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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

몰랐는데 시골에 살고 보니

내가 그동안 도시인이었던 것같다.

 

장마가 끝나고 집 근처는 온갖 풀들로 우거져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구덩이 앞에는

엄마가 '며느리 밑씻개'라고 알려준 풀이 있어서

온통 발목을 할퀴고

밥을 주러가니 사랑밖에 모르는 개들은 흙투성이 발로 뛰고 덮치고 난리다.

젖은 공기 속 빨래는 잘 마르지도 않는데 안마를 빨래들 몇개 더 추가.

 

시골 생활의 질척거림보다 더 놀라웠던 건 몰랐던 식성.

애들하고 강화읍에 놀러갔다가 도넛가게를 발견.

강화에도 당연히 도넛가게가 있었을텐데 왜 이제사 발견했지?

아니 도넛가게보다 더 놀라운 건 그 도넛가게를 발견한 순간

입안 가득 고이던 침.

반짝거리는 슈가 글레이즈와 날아갈듯 부드러운 슈가파우더가 눈앞에 아른아른.

내가 그렇게 단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바로 앞에서 발견한 가게에 들어가기 위해 저만큼 앞서까지  가서 차를 돌리고

골목길에 삐딱하게 주차를 하고(제대로 주차를 하는 데엔 시간이 걸리니까)

애들 손을 잡고 가서 도넛을 골랐다.

 

도넛을 보니 갑자기 생각나는 드라마 '연애시대'

결말때문에 실망이었지만

한때 나를 행복하게 했던 드라마.

스윗 소로우의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을 전화벨소리로 쓰며 오래오래 기억하고 아꼈었는데

노래는 유효기간이 다 지나버렸는지 지금 들어보니 별로다.

 

하지만 여전히 기억나는 몇몇 장면들.

은호의 아빠가 "죄는 내가 빌께. 기도는 내가 할께. 너는 행복해라"라고 말하던 장면.

언니를 위한 하나의 음모. "너 어떻게...." 하면서 말을 못 잊던 공형진.

생기를 잃어가는 언니를 바라보던 하나의 얼굴. 하나의 걱정.

그 장면에선 먼 데 사는 언니를 떠올리며 많이 울었었는데.

세상에 우리 둘 뿐인 것같았던 시간이 있어서였나봐.

언니야 이거 보면 전화 좀 해라. 너 잘 지내니?

 

몇 단계의 연상을 거치며

결국 종착점은 '연애시대'

http://blog.naver.com/dldlsfbf?Redirect=Log&logNo=150113650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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