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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매일 작업일지를 쓰자.

이렇게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고 이 글을 쓴다.

사실 쓸 말이 별로 없다.

여전히 몸은 아프고 파스가 몸에서 떠나질 않는다.

정동진영화제를 다녀온 후

매일 강행군을 했고

그러다 14일 모처럼  쉬는 날이라서 잠을 푹 잤다.

15매 원고와 100매 원고를 써야하는데

마감이 단 하루라도 남아있으면 

미룰대로 미루는 나쁜 버릇에 그냥 이번엔 속편하게 몸을 맡기고 싶었다.

다리가, 허리가,  목이 아프면서 고정된 자세를 오래 취하지 못한다.

밤에 잠을 자다가도 목이 아파서 자세를 바꾸곤 한다.

그러니 14일에 나는 하루 종일 그냥 누워있었다.

저녁쯤 삐졌던 멘티가 웬일로 연락을 해와서

만나서 영화 이야기를 했다.

도움을 필요로하는 이에게 그렇게 도움을 주고 집에 돌아오면

(뭐 사실 이번 만남이야 도움을 줬다기 보다는 먹는 즐거움을 선사한 정도)

해결하지 못한 나의 짐이 산더미같은 위용을 자랑하며 마음을 무겁게 한다.

알콜은 우울질로 이뤄져있나.

술을 마신 다음날은 무척이나 우울해지고

나는 끝간 데 없이 가라앉으면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나를 우울에 빠뜨렸던 사람과 사연들을 끄집어내며

다시 또 다시 또  끝없이 가라앉는다.

오늘은 미루고 미룬 원고 마감이라서

작업실에 앉아서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글을 썼다.

이런 식으로 함량미달의 글들을 써내가다가는

나는 모든 곳에서 다 짤릴 거다.

내가 만들 영화는 실마리도 잡히지 않은 채 

부담으로만 둥둥 떠다니는데.

정동진에서 내 영화의 상황을 걱정하는 u에게

d선배가 그랬다고 한다.

"걔는 어떻게든 해"

 

갑자기 그 말을 부여잡고

오늘부터 열심히 작업을 하기로 했다.

나는 그동안 어떻게든 해왔으니까.

17년 동안 네 개의 영화를

늘 불가능한 상황 하에서

만들어왔어.

그러니까 이번에도 될거야!

라고 그렇게 믿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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