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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하늘은 여자 1번, 그래서 짝꿍은 남자1번이다.

3월 3일이 입학이었으니 3월 6일경부터 그랬다.

하늘은 집에 오면 항상 짝이 자기를 괴롭힌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괴롭힘의 내용이란 게

책의 삽화 중 어떤 사람이나 동물을 가리키며 "이거 너!"하는 거고

그러면 하늘은 속이 상하는 거다.

하늘도 나름대로 반격을 한답시도 똑같이 "이거 너!"하면

하늘의 짝은 그래? 고마워~"라고 말해서 더 약을 올렸다고 한다.

또 어떤 날은 침을 뱉어서 그걸 피했다고 자랑하기도 해서 속상하기도 했다.

 

2주일 전쯤에 2번 여자애의 엄마가

(네 명이 한 분단이라 2번여자애는 1번 남자애의 오른쪽 짝꿍이다)

나를 찾아와서는 "우리 애가 1번 남자애 때문에 너무 힘들어해요.

그집 엄마한테 같이 항의해야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길래

<첫아이 학교보내기?라는 책을 보니까 잘못하면 어른들끼리 맘상할지도 모른대요.

그냥 선생님한테 말씀을 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라고 말을 했고

그리고 잊었다.

우리는 하늘에게 걔가 그러면 너는 진지하게 하지 말라고 말하고

기분나쁘고 화난다는 표현을 명확하게 하라고 타일렀다.

 

며칠 동안 하늘은 1번 남자애가 오늘도 괴롭혔지만

자기가 그러지마, 혹은 사과해. 라고 말을 했다고 얘기해줬다.

어느 날은 자리를 바꿨다고도 했다. 1번 남자애와 2번 여자애가 하도 싸워서

하늘이가 가운데에 앉고 1번 남자애와 2번 여자애가 하늘의 양옆에 앉게 되었단다.

우리는 그렇게 하늘이 학교생활을 잘 버텨가는 걸로 알았다.

그런데 그저께 하늘이 "1번 남자애가 오늘은 책으로 얼굴을 때렸어"라고 말했다.

좀 기분이 나빴다고나 할까.

우리는 얼굴 때리는 일은 정말 나쁜 일이라고.

그래서 1번 남자애에게 강하게 말하라고 그랬다.

"너 자꾸 그렇게 때리면 우리 엄마가 너희 엄마한테 정식으로 항의를 한다"

남편은 "얼굴 때리는 건 잘못된 행동이니까 네가 정말 화났다는 것을 정확히 말해"

우리 부부는 결국 얘기 끝에 "너도 때려버려!"라는 말까지 했다.

 

 

 



그러면 결국 같이 싸우게 되는 꼴이 되고

학교라는 곳이 원인이나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누가 처음에 먼저 시작했는가보다는 결국 같이 싸웠다는 사실 때문에

같이 혼만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생님한테 얘기 해" 했더니

선생님이 불러도 안 본다고 한다.

하늘은 1번이라서 선생님 바로 앞에 앉아있는데

선생님은 바빠서 불러도 못 듣는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걔한테 그러지말라고 정확히 말해라' 정도로 말하고 넘어갔는데

어제는 그 애가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고 한다.

하늘은 주먹으로 오른쪽 턱을 때리는 시늉을 해보이며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너무 아파서 우니까 근처 아이들이 하늘을 달래주고

1번 남자애를 꾸짖었다고 한다.

 

하늘은 "그래서 1번 남자애가 나한테 두 번이나 미안하다고 했어. 잘했지?"

라고 말하는데 기분 엄청 나빴다.

화가 나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선생님한테 말할까?

걔네 엄마한테 말할까?

1번 남자애의 턱을 한 대 갈겨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해서는 안될 일인 것같았다.

곰곰히 화를 삭히다가 그애는 왜 하늘을 그렇게 괴롭힐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4월 들어 두 줄씩 옆으로 옮기는 자리이동을 했는데

1번 이라 맨 끝이었던 하늘이 두 칸 옆으로 옮기면서

4번일 것이라 생각되는 남자애가 하늘의 왼쪽에 앉게 되었다.

하늘은 그 남자애가 착해서 좋다고 얘기했다.

 

혹시나 1번 남자애가 질투하나?

1번 남자애는 하늘이 뿐만 아니라 여자애들을 괴롭히는 버릇이 있었다는데

최근에 들은 양상은 좀 달랐다.

하교시에, 혹은 학교 활동 시에

짝꿍끼리는 서로 손을 잡고 다녀야하는데

1번 남자애가 하늘에게 "네가 싫어서 손 잡기가 싫다"고 말하고 손을 잡지않았는데

하늘과 그 남자애는 손잡으라는 선생님 말을 안들었다고 혼났다고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남편이 옆에서 생각을 거든다.

주변 남자들의 모습에서 배울 수도 있는 거라고.

편해지고 친해지니까 어른들의 모습을 따라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냐고.

여자라서 무시하고 때리고 하는 거, 주변에서 보고 배운 거 아닐까? 뭐 그 정도.

 

우연히도 이윤학 시인의 <왕따>라는 책을 읽고 있다.

하늘이 왕따는 아니지만 어른들이 아이들의 불합리한 폭력에 대해서

왜 그리 무기력한가에 대해서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주인공 임미나는 고민을 한다.

 

선생님한테 말할까? 그러면 장가연은 자기를 더 괴롭힐 것이다.

엄마한테 말할까? 엄마는 왜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냐고 혼낼 것이다.

오빠한테 말할까?오빠는 자기 노느라 바빠서 이야기들을 시간도 없을 것이다.

결국 임미나는 당할 대로 당하다가 어느 날,

장가연의 패거리들이 임미나를 둘러싸고 때리려고 하는 장면을

담인선생님이 보고서 왕따 사실을 알게 되고

뭐 아무튼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해결이 되는데 별로 마음에는 안드는 결론이었다.

 

아무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중.

오늘 하루 종일 생각해보고

내일 담임선생님을 찾아가든지

그집 엄마를 만나든지

아니면 하늘에게 싸움연습을 시키든지

뭔가 결정을 내려야할 것같다.

 

하늘이 매일 묻는다.

엄마, 세상에는 집에서 공부하는 애들도 있어?

그렇다고 대답하자 하늘은 그럼 나도 집에서 공부하고싶어,라고 말한다.

매일매일.

학교는 정말이지.....

 

참...

언제 한 번 포스팅하려 했는데 잠깐 덧붙이자면

나는 다른 엄마들과 대화하다가 종종 거리감을 확 느낀다.

이 건에 대해서도 어떤 엄마가

"하늘엄마가 첫애라서 그런데 원래 남자애들은 여자애들 괴롭혀요.

그러려니 해야죠~"하는데 왜 그러려니 해야하는지 이해하기 싫다.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다.

남자애들은 여자애들 괴롭히는 재미로 산다는데

그런 남자애들은 초장에 버릇을 고쳐줘야한다고 생각한다.

내가,내 딸이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자신이 용인했다고 해서 그것이 진리인양 얘기하는 건 정말 이상하다.

그건 당신 선택일 뿐이다.

나한테도, 당신처럼 하지 않는다고해서 나를 별나다고 이야기하지 말아달라.

이 이야기도 "유별나다"고 얘기할 사람이 있을까봐 덧붙인다.

 

블로그진 그림이 키는 크지만 우리 하늘이 닮았네.

여기다 옮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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