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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e언니는 나보고 잔다르크라고 한다.

e언니는 나이는 많았지만 영화를 늦게 시작했고

촬영도 잘 못하고 사고도 많이 치는.... 뭐랄까 아무튼 그런 언니였다.

어떤 사람이 나한테는 아주아주 잘하면서 e언니한테는 함부로 대했다.

1997년 13번째로 들어와서 지금은 나이로, 경력으로 2번째가 되어있어서

내가 속한 단체의 영화계에서의 위상 때문에

나는 대우받는다,

고 같은 학교 후배인 m은 말했다.

m은 개인작업자고

우리가 나온 대학은 s대나 kk대처럼 인맥이 강한 곳이 아니라서

빗방울처럼 따로 떨어져 각자도생하고 있다.

m은 아무 연줄없는, 어린 여성으로, 작업하기 힘들다는 것을 토로하면서

내가 나의 단체 때문에 얼마나 대우받는지 아냐며 한 번 더 강조했었다.

암튼, e언니한테  함부로 대하는, 내가 보기에도  e언니를 대놓고 무시하는 어떤  사람이

나한테는 깍듯하게 잘할 때, 나 또한 깍듯하게  대하지만 절대로 곁을 줄 수가 없었다.

e언니는 그런 사소한 행동에도 깊은 의미를 부여하며 나에게 잔다르크라는 별명을 붙였다.

언니, 나는 이제 더이상 잔다르크 안할래.

한때는 내 일도 아닌데 분개하며 나서서 싸우기도 하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 보니까 사람들이 나를 해결사로  위치지워놓고

힘든 상황을 나한테 막 털어놓는거야.

그러면  나는 언니가  잔다르크라고 부르는

하지만 사실상 현명하지도 않고 아무 도움도 안되는

그저 오지라퍼일 뿐이라서 좋은 결과도 못 내는

그런 방식으로 일을 막 벌이는 거야.

그런데 문제가  단순하지 않을 때

그러니까 진실? 정의? 이런 게 단순하지 않은 양상으로 전개될 때

다 빠지고 나만 남는  거야.

내가 이제껏 그런  일을 한 두번 겪은 게 아니야.

그리고 기진맥진한 상태가 될 때까지

심지어 그것이 미봉책이라 할 지라도

어떻게든 한 고비 일을 해결하고 나면

후련보다는 후회가  더 많아.

 

어쩌면 나는 트러블메이커인지도  몰라.

그러니  언니, 언니 일은 언니가 해결하도록 해.

그냥 언니가 패스하든지

아니면 언니가 나서서  뭐라도 해.

나는 그냥 나만  생각할래.

누군가한테 피해는 끼치지  않을께.

누군가의 것을 가로채지도 않을거야.

그냥 나는 내가 만들고 내가 노력하고 내가 쌓아온  것들 안에서만

한  걸음 한 걸음 갈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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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글을 쓴 후 일주일이 지났다,

예언서처럼 비슷한 일을 당한 후에

나는 여전히 같은 모습이구나,싶었고

u는 "너는 변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살던대로 살아,라고 말했다.

그래 니가 말하지 않아도 나는 그렇게 살거야.

다른 방법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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