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가물가물

1.

새벽에 잠에서 깨었을 때만해도

멋진 시나리오를 쓸 만큼 멋진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화장실 갔다가 한 숨 더 자고 일어났더니

기억이 잘 안난다. 가물가물한 기억 저 편.

 

IN감독이 몇 개월전 보냈던 시나리오의 주인공들처럼

내 꿈 속 등장인물들도 80년대에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비밀에 싸인 결정적 순간 때문에  지금은 모두들 흩어져있다.

모두가 모여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다.

어떤 장애인시설에 비리가 있었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큰 사건이 있었고

그일 때문에 몇 십년간 헤어져있었던거다.

그 순간이 재연된다.

그리고 그저 큰 비리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기억을 차근차근 풀어놓다보니

주인공 중 한 사람이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하고 있었는데

성폭력 피해자도, 그것을 무력하게 지켜만 보고 있던 다른 인물들도

그 사건이 너무나 감당하기 힘들어서

모두가 기억에서 지워버렸던  거다.

기억이 깨어나는 순간의 흐느낌. 모두의 흐느낌.

꿈 속 악인이 비열하게 웃으며

"너희들도 지켜만 보고 있었잖아!"

라고 외칠 때

사람들의 마음이 다 무너져내렸다.

지켜보던 나의 마음도.

 

2.

온 가족이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남편이 제일 꼴찌였는데

나랑 아이들은 주차장에 내려와서

차 위에 이불같은 걸 깔아놓고

그 위에 앉아서 놀고 있었다.

진료를 다 끝낸 한의원 선생님이

집에 가려고 주차장에 내려오셔서

놀고있는 우리한테

옷걸이 같은 걸 주심.

 

한의원에서 안쓰는 거라 방치해두고 있었던  건데

남편이 선생님에게 

"안 쓰는 거면  저 주세요"

했다고 건네주시는 거였음.

 

물건이 제 소임을 다 못하고 방치되어있는 걸

못 견뎌하는 건 내  특성인데

남편이 내가 할 일을 했네,

라고 신기해하며 

옷걸이같은 걸 받았다.

옷걸이의 한 쪽은 깨져있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