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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실

24살 하이텔시절부터 온라인 글쓰기를 열심히 했었다.

사실 그건 글쓰기라기보다는 사는 것이었다.

대학시절 너무 오랫동안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없는' 사람들과 일을 해온 탓에

일을 그만 둔 후에 돌아갈 곳이 없었다.

친구도 연인도 선배도 후배도 다 날아가버렸고

조직을 정리하는 순간 나 이외의 사람과 교류하는 대상은 가족뿐이었다.

하이텔은 그 당시 내게 세상으로 열려있는 유일한 창이었다.

사이버 스페이스.

하이텔이 문을 닫고 파란으로 이전을 한 후

하이텔에 썼던 모든 글들이 파란블로그로 이전한 것까지는 알았는데

파란블로그의 글들을 2012년에 티스토리로 이전할 수 있도록  신청을 받았다는 사실을

저번 주에 알았다.

내 20대의 기록은 2012년에 소멸되어버린 거다.

아깝다..............

오늘 전혀 모르는 사람의 블로그에서 내 글을 발견했다.

그러니까...이런 글들이 다 사라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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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례의

 

'지극히 작은 자 하나'를 읽고

 

어떠한 고난이 있더라도 결말은 힘찬 투쟁을 기약하거나

또는 희망찬 내일을 약속했던 기존의 민중문학과는 달리,

그리고 어두운 지하실에서 로울러를 밀고 음침한 눈빛을 가진,

또는 염색한 군복에 세상을 초월한 듯한 괴짜로 운동권을 등장시켰던 제도권 소설과도 다르게...,

두려워하고 헤메고 때때로 비도덕적인 모습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운동권들이 등장했다.

내 생각에는 「박일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그 시발점이 아닌가 한다.

 

「장정일」은 '돌대가리 운동권' 운운하면서도 진실을 가려내는 눈이 있다.

(마광수에 대한 운동진영 일부의 태도에 대해서 그는 돌대가리들이나 그렇지..., 하면서 분통을 터뜨린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를 나는 그를 통해 알게 되었으니....

전북대 불문학 교수인 저자는 이 책을 20여 년이나 써 왔다.

'우리끼리 모여 문학을, 삶을 이야기하고,

정치를, 현실을 개탄하다가 모임을 만들고 책도 꾸미고 할 때에,

그 근처를 전혀 기웃거리지 않았던...'

그런 그였기에 문학 평론가 「진형준」은 그의 이 글을 소개하면서

'삶이란 실상 그 깊이를 얼마나 숨기고 있는가'에 대해서 놀라워한다.

 

처절하게 죽어간 이들을 위하여...,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을 위하여...,

영원한 문학 소년소녀들을 위하여...,

그는 이 글을 세상에 들이민 것이다.

엉거주춤 정의로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술꾼들이 길바닥에 질펀하게 쏟아놓은 구토물에서 우호세력을 보는 간절함,

꿩 대신 닭으로 교련복을 입은 학생에게, 유인물을 신고해야 한다는 여고생에게

분통을 터트리는 어정쩡한 테러리스트..., 그것이 우리 주인공의 모습이다.

 

이 책은 판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다가

만들어진 판에 엉거주춤하게 끼어들었다가 무기력하게 빠져나오는...,

또는 알아 가는 진실에 가슴아파 하면서 불면의 밤을 이루는

한 양심적인 문학소년의 일대기인 것이다.

또한 이 글은 놀랍게도 찬찬한 목소리로 70년대에 대학에 입학하고,

80년대를 거쳐 90년대에 살아남은(그는 '아직 살아남은'이라는 말을 쓴다) 자로서

그 모든 사건들을 얘기해 준다.

 

때로는 유인물을 보여주기도 하고 눈물을 머금기도 하고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면서 얘기를 해 준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쩌면 처음으로 그것을 느꼈다.

지루하다거나 이해가 안되어서 그만두고 싶었다는 말이 아니다.

나의 눈을 바라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히 털어놓는 사람 앞에서

쉽사리 눈을 돌리지 못하고 이야기에 공감되어 가는...,

그가 느끼는 고통과 그가 느끼는 슬픔을...,

안타까움을 때로 과장된 '하하거림'을

눈 한번 돌리지 못하고 바라봐야 하는..., 그런 종류의 고통이다.

그저 이야기가 좋아서 선택했던 책 읽기로서가 아니라 처음으로...,

문학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세계관을 선택하고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가 있고,

'어떤 내용을 작가가 드러내고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가 있다.

아주 오래 전의 이 논쟁에 대해서 평론가 「김현」은

'작가의 글 쓰기에는 세계 현실적인 태도가,

그 작가의 글에 대한 글 쓰기에는 세계 규정적인 태도가 작용하지 않나'하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피력한다.

'붉은 바위'나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와 같은

책들이 미학적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던 기존의 나의 생각과

현재 내가 몰두하고 있는 부분의 차이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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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에도 더 문장들이 있었던 것같은데

이 사람은 이만큼을 스크랩했다.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고

이 글은 그냥 잡기장에 썼던 글인데....

정말 이상하다.

http://blog.daum.net/kgh519032/14378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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