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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현실이 꿈에 스미고 꿈이 현실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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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13
    2016/01/11
    하루

2016/02/01

1. 책읽기 모임에 참여하기로 했다.

영화제 뒷풀이에서 서독제 사무국장, 한독협 사무국장 등이랑 술을 마시다가

우리가 놀고있는 그 자리에서  

어떤 감독이 파트너의 생일맞이 깜짝 파티를 한다 하고

그래서 우리는 '깜짝'을 더 강력하게 해주는 중요한 조연역할을 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잠깐 다른 장소에 와있던 나는

다시 그 깜짝파티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고

꿈에서 깜짝파티는 다시 책모임으로 바뀌고

책모임 주최자는 H선배다.

2010년 서울에서 혼자 아이들을 돌보며 열심 작업할 때

가끔 사무실에 와서 사무실 동료들에게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작업에 찌들어있는 내게도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었다.

그 후로 H선배와는 몇 달만에 한 번씩 드문드문 만난다.

원래 얼굴만 알고 지내던 사이였으나 

어떤 모임을 함께 하게 되었고

모임에서 H가 한동안 잠적했었는데 그게 H의 우울증인 것같다고

모임 구성원들끼리 H랑 규칙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자 했었다.

그래서 연락을 했다가 영화를 보았고 그 후로 가끔 만나는 사이.

(놀랍게도 모임 구성원 중에 연락한 사람은 가장 안친했던 나 뿐)

만남의 간격은 점점 멀어져서 이제는 1년에 한 번 영화제에서나 만난다.

 

꿈밖의 나는 오랫동안 H에게 못하고 있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꿈 속에서 H에게 그 말을 했다.

그 말을 하는 과정이 무척 심란했는데

여러 번  H에게 전화를 해서 묻는다. "내가 책모임에 가도 될까요?"

오라고, 꼭 오라고 한다.

나는 그런 전화를 두번 더 한다.

H가 전화를 해온다. "책모임에 올 거니?"

못갈지도 모른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다가 말을 하는 동안 안가는 방향으로 확정됨.

그리고 H에게 책모임에도 안가게 되었으니 이제 우리는 우연이라도 만나지 말자고 한다.

H의 아쉬워하면서도 홀가분해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나 또한 아쉬우면서도 홀가분한 마음.

이제 우리는 다시 만나지 않겠다.

 

2.

다시 책모임이 있는 그 방이다.

그 방은 원래 내 방인데(시골집  공부방이다)

한달에 한 번 있는 책모임에 그 방을 빌려주기로 했다.

1~2학년 여학생들 중 몇 명이 와서 방을 함께 치워준다.

방을 빨리 치우고 책모임 멤버들이 오기 전에 나가야 하는데

결국 다시 H를 만나고 만다. 

우리는 어색한 웃음을 주고받고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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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을 만나거나 볼 때 나를 움직이는 가장 큰 감정은 연민이다.

그 사람의 이력을 아는 친구 M은

우울증이란 맑은 물컵에 파란 물감 한방울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주위를 온통 물들일만큼 강력한 증상이니

행여나 그 사람의 우울증이 걱정되더라도  멀리하라고 충고했다.

남편은 몇 번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었고 

나는 남편에게  

이 생애에서 내가 사랑하는 남자는 당신이 마지막일테니 

오해는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의심이 어떻게 마음을 병들게 하는지를 나는 잘 안다.

그래서 나는 남편에게

내가 왜 H선배에게 마음을 쓰는지

말해주었다.

선배가 알면 정말 불쾌할 거다. 

선배는 내가 자신의 불행을 안다는 사실도 모른다.

M의 남친이 H와 절친이었고 그 덕분에 그 비밀을 M이 알게 된  거였다.

H는 여러번, '너는 아이들을 정말 끔찍히도 사랑하는구나'

하는 류의 감탄을 내보였고 나는 '그게 뭐 놀라운 사실인가' 하는 마음으로

그 말들을 들었다.

나중에 70살이 되어서도 살아있으면

네 삶의 모든 의무를 다 끝내고 자유로워져있으면

그때 뭔가를 도모해보자,라는 말을 어느 날 들었고 나는 그냥 웃었다

나는 늘 H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봐 걱정되었다.

H선배의 그 말에 진심이 몇 프로가 섞여있는지 그런 걸 따지고 싶지도 않았고

진심이 50%를 넘어선다면 

적어도 H는 70이전에 자살은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로 시간이 흘렀고 관계는 흐지부지, 가끔 우연처럼 만나는데

그때마다 H선배는 너무나 반가워한다.

그래서 그 말이 농담이었는지, 

아니면  예전엔 진담이었던 그 말에 대해서 어떻게든 매듭을 지어야하는지

난감하다. 

꿈 속에서 내가 H에게 했던 말은 "이제 그 약속은 잊고 네 삶을 살아"

라는 거였다. 나도 그 약속은 잊을께,라고. 

어디서든, 언제든, 이 생애에 뿌리를 내리고 행복하길 바래 라고.

그리고 온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기 바래,라고.

마지막에 한마디 말을 못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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