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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큼만

오늘은 울었다.

슬픈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울었다.

아침부터 가슴 안에 물이 고여있는 것같았다.

작업이 너무 어렵다.

내용의 가닥을 잡기 위한 그 전 단계에서 나는 지쳐나가떨어질것만 같다.

내 촬영본의 많은 부분은 dv인데 3년전부터 시작한 작업은 풀hd이다.

기존 편집본에 새 편집본을 끼워넣으려고 하는데

프로젝트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단은 mov 동영상으로 뽑아서 하고 있긴 한데

지금 하고 있는 거야 짧은 거라 별 문제가 아니겠지만

3년간 찍어온 건 어쩌나.

그보다 그 전 12년간 찍어온 건 어쩌나.

일을 하면 할수록 가라앉는 것만 같은 우울이 밀려들더니

급기야 어제 밤을 새서 편집하고 뽑고 전송한 파일이

아무 소용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다시 편집을 했고 뽑고 그리고 dvd 로 구우려고 하는데

회의 때문에 서울에 가야했다.

가지 말까 망설였지만 꼭 왔으면 한다는 말에

걸어놓고 갔다.

디비디 출력방법을 알려주던 jp랑 대화하다가 가슴에 차있던 물이 목까지 넘어와서

울었다.

jp는 웃었다.

별로 힘들지 않을거야 걱정마. 그냥하면 돼.

나는 울다가 거짓말처럼 진정하고

늦은 회의에 갔다.

회의를 끝내고 늦은 밤 모니터의 희미한 빛이 있는 작업실에 들어와보니

하드가 잘못된 방식으로 추출되었다는 경고창이 떠있고

하드는 틱틱틱 이상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그동안 작업했던 것이 다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보다 걱정인 것은 급하게 편집하느라 촬영본을 한 번밖에 카피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 그 촬영본이 들어있는 하드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세 개의 외장하드 케이스에 차례로 하드를 연결해보면서

제발, 제발, 제발....하며 간절히 기도했지만

하드는 여전히 틱틱거린다.

울고 싶지만 오늘은 이미 울었다.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길이 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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