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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경찰 과반수가 경찰대 폐지 찬성

현직 경찰들 과반수가 과도한 정원으로 인한 인사적체를 경찰대학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안으로는 ‘폐지 후 재교육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높았다. 이런 설문결과는 경찰대학 존폐론이 다시 쟁점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경찰대학 폐지론에 적잖은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최규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경찰 2백54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5일부터 9일까지 설문 조사를 한 결과를 9월 22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행정자치부 국정감사에서 공개하며 ‘경찰대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했다. 경찰대학 존폐를 현직 경찰에게 묻는 설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경찰대 폐지에 대해 찬성한다는 대답이 56.0%로 반대한다는 41.2%보다 높았다. 특히 직위와 출신별로 상반된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폐지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비간부급(64.3%)에서 특히 높게 나왔다. 경찰대 출신과 간부 후보생 경정 이상 직급에서는 '반대한다'는 응답이 월등히 높았으나, 경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 경사급 이하에서는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64.6%로 나타나 ‘폐지해서는 안된다’는 33.1%보다 2배가까이 높았다.

경찰대학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는 ‘과도한 정원으로 인한 인사 적체’(53.8%)와 ‘경찰대 출신의 폐쇄성’(44.8%), ‘이로 인한 경찰 조직 내부의 마찰과 위화감’(46.8%) 등을 지적한 응답이 높았다. 특히, 과반수의 응답자들이 경찰대 문제의 가장 핵심으로 '과도한 정원'을 지적한 점이 주목된다.

경찰대 현행유지 18.5% 그쳐

향후 경찰대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폐지 후 재교육기관 전환’이 34.8%로 가장 높았고  ‘현행대로 유지’는 18.5%에 불과했다. ‘입학정원 대폭축소’는 17.8%, ‘폐지 후 경찰고시제 신설’ 15.8%, ‘대학원제 전환’ 10.2% 순이었다. 경찰대학 폐지 여부와 마찬가지로 직급에 따라 대답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간부들은 ‘유지’ 형태를 비간부는 ‘폐지’ 형태를 선호하는 것이다.

경찰대학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에도 불구하고 경찰대학이 그동안 경찰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높았다. 경찰대학이 인재유입과 경찰의 이미지를 쇄신시켰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는 응답이 76.4%에 이르렀다. 특히 간부(90.7%), 수사 분야 경찰관(84.6%), 20대(82.4%), 30대(80.8%)에서 높은 응답이 나왔다.

경찰대 출신 간부의 업무능력에 대해서도 다른 간부와 비슷하다는 응답이 44.4%, 더 뛰어나다는 응답이 48.3%로 높게 나타났다. 경찰대 출신 간부들의 지휘능력에 대해서는 여타 간부들과 비슷하다는 응답이 52%로 나타난 가운데 뛰어나나 27.8%, 미흡하다 19.9%로 나타났으며 경찰대 출신 간부의 인성에 대해서도 비경찰대 출신 간부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48.4%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9월 26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경찰대학이 조직발전에 이바지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이제는 시대여건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경찰이 수사권조정을 주장하는 것은 검찰이 수사권을 독점하는 폐해를 극복하고 견제와 균형을 이루자는 취지”라며 “마찬가지로 경찰 안에서도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대학을 설립할 당시에는 대졸 순경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순경 대부분이 대졸자이고 경찰관련 학과가 75개를 넘어 경찰대 설립취지가 사라졌다”며 “이제는 순경출신 가운데 우수인력을 선발해서 교육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하위직 자질향상이 엘리트 양성보다 중요하다”며 “경찰은 병영에서 생활하는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대학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력이 경찰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허 청장은 “육군을 대상으로 육군사관학교에 대해 질문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며 “해마다 경위로 승진하는 경찰이 2천명 가량 되는데 그 중 경찰대학 출신 120명은 우려할 만한 숫자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앞으로는 순경으로 입직해도 자기만 열심히 하면 3-4년 안으로 경위가 될 수 있도록 승진제도를 보완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경찰대학을 대학원 중심으로 하면서 순경출신을 일정수 입학시키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가운데 78%에 이르는 경찰관이 경찰노조 설립에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출신별로 대답은 엇갈렸다. 경찰대 출신과 경사 이하 출신 경찰관들은 노조 설립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이 우세한 반면 간부후보생 출신들은 반대한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계급별로는 비간부급(82.9%), 연령대로는 30대(83.5%)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경찰대 폐지 찬성자의 81.7%가 경찰노조 설립을 찬성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9월 29일 오후 16시 43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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