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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바라는 걸까

진보넷 블로그 4주년이라고 이런저런 이벤트들이 준비되는 듯.

아...생각이 많아서 컴앞에 앉았는데 이 한 줄 쓰고 쓰기가 싫어져버리네.

글을 쓰는 일도 성의와 관심이 있어야 하는구나...

 

뻐꾸기님 환송회 때 네오는 블로깅이 "더이상 재미가 없다"고 말했었다.

나도 그런가 싶기도 하고.

아침에 블로그홈에 가서 하루동안 글들이 몇 개나 올라오나 세어봤더니

50~60개 정도였다. 민중의소리에 가서도 세어보니 그 정도.

민중의 소리는 조회수가 나왔는데 거의 1~2였다.

비교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처음 블로그를 만들었을 때는

잘 모르는 사람들과 왕래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블로그를 새로 만든 사람한테는 가서 인사도 하고 격려성 댓글도 달고 그랬었다.

진보넷 블로그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뭐 그런 소박한 생각으로. ㅋㅋ

초기에는 블로그홈에 올라온 글들을 하나씩 하나씩 다 읽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그러지않는다. 제목 보고서 끌리는 것들만 몇 개.

 

그러다 절대로 안가는 블로그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절대로 안가는 블로그'는 끌리는 제목이 있어도 들어가지않는다.

괜히 들어갔다가 마음이 상한 적이 많기 때문.

내 블로그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런 식의 일방적인 절교가 벌써 세 건이다.

(그런데 최초의 일방적 절교의 상대가 캐산이었는데..

그 분이 블로그를 닫아버려서 난 좀 미안하다. 정말 미안.

더 얘기를 해봤어야하는데 그렇게 조용히 아웃시켜버려서 정말 미안..)

앞으로 더 늘어나겠지.

그렇게 지뢰가 늘어가는 것을 느끼다보면 소외감 비슷한 것이 느껴진다.

 

블로그를 해본 경험이 많진 않지만

싸이와 네이버에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지은 적이 있었고

사무실에서 홈피를 만들어준 적이 있었다.

싸이와 네이버는 괜히 내가 누군가를 장사시켜준다는 생각에 소극적이었고

사무실 홈피는 '혼자 독백'에서 시작했다가 팬 페이지(*^^) 비슷한 게 되었는데

혼자만 떠드는 것같아서 좀 미안했다. *^^*

그러다 진보넷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내가 글을 올리는 이유는 '독백을 가장한 하소연'이다.

세상에 이 곳처럼 오랫동안 떠들어도 되는 곳은 없다.

요즘 컴퓨터와 카메라 때문에 선배, 후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면 컴이나 카메라로부터 멀리멀리 떨어져나가

어느 순간 신세한탄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얼른 '이게 웬 주책이냐' 하는 생각에

"내가 너무 많이 떠들었지?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하고 후다닥 전화를 끊는다.

 

예전에는 그리 심하지 않았는데

블로그에 제대로 이야기를 털어놓지 못해서인지 주책바가지가 되어간다.

혼자서만 보는 일기가 아닌,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이유는

혼자서 중얼거리는 게 아닌,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과 비슷한 이유.

그런데 그 말하는 '나'라는 존재가 단순하지가 않다.

 

첫 영화 <나는 행복하다>는 그 제작의도가

'평범한 내가 겪었던 한 달의 시간을 관객들에게 대리체험하게 하고 싶다" 는

아주 단순명료한 것이었다.

두번째도 세번째도 비슷했다.

특히 <엄마...> 이후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서 내가 느꼈던 것은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기쁨이었다.

 

그전에도 뭔가 쓰지못해서 안달이었던 나는 더욱더 열심히 기록했다.

일상의 자잘한 일들에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 걱정과 황당함, 속상함같은 것들을

세세하게 헤아리고 잊지 않기 위해 기록을 해왔다.

내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유도 그와 비슷하다.

다큐멘터리 만드는 일은 내게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그것을 직업이라고 말하는 순간

내가 말하고 쓰고 생각해왔던 모든 것들이

반짝거림을 잃어버리는 기분이다.

 

나는 내가 숨쉬는 공기 속 모든 입자들을

세세하게 헤아려서 묻을 건 묻고 남길 건 남긴다.

그것이 나의 블로그였다.

그리고 그것이 내 다큐멘터리의 동력이다.

그런데 어느 날, "왜 그렇게 예민하냐?"로 시작해서 그러지 말라는 충고를 받고

짜증이 났다. 그것이 나다. 그것이 나라고.

나는 점점 둔감해지고 이 상태에서 더 무뎌지는 것이 두려운 사람이다.

물론 같이 사는 사람들이 피곤할 것이고

때로는 나 때문에 내 아이들이 불안한 정서를 갖게될까 봐 두렵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는 건 좀 이상하다.

그것은 애정을 가장한 폭력이다.

자신의 가치관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진보넷 블로거 중 어떤 이들에게서 '나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긴 하지만

그건 그의 일이고 나의 일이 아니다.

그건 그 사람이 사는 방식이고 나의 방식이 아니다.

 

나는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충고를 해본 적이 별로 없다.

나는 내가 불편하지 않으면, 내가 피해를 입지않으면 입을 다무는 사람이다.

대신 마음 속에서 조용히 선을 긋는다. 물론 생글거리는 얼굴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나는 사무실의 동료들 외에 지속적으로 만나는 사람이 없다.

대신 지속적으로 만나는, 만나야 하는 사람들과는 많은 상호작용을 꾀한다.

 

블로그를 닫고 싶었던 첫번째 고민이 '무분별한 선넘기'에서 비롯되었다면

최근 '싸잡아서 매도되기' 를 겪으면서는 그 욕구가 더 강해졌었다. 

만약 그 발화자가 네이버의 그렇고 그런 마초들이었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한 사람의 싸잡아서 매도하는 그 대상에

나의 블로깅, 나의 다큐멘터리도 해당되는 것을 느끼면서

분노 혹은 허탈같은 게 치밀었다.

하지만 뭔가를 설명하다보면 "(그 엄마와) 난 다르거든요"

이런 양상이 되어버릴 것같아서 입 다물고 그냥 내 아기들 얘기만 올리는 중.

무엇보다 처음 나를 블로깅으로 이끌고 오랫동안 믿어왔던 사람의 덧글을 보며

솔직히 진보넷 블로그에 정이 떨어졌다.

그 블로그들도 이제 지뢰목록에 들어가겠지.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서 생각해본다.

이렇게 지뢰가 많아지는 이 곳에서 나는 뭘 더 바라는 걸까?

 

뭘 더 바라는 걸까....

잘 모르겠네.정말.

미련일 뿐인지도.

 

*강력한 강조!!

안닫는다니까요.

안닫으려니까 이렇게 글을 쓰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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