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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랑 이야기하다보면 엄마가 미워진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상황을 여러번  반복해서 들었는데

그때마다 엄마가 밉다.

내 영화에서 엄마는 가정폭력의 희생양이었고

아버지는 가정폭력의 가해자였는데

그런데도 엄마가 밉다.

본능적으로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신음같은 물음들이 있다.

 

어쨌거나 당신들은 닮고 싶지 않은 부모다.

아버지는

중도장애든 원초적 고아의식이든 뭐든

7살부터 20살까지의 6남매를 두고

술만 마시다 죽어버렸고

엄마는 또 남은 자식 중에서 딸들한테

집안의 가장인 오빠를 위해 희생하라고 등떠밀었다.

 

집안의 남자들은

대기업 임원, 큰도시 이름난 병원의 원장이 되어서

안정적인 삶을 꾸리고

그들이 집안을 위해서 기여한다고는 하지만

자신들 삶의 코어를 해칠 정도는 아닌 거다.

둘째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고 있을때

동생이 350만원을 보내줬다.

내가 대줬던 동생  대학 등록금 + 알파 였는데

그런데....그 때 참 고마웠는데....

그런데...

그는 그렇게 자유로워졌겠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잡은 후에 그시절 대학등록금 +알파와

1990년대 어느 시기의 그 돈과는 참 가치가 달라.

인문계 여고를 다니다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실업계로 전학을 가서

남의집 살이를 하며 적금을 붓고

그 돈으로 서울생활  첫 집의 전세금 400만원을 만들어냈던

언니들의 그 돈을

어떻게 액수로  갚을 수 있겠냔 말이다.

오늘 결혼기념일이라고 술을 마시다가 엄마한테 왜 그랬냐고 물으니

엄마가 "친정이 잘 되어야  집안이 잘돼지"

뭐 이런 얘기를 하시다가 마지막에 그랬다.

내가 생각해도 아들들은 좀 약했어.

 

엄마.....엄마가 지금 생각을 그때 가지고 있었다면

6남매 중 딸들의 생활은 지금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을거야.

딸을 갈아 집안을 일으킨 경우.

그게 우리 집이다.

 

근데 글은 이렇게 쓰지만

사실 성공한 오빠와 동생 덕을 가장 많이 보는 건

나인데.

고마워.

근데 위에 두 언니 생각하면

안타깝고....

그리고 절대로 나는 일찍 죽는 부모는 되지 않을 거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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