새로운 문제들을 대면할 것이니까.

그 문제들에 대해서 흔들리며 가는 것, 그게 저의 자리인 것같다고.

 

공동육아에 아이를 보내신다는 남자분이 아내가 늦게 와서 영화를 못 봤다며

어떻게 볼 수없냐고 물으셔서 또 안타까웠습니다.

저도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은데.... 방법이 딱히 없어서요.

만약 부산에 상영기회가 또 생기면 그 때 알려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내내 조용히 계시다가 제게 명함을 달라고 하신 분과

부산에서 광명으로 오는 동안 내내 문자 대화를 나눴습니다.

 

제가 붙인 커트 하나, 대사 하나가 그 분들께로 가서 더 풍부하게 살아나는 걸 보면서

바로 이런 맛 때문에 영화를 만든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편집을 할 때면 항상 생각하지요. 밑도 끝도 안 보이는 그 막막한 시간 안에서

다시는,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지만

헤메고 고민하는 시간까지도 헤아려주는 관객들을 만나고나면

나는 해답을 제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든 함께 문제를 들여다보자고 얘기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제 카메라의 존재가치가 빛난다는 것을 느낍니다.

 

참, 올 때도..... 스릴 넘쳤습니다..

발도로프학교 선생님이 태워주셨는데 길을 많이 헤매시길래 제가 택시를 탈까요? 물었습니다.

10시 30분 기차였는데 제가 그렇게 조심스럽게 물었던 게 10시 10분이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아저씨께 사정을 말씀드리니..... 그때부터 제가 탄 차는 총알택시로 변모하더군요.

초보운전 입장에서 정말 신의 경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역시나 전력질주하여 1분 전에 승강장에 도착했습니다.

찬 공기를 맞으며 헉헉대며 뛰었더니 목이 찢어질 것같았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또 숙제를 했는데

옆자리 아저씨가 엄청 코를 골고, 앞자리 아저씨는 음주통화를 길게길게 하셨습니다.

코고는 사람을 보니 집에서 코골며 자고 있을 남편 생각이 났습니다.

남편 생각에 좀 참아보려 했으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결국 깨웠고

앞자리 음주통화 아저씨는 승무원의 제지를 받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광명역 주차장은 공짜라는 남편 말을 듣고 광명역으로 간 거였는데

공짜는 무슨 공짜. 주차비가 7천원이나 나왔습니다.

광명에서 강화까지 밤의 고속도로를 달려 돌아왔습니다.

대명항 근처의 건널목에서 빨간불이라 서있는데

옆에 차가 하나 있더라구요.

정말 말 걸고 싶더군요. 피곤하시죠. 밤길은 너무 외롭네요.....라고.

운전을 시작한 후 자주 생각합니다.

차선과 교통신호 등등 모두가 그 규칙을 지킬거라고 생각하는 그 믿음이 대단하다고.

저는 안전거리+알파를 유지하며 운전을 합니다.

앞 차가 언제 갑자기 서버릴지, 옆 차선의 차가 언제 쑥 끼어들지 믿을 수가 없어요.

남편은 항상 그래요. 다 믿는 거야. 믿어야 사는 거야.

그런 걸 보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거?

어쨌거나 도로는 타인에 대한 굳건한 믿믕을 보여주는 세계입니다.

 

하지만 대화는 참 안되지요.

미안함도, 고마움도 깜박임 몇 번으로 표시할 뿐.

그 메마른 굳건한 믿음의 세계는 여전히 좋아지지가 않네요.

 

내일은, 아니 좀있다 오후에는 용인대 인디피크닉에 갑니다.

오늘은 또 어떤 관객을 만날까요?

기대가 됩니다.

영화를 사이에 두고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진정 행복합니다.

열심히 다니면서 열심히 배우고

그리고 다섯번째 영화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더 자라야지요.

저는 날마다 날마다 자라납니다. 하은이와 한별이와 은별이와 함께.

서로를 자라게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건 드문 행복이지요.

이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다큐멘터리감독이니까요.

편안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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