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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현실이 꿈에 스미고 꿈이 현실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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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1/09
    가라앉은 채로
    하루

악몽

1. 기억은 흡혈박쥐만큼이나 자비가 없고 끈질기다.

문서작업하다가 설핏 든 잠이 잊고 싶은 기억의 웅덩이로 나를 빠뜨림.

 

꿈 속에서 나는 학생이다. 넓은 교실 안에서 ms를 발견한다.

그는 강의를 하러 학교에  온 듯하다.

두 번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나는 그가 학생들과 잡담을 하는 사이

가방을 들고 몰래 빠져나온다.

친구가 나를 도와준다.

어두운 복도를 걷고 있는데 친구가 다급하게 나를 찾아와서

내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ms가 예정된 강의를 그만 두고 나를 쫓는다고 했다.

ms는 내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따라오며 나를 쫓고있다.

교직원들에게만 허락된 길이 있어 나는 그리로 내려간다.

한 여성이 여기는 교직원들만 가는 길이라며 나를 막는다.

나는 학생이지만 시간강사도 하고 있으니 여기를 갈 수 있다고 말하고

그 여성은 문으로 나를 나가게 해준다.

그 문은 학교지리를 잘 아는 사람에게만 알려진 곳이라 ms를 일단은 따돌린 듯하다.

대학캠퍼스로 보이는 넓은 곳을 오래오래 걸어 학교를 빠져나온다.

곧 따라잡힐 것같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버스정류장 근처의 집에 몸을 숨긴다.

더러운 벽지에 더러운 이불, 부엌과 방만 있는 작은 집에는

60대 아버지와 20대의 아픈 아들이 있다.

그 집의 부엌에는 문이 없어서 한쪽 벽에 붙어서 버스가 오는지를 살핀다.

버스 여러 대가 지나간다. 어디로 가는 버스여도 상관없다.

나는 일단 버스를 타고 여기를 벗어나고 싶다. 두번 다시 ms를 보고 싶지 않다.

그런데 버스를 보고 있는 내  앞에 사색이 된 친구와 ms가 나타난다.

나는 결국 잡힌 것이다.

나는 그 집에서 끌려나오다시피 나온다.  

ms는 자신의 동료 학자 두 명을 데려왔다.  그리고 나에게는 내 친구가 있다.

학교 교정으로 가자는 것을 나는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하고

할  말이 있으면 여기서 하라고  한다. 

길 한쪽에 둘러선다. 

ms와 그의 친구인 두 명의 학자, 그리고 나의 친구.

ms의 친구 중 한 명이 나의 잘못을 추궁한다.

그런데 그가 하는 말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는 진보적인 학자인데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지 한심하다.

ms는 어떻게든 나를 다시 데려가려고 한다. 

자신을 믿고 따랐던 예전의 나로 돌려놓기 위해

ms는 자신의 친구 중 이름난 학자 두 명을 데려온 것이다.

연구자인 당신들을 내가 말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들이 오랫동안 해왔던 공부가 이렇게 말도 안되는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게

정말 한심하다.

당신들이 아무리 현학적인 말로 나를 제압하려고 해도

나는 당신들의 그 논리에 빠져들지 않고 나를 지킬 수 있다.

나는 잘못이 없다. 학문을 사사로운 목적에 이용하지 말라.

나는 눈을 들어 ms를 똑바로 바라본다.

 

2. 프로젝트 팀원들이 우리집으로 mt를 왔다.

두 개의 상은 이미 다 차려져있고 사람들은 맛있게 먹는다.

한 상의 찌개는 바닥났고 한 상의 찌개는 너무 많이 남았다.

많이 남은 상의 찌개를 다른 쪽 상으로 옮기고 개인접시를 찾는다.

어제밤 설거지를 한 n이 그릇을 다 어디다  둔지 모르겠다.

n과 즐겁게 웃으며 그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늦게 일어난 ch가 상에 앉는다. 꿈 속에서도 ch가 싫다.

ch를 모른척 하며 "밥 먹고 뭐할까요? 포구에 가서 갈매기에 새우깡을 줄까요?"

사람들은 그다지 호응이 없고 나는 남은 시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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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친구 b가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다.

b가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참여자였던 나는 2주째 그 상황에 함께 하고 있다. 

어제 밤 9시부터 온라인토론을  했고 구성원 중 한 사람인 ch의 무신경한 말들에

b가 상처받을 것같아 나는 내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일텐데도 이토록 무신경하다.(그래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은 거다)

그 사람은 ms의 친구이다. 

어제 내내 바싹 마른 글을 쓰다 약속된 토론에 참여했고

시종일관 그 무신경에 지쳤다.

아마 그래서 ms가 꿈에 나타났을 것이다.

ms는 한때 내가 존경했던 학자이자 나의 선생이었다.

강의실에서 그에게 매혹되었다. 하지만 강의실에서 끝났어야 했다.

어떻게 해서였는지 그는 나의 이메일함을 들여다보고선 

다른 선생님에게 보낸 메일의 내용을 문제 삼았다.

다른 선생님의 강의를 재미있어하자 거기에 대해서 불쾌해했다.

..........

더이상 떠올리기 싫다. 꿈 때문에 이렇게 깨어나고 다시 기억을 떠올리는 만큼

기억은 더 연장될 것이다. 그렇다고 피해갈 수만은 없다. 그냥 내 생에 남은 자국이다. 

흉터같은 자국. 신체의 흉터를 없애는 연고는 있는데 기억의 흉터를 없애는 비법은 없나.

 

내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은별을 혼자 재울 수가 없어서

같이 잠자리에 들면서 "오늘도 재미있는 꿈을 꿔야지!" 했는데

꿈이 재미가 없었다.

상징이나 은유, 예지 코드는 하나도 없는 

피하고 싶은 기억만 뭉텅 들어있는.

ms와의 시간을 거치며 정한 몇가지 원칙.

글을 잘 쓴다고,  말을 잘 한다고, 사람에게 매혹되지 말자. 그건 그의 활동일 뿐이다.

특정한 영역에서 만난 사람은 그 영역에서만 교류해야한다. 일상을 견고한 칸막이로 만들자.

꼭 그래야  한다. 그랬어야  했다.

 

2. 공저 출판이 얘기되고 있다.

월요일 출판사 관계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원고가 좋은데 너무 술술 읽혀서

극적 구성을 위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미팅은 40분 정도로 짧게 끝났다.

책을 두 권 낸 ch가 "이 인간들하고는 출판 안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낸 걸 봤다.

ch는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같다.

자신이 책을 두 권 내서 다른 필자들에 비해 출판사로부터 더 주목을 받고 있다는 착각?

우리 책은 훌륭하다. 출판이 되면 화제가 될 것이다.

출판사 관계자는 나의 다른 영화들에 관심을 보인다.

구태여 '지금 세 개의 출판사와 집필에 대한 얘기가 진행중이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책에 대한 얘기는 여러번 진행되었지만 사실 나는 내 책이 잘 팔릴 것같지 않다.

출판담당자는 "우리는 전문가니까 그런 건 걱정말라"고 하지만

나는 이미 개봉했던 내 영화가 극장에서 외로이 틀어졌던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영화제의 반응이 폭발적이라서 극장주가 특별히 개봉을 시켜준 경우였다.

스코어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스코어를 모른다. 사무국장이 나 상처받는다고 안알려줌)

나의 영화, 나의 글은 상업적 질서망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극장보다는 공동체상영을 통해 기록을 세웠던 것처럼

그냥 나는 블로그나 페북 등을 통해 소소한 피드백을 받는 게 좋다. 

b의 희생을 딛고 우리가 이룬 성취는 눈부시다.

우리는 지금 출판을 앞에 두고 있다.

내가 열심히 밥상을 차리고 n이 설거지를 하고 모두가 바쁜 와중에

ch는 느지막히 일어나 밥을 먹는다.

자기가 이 mt에 참가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라는 태도로.

내 의식을 그대로 반영하는 내 꿈이 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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