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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1. 내가 뭘 했지?

열심히 지낸 것같은데 일이 많이 밀려버렸다.

이틀동안 새벽에 잤더니 목과 어깨가 아프다.

선생님이 11시부터 2시까지는 꼭 자라고 해서

어제는 9시에 자려고 누우니

방학이라고 펑펑 놀며 지내온 아이들이(특히 큰애가)

오늘이 "늦게 잘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면서

자기들은 늦게 잘 거라고 한다.

내가 2시에 일어난다니 막내는 "엄마 꼭 그래야해" 하며 격려해준다.

자고 있는데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면서 "엄마 2시야"하는데

그냥 계속 잤다.

망했다. 아침까지 글 보내주기로 했는데.

 

2. 5.18 관련 글을 써야한다.

지난 금요일에 사무실에서 관련 자료를 카피하는데

보기 힘든 사연들이 많이 나왔다.

눈물은 마음의 상처를 소독하기 위해 흐르는 건가.

가슴이 뻐근해지면서 마음 안, 머리 안 어딘가가

칼로 베이는 것같다.

마지막날 도청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갖은 고문을 당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했다.

장례식이 그 사람 시퀀스의 첫 화면이었다.

애가 끊어질 듯 우는 딸들. 

그 사람의 생전 모습도 함께 등장했는데 그는 사는 동안 내내 환청을 들었고

죽을때까지 "동지들한테 가야한다"고 말했다 한다.

36년.

지형이 너무 변해버렸다.

웹서치를 하는데 5.18특별법, 진상규명 등등의 키워드로 잡히는 게 없다.

언제 이렇게 번해버렸나.

5.18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5월이면 내내 거리에서 지냈는데

그렇게 역사가 전진했다고 생각했는데

검색어로 5.18을 써넣으면 일베류 들의 기사들이 한 면을 가득 채운다.

기억투쟁의 패배인가.

늦게라도 뭐든  해야할텐데

물리적으로 가슴이 아프고 귀가 아파서 자꾸 화면을 멈추게 된다.

슬프고 힘든 건 외면하고 싶지.

외면해왔지.

그래서 이렇게 되어버렸나.

 

3. 꿈.

KTX에 하은을 태우고 창 밖에서 배웅을 한다.

8호차 40.

여성노동자회라는  사람들이 나와 나란히 서서 자신들의 동료를 배웅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나는 배웅을 하려는 게 아니라

창문을 밖에서 내려야해서 나와있는거다.

덧창, 유리창, 블라인드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힘으로 하면 안되고 처음만 내리려는 동작을 하고 나면 

덧창이든 유리창이든 블라인드이든 자동으로 내려온다.

우리는 샤워실까지 달려있는 한 칸을 배정받았고

하은이 씻어야하는데 밖에서 보이니 그걸 내리러 나온 거다.

출발하기 직전에 기차에 탄다.

그런데 타고 보니 비행기 안같다.

우리 좌석은 비상구 바로 옆이라 앞이 넉넉하다. 

하은의 좌석은 세 명 좌석의 맨 왼쪽이고

내 자리는 바로 그 옆인데 거기에 어떤 군인이 앉아있다.

하은은 어디 가고 없다. 

하은에게 표가 있어서 하은이 올 동안 하은 자리에 앉아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내 앞에 철푸덕 앉는다.

나는 아저씨에게 여기 이렇게 앉으면 안된다,

내가 다리를 뻗을 수 없으니 뒤로 더 물러나달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저씨가 너무 힘들어보여서 그냥 거기 앉게 해야 하나 고민한다.

아, 이래서 내가 하은의 여행에 동행하게 된 거지.

하은 혼자 보냈으면 어쩔 뻔 했어, 생각하다 꿈에서 깸.

 

4. 몸

지난 주 목요일에 이제 교통사고 보험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병원의 간호사로부터 그 얘기를 듣고 보험회사 직원에게 전화를 해보니

자신들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치료가 길어지니 소견서를 요청했을 뿐이라고.

병원에서 그렇게 말을 한 거면 병원의 입장이 그런 거니

다른 병원으로 옮겨서 치료를 계속 받으라고 했다.

다음 날 부원장님이

(병원장을 남편으로 둔 J가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의 아내는 그렇게 부르는 거라고 알려줌)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치료가 너무 길어지니 병원 선에서 정리하라고 했다고 말해줌.

보험회사 직원이나 부원장님의 말이 쓰는 어휘는 다르지만

같은 의미라는 것을 알겠다.

 

금요일에 JS감독으로부터

"교육이나 뭐 일거리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나도 일거리가 없는데 그런 소개를 할 리는 없었고

'교통사고가 독립영화감독에게 끼친 영향' 에 대해서만 긴 이야기를 함.

JS는 12월 초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얼굴을 다쳐서 수술을 해야 했다.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무서우니 오랫동안 몸을 살펴야한다"는 말에 대해서

그 말이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유효하지 않는 것같다는 의견을 함께 확인.

최근에 JS는 이가 흔들려서 사고 때문인 것같아서 치과에 갔는데

병원에서는 사고 충격으로 부정교합이 되어버렸다며 어떤 치료를 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후 다른 쪽이 다시 아파서 치과에 다시 가니 

이건 교통사고로 인한 거라고 입증하기 어려우니 개인건강의료보험으로 

치료하라고 했다 한다.

그런데 그 통고를 받기 전에 JS는 어떤 말을 들었다 한다.

큰 병원이라 대기실에 앉아있었는데 당사자가 JS인지 모르는 의사가

간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함.

"나 피곤하기 싫어. 그냥 건강보험으로 하라고 그래"   

 

보험회사는 환자와 협상을 하지 않아도

의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된 듯.

H네 병원에 입원해있을 때 인대가 끊어져서 깁스를 한 아저씨가(그는 독신이었다)

깁스를 풀지못한 상태에서 퇴원을 해야하는 걸 보았다.

그 아저씨는 혼자 밥을 어떻게 해먹냐고 걱정하면서 퇴원을 했다.

그러니까 환자 개개인의 상태는 중요하지 않고

(그가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느냐 없느냐, 케어가 더 필요한가 아닌가)

비용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로직에 따라 움직이는 것.

 

그나저나 나의 걱정은

내가 치료를 너무 많이 받아서

보험회사가 내 치료비를 병원에게 지불하지 않을까 걱정.

자생병원에서 주2회로 한정한 건

자본의 이해에 충실한 병원이라

보험회사와의 관계에서 

그 정도가 손해없이 돌려받는 안전한 치료 횟수라는 걸 파악했기 때문인 듯.

우리 병원 의사선생님은 고맙게도 횟수에 상관없이 치료를 해주신 듯한데

나쁜 보험회사가 치료비를 다 지불할까 의심스럽다.

 

처음 사고가 난 후 보험회사 직원과 대화하면서 

이런 괘씸한 인간들, 이라는 생각 때문에

치료를 더 열심히 받기도 한 건데

결국 피해는 병원에게 돌아가는 거 아닌가.

잘난 내 공명심 때문에

결국 병원이 피해를 입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

부담스럽고 머리 아프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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