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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 여행에서 만난 공동체성

짝꿍과 엄마를 모시고 간 배낭여행은 출발부터 문제가 생겼다. 베이징을 경유하는 노선인데, 베이징에 폭설이 내려 비행기가 못 뜬다면서 베이징에 가서 이후 비행편을 다시 알아보란다. 순간 머릿속에 많은 상황이 스쳐지나간다. 베이징에서 1박을 하게 될 경우, 애초 일정을 길게 잡았으니 일정문제는 없겠지만 옷이 문제였다. 봄가을 차림으로 간 우리에게 폭설이 내린 곳에서 하루를 보내라는 건...
걱정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우여곡절이 많은 배낭여행의 난감한 상황이 출발부터 시작되는구나...’하며 생기는 긴장감과 스릴... 부딪히면 해결된다고 베이징에 도착하니 천만다행으로 공항정비가 다 되어 문제없이 비행기가 뜨고 있었다.

 

윈난은 중국의 56개 소수민족중 26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들의 민속축제와 놀이, 생활상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어 문화체험 여행으로도 좋다. 여행을 하면서 그곳에 살고있는 원주민들을 만나보면 더러는 한국말을 조금씩 하는 친구들도있어, 재미를 더한다.
이곳 소수민족마을은 아직까지 공동체성이 살아있다. 크게는 전통적인 민속축제가 살아있고, 대가족이 한집에 살며 함께 부대끼고 함께 밥을 먹는 생활풍습이 살아있다. 그래서인지 도심에서 가끔보이는 거지가 안보인다. 전체적으로 가난할지언정 굶어죽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하긴 이렇게 문명화된 시대에 굶어죽는 사람이 있다는건 인간이 얼마나 야만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단면이 아닐까?


소수민족 마을투어를 하면서 엄마가 걱정하신다.
“저기 사는 마을사람들은 도대체 무얼 먹고 살까?”

마을이 도시화되어 집중화되고 대규모로 되어지면서, 자체 순환경제가 파괴되고 자급자족이 끊겼다. 도시화로 인한 경제의 파괴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소수민족의 작은 마을들은 그 자체로 순환경제가 살아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고 보면 도시화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들을 뺏아갔다. 공동체성, 자립경제, 유대감... 이런것들의 결핍으로 빈곤층과 노숙인이 생기고, 우울증이 늘어난다.
그런데 당장 이런 공동체 질서를 회복하는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는걸보면, 자본주의, 도시화가 우리의 성향까지 그에 맞게 바꾸어놓는게 아닌가 싶어 겁이나기도 한다.

 

윈난의 북쪽으로 올라가면 샹그릴라라고 불리는 중덴이라는 마을이 있다. 여기서부터 티벳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데....
이곳 전통 마을체험에 갔더니 “타싯텔레”라고 환하게 웃으며 주인장이 인사를 건넨다.
우리 인사로는 ‘안녕하세요’라는 정도인데, 그냥 지나가는 인사가아니라 환대의 뜻을 담고있다고 한다.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환대의 문화가 살아있는 곳이란다. 소수민족 마을이나 집에가면 손님들을 반기고 환대하는 문화가 많이 살아있는데, 요즘은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그런 환대 역시 상품화되거나 뭔가를 바라는 식으로 변질되고 있다니 가슴아픈 일이다.
하긴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언제올지 모르는 손님을 위해 밥한그릇정도는 항상 남겨두었고, 누구에게나 선뜻 사랑방을 내어줬으니, 생판 모르던 것들을 접한건 아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에겐 그런 좋은 문화가 깡그리 사라지고 있다는 거다.
술을 한잔씩 건네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환대’가 사람들을 금새 친하게 만들고 모든 편견과 장벽을 쉽게 깰수있다는 것에 다시금 놀란다.

 

여행을 시작한지 사나흘이 지나니 중국어를 하나도 못하는 엄마가 혼자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사먹기도하고, 사람들이랑 뭔가 대화를 한다. 옆에서 들어보면 한명은 한국말로, 한명은 중국말로하는데 서로 웃기도 하고 대화가 잘된다.
함께 물건을 살때도 우리는 중국어 여행책자를 먼저 뒤척이는데, 옆에서 엄마는 자연스레 한국말로 이것저것 요구도하고 흥정을 한다. 어쩌면 사람이 서로 소통한다는 것은 지식나눔이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교감이 아닐까? 우리가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하지만 더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는 감정, 느낌을 나누는게 아니라 지식만을 전달하려 했기 때문 아닐까?
현대사회가 점차 지식사회로 되어지면서 인간애에대한 교류가 아닌 정보의 교류만이 만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은 윈난 두 번째 여행이다.
이곳은 일년내내 꽃이 피는 봄날씨면서, 경치도 좋다. 그러나 경치가 아름다운 이곳 윈난이 더 매력적인건 아직 자본주의적 개발이 덜미쳤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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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인권연대 마지막호에 실은 글이다.

평화인권연대 소식지에 내가 공동체, 살기좋은 마을만들기에 대해 언급을 하는건, 삶을 살아가는 최소단위인 마을에서 공동체적 질서를 통해 우리가 평화적인 마인드를 키우고, 평화에 대해 느껴야 그것이 더 큰 공동체(국가)로 확장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서로 경쟁하듯 해병대를 지원하고,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만 나오면 누구라도 개거품 물고 한 수 거드는, 돈되는 개발이라면 사람이 죽어 나자빠져도 나몰라라하는 이런 우라질 대한민국 사회를 어디서부터 바꿀것인가?
전쟁이 국가주의의 산물이라면 평화는 공동체의 바탕이다.
국가주의에 맞서 전쟁에 반대하는것과 평화를 기반으로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은, 또 다른 축으로 동시에 진행이 되어야하는 것이다.
아무튼 평화운동이 우리의 삶에, 일상에 다가서려면 아직 멀었는데, 그렇게 애정이 많이 가는 평화인권연대가 문을 닫는다니 가슴아픈일이다. 그간 열심히 활동한 활동가들에게 박수를...

그리고 처음 평화인권연대에 들어올때 가졌던 마음, 영원히 잊지말기를...

다들 고생 많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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