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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현실이 꿈에 스미고 꿈이 현실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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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18
    2016/01/18
    하루

2016/06/04

강화에서의 첫촬영 날이다. 

남편은 지방출장 때문에 새벽에 나가야했고

나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늦지 않게 집결지에 가야했다.

차를 두고 버스를 두 번 타야 도달할 수 있는 곳.

첫번째 버스를 타는 것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런데 낯선 곳이라 갈아타야할 곳을 지나치고 말았다.

뒷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앞자리에 가서 운전사에게 물어보고 나서

더가기 전에 얼른 내렸다. 

환승지점까지 거슬러 가야하는데

내리면서도 걱정이 됐던 이유는 연휴의 초입이라서인지

차들이 도로 위에 주차장만큼이나 빽빽하게 줄지어 서있는 걸

내가 보면서 왔기 때문이다.

환승을 위해 내리자마자 정류장에는 곧 떠나려는  버스가 있었는데

그걸 탈까 말까 하다가 진행방향이 일치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차가 막히면

시간이 더 지체될 게 뻔해서 일단 버스정류장에 있는 사람들한테 버스노선을 물었다.

50-6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10대 소녀.

그들은 너무 친절하지도 않게 너무 냉정하지도 않게 내 물음에 답을 해주었다.  

내가 타야했던 버스는 방금 그 버스였다. 

30분 마다  한 대씩 오는 버스인데 나는 망설이느라 그 버스를 놓치고 만거다.

오랜만에 새 일을 시작하는 거고

강화에서의 첫 시도, 그리고 첫 촬영인데 이렇게 망쳐버리다니 

자꾸 눈물이 났다.

어떻게 해야 하나.....

결정적으로 당혹스러웠던 것은 급히 내리느라 차 안에 카메라가방을 두고 왔다는 거다.

버스 안에서 카메라 조작법을 연습하느라 나는 카메라만 꺼내든 상태였다.

카메라만 가지고 촬영을 진행할 수는 있지만

한 개의 배터리로 하루 종일 진행되는 촬영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무엇보다 지갑도 카메라 가방에 있는데 내가 지금 버스나 탈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주머니를 뒤져보는데 앞 주머니들에 지폐같은 게 있는 것같아서 꺼내보니 시효가 지나버린 메모지.

다행히 뒷주머니에 신용카드가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집결지 말고 첫번째 촬영장소로 바로 가기로 결정.

그러면 집에 가서 여분의 다른 카메라를 가지고 갈  수 있다. 

택시를  타면 더 빨리 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데 (집까지 가는 택시요금은 34,000원)

이렇게까지 막히는 상황이라면 택시나 버스나 거기서 거기이고 

아마 버스가 더 나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환승지점까지 가는 다른 버스는 없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그런 것들을 알아봤다. 

오늘 집결지에서 만나기로 한 행사 책임자에게 

집결지 말고 행사장으로 직접 가겠다는 연락을 하기 위해서는

몇 시까지 어디로 갈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했다.

애초에 나는 11시까지 집결지로 가야했다,

라고 생각을 하며 시계를 보니 시간이 도저히 안될 것같았다.  

10시가 넘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계를 보다가 갑자기 퍼뜩 떠오른 것!

오늘 집결시간은 10시였다!

왜 내가 11시로 잘못 알고 있는 거지?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이건 꿈이다! 라는 마음 속 외침이 들렸고 편안해졌다.

깨어보니 아침 6시.

남편은 나갈 채비를 다 끝내고 자는 아이들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체했는지 배가 아파서 더운 물을 마시고 따뜻한 팩으로 배를 찜질하며

오늘 촬영이 잘 되기를 바랬다. 

 

꿈 속 나는 버스에서 내려 다시 돌아가야하는 버스정류장까지 걷는 동안

내내 울고 있었다.

눈물만 흘리는 게 아니라 입술 사이로 흐느낌이 계속 새어나오는 울음. 

누구한테도 도움을 청할 수 없고

이 난관을 오직 홀로 극복해야한다는 그 절박감과 슬픔과 쓸쓸함이

가슴을 온통 짓누르고 있었고

하지만 그 슬픔도 '촬영을 수행해야 한다는 각오'를 해치지는 않았다. 

이것이 지금의 나, 2016년 6월 하루의 상태이다.  

오늘은 강화에서의 첫 촬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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