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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1/12
    네트워크 전문가가 본 한국시민단체 연결망
    자작나무숲
  2. 2006/01/12
    어떤 활동전략이 '허브'시민단체 만드나
    자작나무숲

네트워크 전문가가 본 한국시민단체 연결망

“한국 시민단체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네트워크가 성숙하지 않았습니다. 끼리끼리 노는 것보다도 혼자 노는 양상이지요. 시민단체 연결망의 주변부로 갈수록 다른 단체와 연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민단체 연결망은 상당히 이원화돼 있습니다.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는 몇 개 단체와 전혀 그렇지 않은 대부분 단체라는 전혀 다른 두 매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건 결국 발휘할 수도 있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지요. 특히 지역단체로 갈수록 고립돼 있거나 같은 지역에 있는 단체와 최소한의 관계만 갖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네트워크 전문가 장덕진 교수.
시민의신문 
네트워크 전문가 장덕진 교수.

<시민의신문>과 ‘시민단체연결망분석’을 같이 한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단체 연결망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을 ‘조각난 네트워크’로 표현했다. 그는 “17대 국회의원들은 386운동권, 6·3세대, 긴급조치세대 등 6개 그룹을 중심으로 하나의 덩어리로 연결되지만 시민단체는 무려 44개 그룹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와 함께 “시민단체 네트워크는 몇 단계를 거치든 서로 연결되는 단체는 80%정도이고 나머지 20% 정도는 고립돼 있다”며 “그 20%는 말 그대로 ‘혼자 노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조각난 네트워크’라는 양상은 시민단체 연결망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단초가 된다. 그는 “글로벌 허브 몇 개를 빼버리면 연결망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연합 등 중심에 있는 몇 개 단체가 동시에 문을 닫는다고 가정합시다. 그럴 경우 시민단체들은 고립된 섬이 돼 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심이 되는 발전소 몇 곳이 가동을 멈추면서 그 영향이 미국 동부 전역에 미쳤던 2003년 8월 미국 동부지역 정전사태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겁니다.”

취약한 연결망을 보여주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서울 중심’에 있다.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연합, 시민행동, YMCA 등을 ‘허브’ 단체, 즉 일상적으로 시민운동의 중심에 있는 단체로 지목한 장 교수는 “학술적으로 볼 때 허브에는 글로벌 허브와 로컬 허브가 있다”며 “시민단체에서는 글로벌 허브는 있어도 로컬 허브는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서울 이외 지역에서,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허브가 많이 생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하면서 “허브가 없는 것보다는 허브가 있는 게 좋다”고 밝혔다. 중심에 있는 단체라도 없으면 시민단체가 파편화되고 시민사회 전반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지역별 연결망
대부분 지역의 단체들이 연결망에서 대단히 분절돼 있어 '조각난 네트워크'의 특징을 보여준다.
부산지역 연결망.
시민의신문 
부산지역 연결망.
인천지역 연결망.
시민의신문 
인천지역 연결망.
광주지역 연결망.
시민의신문 
광주지역 연결망.
대구지역 연결망.
시민의신문 
대구지역 연결망.
참여연대, 경실련, 녹색연합, 여성연합, 시민행동, YMCA를 제외한 연결망.
시민의신문 
참여연대, 경실련, 녹색연합, 여성연합, 시민행동, YMCA를 제외한 연결망.

문제는 시민단체 연결망을 하나로 이어주는 단체가 극소수에 불과하면 특정한 사안에 대해 특정 단체의 입장이 전체를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데 있다. 장 교수는 이를 미일무역편중현상에 비유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지금 상태가 계속되면 다양한 민주주의 활성화라는 시민사회의 본래 목표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정 단체, 특정 그룹의 의견이 시민사회 전체 의견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 구조입니다. 그걸 막으려면 가능하면 현재 중심이 되는 단체와 다른 이념성향, 다른 세대, 다른 지역 뭐든 간에 다른 특성을 가진 단체들이 허브로 많이 생겨야 한는 것입니다. 그게 시민사회 역동성을 유지하면서 위험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입니다.”

장 교수는 여기에 더해 한 가지를 더 지목한다. 그는 “한국에서 서울 중심이 나타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런 분절이 서울과 지방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단체설립연도에 따른 차이도 있다”고 지적했다. “YMCA나 흥사단처럼 역사가 상대적으로 깊은 단체들이 규모는 제일 크지만 80년대 이후 생긴 단체들과 단절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6일 오후 17시 4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1호 9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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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활동전략이 '허브'시민단체 만드나

네트워크에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와 폐쇄적인 네트워크가 있다. 폐쇄적인 네트워크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자기들끼리만 관계 밀도가 높고 특정한 이익을 대변한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는 비슷한 단체들끼리 모이는 것 보다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주력한다. 서로 다른 단체들끼리 모인다면 서로 다른 정보와 자원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성격이 다른 단체와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일정기간 이상 지속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허브’ 단체가 탄생한다.

시민단체 연결망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체는 바로 함께하는시민행동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연결망 중심에 자리잡은 시민행동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스스로 “우리는 ‘등 단체’”라고 불렀다. 언론이 주요단체 몇 곳을 열거한 다음 ‘등 몇 개 단체’로 표현하면서 유래한 ‘등 단체’는 통상 사회적으로 주목을 별로 못 받는 단체를 가리킨다. 어떤 점들이 시민행동을 ‘등 단체’에서 ‘허브 단체’로 만들었을까. 시민행동의 활동전략은 여타 시민단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연대와 협력적인 관계를 설정하고 있는 점”을 시민행동의 연결망에서 눈여겨 볼 점으로 꼽았다. “새롭게 부상하는 조직이나 사람이 기존 허브와 협력적인 관계를 맺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경쟁관계로 설정하지요. 그럴 경우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너지 효과를 잘 활용하는 경우는 기존 ‘허브’를 인정하면서 기존 ‘허브’가 하지 못했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을 고민합니다.” 정선애 시민행동 정책실장은 장 교수의 지적에 동의하면서 “그것이 바로 시민행동이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1999년 창립한 시민행동은 초기부터 예산감시운동을 통해 부문, 성향, 지역과 상관없이 다양한 단체들과 관계를 맺었다. 특히 “단체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가를 중요하게 보면서 어떤 단체와도 경쟁관계를 구축하지 않으려 한 점”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성인지적 예산’이라는 매개를 통해 여성운동단체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양자 모두 발전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에서 보듯 시민행동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한 셈이다.

“지도부를 자임하거나 주도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구성원들이 단체 설립 당시부터 확고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역할로 기여하겠다는 생각이 강했죠. 이름이 날 일이 있거나 성과가 날 일이 있거나 했을 때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의식했습니다. ‘등 단체’가 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다른 단체가 하지 않거나 별반 주목하지 않았던 예산감시운동과 정보인권운동을 시민행동의 주력활동으로 벌인 것은 시민행동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승창 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우리가 참여연대와 똑같이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비슷한 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는 게 더 좋다고 본다”고 말한다.

시민행동 연결망
함께하는시민행동은 예산감시운동과 정보인권운동을 중심으로 성향,분야,지역 등에 구애받지 않고 연결망을 구축하는 활동전략을 구사한다. 특히 예산감시운동과 정보인권운동은 여타 단체에서 미진한 활동분야라는 점에서 독자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실을 한다.


시민행동 비공식 연결망.
시민의신문 
시민행동 비공식 연결망.
시민행동 공식연결망.
시민의신문 
시민행동 공식연결망.
시민행동 공조연결망.
시민의신문 
시민행동 공조연결망.
시민행동 평가연결망.
시민의신문 
시민행동 평가연결망.

“몸 대주기 연대운동은 안 한다”

시민행동은 연대운동에만 주력하는 단체가 아니다. 이름만 빌려주는 연대운동은 배제하고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연대운동은 적극적으로 나선다. 하 처장은 “시민행동을 처음 만들 때 기존 연대운동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결국 한 단체가 다 하는 그런 운동은 단체간 민주주의에도 좋지 않으니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하 처장의 친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연대체 하나를 빼고는” 언론개혁을 주제로 한 연대운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 참여하더라도 특별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 처장은 “당장엔 욕먹을지 몰라도 결국엔 그게 전체운동에도 더 좋다”고 자신한다.

정 실장은 “근본적으로는 전술전략 차원에서 파워게임하듯이 연대가 이뤄지는 것은 결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며 “자꾸 그렇게 하다보면 그 방식에 의존하는 경향만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단체간 네트워크는 구체적이고 분명한 사안별 네트워크가 돼야 한다”며 “참여하는 단체와 사람들이 사안에 대한 관심과 열정 때문에 자기 역할을 만들어 내는 연대운동”을 주장했다. 그는 “이라크 파병반대운동을 위해 수백개 단체가 모이는 것 보다 몇몇 단체가 벌였던 피스몹이 더 의미있다고 봤다”며 “자유롭게 모인 사람들이 피스몹을 위해 기획을 같이 하고 시간을 내고 열정을 보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창조적 에너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하 처장은 “영향력 있는 단체, 큰 단체를 생각하지 않는다. 시민행동은 몇 등이 되겠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잘하고, 해보고 싶은 활동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성과를 내는 운동을 해보고자 했다”며 “그게 결국은 시민운동가가 운동을 하는 이유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 처장은 “처음에는 시민행동이라는 이름이 언론에 덜 나오는 걸 불만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그게 나중에는 발전에 도움이 더 많이 되었다”고 말한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6일 오후 17시 3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1호 9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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