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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생각하는데

사실은 내 본업이라

치열해야 한다는 당위에 미안해하면서

메모해둔다.

 

극장에 못가니 어둠의 경로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의 고민과 이어지는 두 편의 영화를 구했다.

지아장커의 <동>과 <스틸 라이프>

관련글은 여기 ===> http://karhide.egloos.com/2798509

 

정성일은 이렇게 말한다.

"같은 것을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로 반복하거나, 혹은 단지 동일한 대상을 다큐멘터리로 다가간 다음 극영화로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두 영화는 하나의 질서에 대한 외재적 관찰과 내생적 개입으로 이루어진 서로 다르게 긍정된 세계의 재현 프로그램이다"

나는 이 말을 지금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말은 앞으로 내가 이해해야할 말이다.

 

땅에 코를 박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의 발견은 항상 우연이다.

한달에 한 번 써야하는 영화평 때문에 나는 자주 위디스크를 들락거리고

그러다 <동>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발견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몇 십여분을 보다가 나는 궁금했다.

도대체 이건 무슨 영화일까?

<동강은 흐른다>처럼 댐에 관한 이야기인가?

<이상한 나라의 화가들>처럼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인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검색을 하다

만든 사람의 이름과

다큐와 극영화를 넘나드는 고민에 대한 대담 기사까지 읽었다.

항상 이런 식이다.

내가 늪에 빠진 기분으로 등장인물에 대한 양심을 이야기할 때

선배가 키에슬로프스키 이야기를 해주었던 것처럼

(그 과정을 거치며 알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내가 고민이랍시고 몰두하고 있는 그 문제가 이미 책에 나와있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는 사실들을

나는 땅바닥에 코를 박은 채 새삼 발견하고 머리를 싸맨다..

 

몇주일 전, 여성인권영화제 때문에 아트스페이스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대학선배가 <무용>을 보러 왔다고 얘기할 때

나는 그 곳에서 무슨 공연이 있나....하고 뜨악했었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 더 나아질까?

<동><스틸 라이프><무용> 이 한 개의 선으로 이어진다는데

뒤늦게 알게 된다. 땅바닥에 흩어진 점들을 이어가다...

 

산은 첩첩이 쌓여있다.

나의 공부를 도와준다고 후배가 구해준 키에슬로프스키 다큐에는 자막이 없었고

그것과 함께 받은 <디어 평양>은 영문자막이었으며

<딸이 되는 절차>는 테잎 불량으로 플레이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동원선배가 준 최신 다큐도 영어자막이었다.

지금은 다들 영어가 필수어인가봐.

하늘과 함께 영어공부라도 해야하는 건 아닌지....

 

마음을 나누던 동료가 먼 나라에서 돌아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말을 함께 듣던  남편이 묻는다. "부럽지?"

짧게 대답했다. "응"

아카이브 때문에라도 꼭 가보라고 한 곳.

도서관에 틀어박혀있어도 충분히 행복할 거라고 권하던 곳.

갑자기 생각이 난다.

 

이 곳이 아닌 다른 곳.

조금 부러운 사람들

그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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