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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이라고

긴 읊조림 끝에 양희은이, 혹은 김민기가 멜로디에 얹힌 가사를 쏟아놓을 때.

내 몸안에 스며드는, 혹은 내 몸이 멜로디에 녹아드는 듯한 느낌.

 

삶의 매 고비를 봉우리로 여기고 살고자 했다.

그런 태도를 잃어버리면

말하자면 지금의 시간이 다음을 위한 이행기일 뿐이라고

또는 견디는 시간이라고만 생각해버리기에는

일상을 버텨내야하던 그 기간은 너무 길었고

내 신경줄은 너무나 약해빠져있었으니까.

 

매 순간이 봉우리야.

욕실의 물때를 벗기면서도

장난감과 책으로 발 디딜틈 없는 방을 청소할 때에도

주말이면 서울에서 강화로 가는 버스에 앉아 차창밖을 바라볼 때에도

이 순간이 봉우리야. 다음으로 가는, 견디는 시간이 아니야.

 

하지만 지금 이 봉우리는 내 심장을 뛰게 한다.

오늘, 3시 도봉구청, 7시 천안여성영화제, 일요일 6시 30분 인천여성영화제.

나는 관객들을 만난다.

긴 시간이 지난 후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이라고 웃더라도 괜찮아.

나는 지금 내 인생의 빛나는, 값진 봉우리 위에 있어.

그것이 기쁘다.

노래를....가져오고 싶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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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영화제 순회 상영

 . 장소: 도봉구청

. 일시: 7월 7일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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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여성영화제

. 장소:천안영상미디어센터

. 일시: 7월 7일 오후 7시(개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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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여성영화제

. 장소:영화공간 주안

. 일시: 7월 10일 오후 6시 30분(폐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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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  봉우리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거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같은 것이 저며 올때는
그럴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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