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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1/13
    남영동분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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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6/01/13
    카드회사 배만 불린 카드연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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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6/01/13
    옛 남영동분실서 박종철 열사 19주기 추모제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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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6/01/13
    "인권운동 위기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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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6/01/13
    인권운동가가 말하는 인권운동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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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분실은 없다

경찰청이 ‘남영동 보안분실을 국민에게’ 추진위원회의 주장을 받아들인 이후 인권기념관 건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경찰청 보안3과는 홍제동 분실로 이전했고 굳게 닫혀 있던 육중한 철문은 열렸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입주했으며 곧 인권기념관 건립을 준비할 태스크포스팀도 활동을 시작한다. 지난 3일과 4일 연달아 남영동 보안분실을 방문해 남영동 보안분실을 둘러봤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비밀계단과 비밀 엘리베이터의 존재를 최초로 확인했으며 아울러 보안3과 이전 과정에서 박종철군이 고문으로 숨졌다는 509호 조사실 일부가 훼손됐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편집자주
남영동 보안분실 5층 한쪽에 겉으로 봐서는 조사실처럼 보이는 문을 열면 갑자기 엘리베이터와 비밀계단이 나타난다. 비밀계단은 1층과 5층을 곧바로 연결한다. 2층 사무실에서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조사실로 갈 수 있다. 방과 방, 방과 복도는 모두 문으로 격리돼 있다. 1층 뒷문을 통해 피의자를 데리고 들어와 비밀계단을 통해 5층 조사실로 데리고 들어갈 수 있다. 아무도 모르게. 맞은편에도 조사실인줄 알고 문을 열면 1층에서 옥상까지 연결되는 비밀계단이 있다.

남영동 보안분실 내부. 방과 방, 방과 복도는 모두 문으로 격리돼 있다.
이정민기자 
남영동 보안분실 내부. 방과 방, 방과 복도는 모두 문으로 격리돼 있다.

“무슨 비밀계단이 이렇게 많어?”

남영동 보안분실 5층 한쪽에 겉으로 봐서는 조사실처럼 보이는 문을 열면 갑자기 엘리베이터와 비밀계단이 나타난다. 1층 뒷문을 통해 피의자를 데리고 들어와 비밀계단을 통해 5층 조사실로 데리고 들어갈 수 있다.
이정민기자 

남영동 보안분실 5층 한쪽에 겉으로 봐서는 조사실처럼 보이는 문을 열면 갑자기 엘리베이터와 비밀계단이 나타난다. 1층 뒷문을 통해 피의자를 데리고 들어와 비밀계단을 통해 5층 조사실로 데리고 들어갈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남영동 보안분실’은 없다. 지난달 27일 남영동 보안분실을 사용하던 경찰청 보안국 보안3과는 홍제동 보안분실로 이전했다. 이제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와 경찰청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가 입주한 ‘옛’ 남영동 보안분실은 이제 인권기념관으로 환골탈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남영역에서 내려 2분쯤 걸어가면 바로 남영동 보안분실이 나온다. 높다란 담벼락 앞에는 ××러브호텔, ××모텔이 화려함을 뽑낸다. 남영동 보안분실 바로 옆에는 20층도 넘을 것 같은 러브호텔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남쪽 너머에는 국내 유명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단지가 수십층 높이로 솟아 있다. 서슬 퍼렇던 ‘보안’ ‘대공’도 자본의 힘 앞에는 무기력하기만 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정문에 들어서니 활짝 열린 철문이 눈에 띈다. 불과 한달 전만해도 굳게 닫힌 철문 앞으로 무전기를 든 의경들이 경비를 서고 있던 모습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그렇지만 보안3과가 이전 이후에도 남영동 보안분실의 그림자는 짙게 남아 있다. 한 인권보호센터 관계자는 “생각을 안하려 해도 과거 이곳에서 사람들이 고문받았다는 생각에 원혼이 서린 듯한 느낌이 든다”며 “밤에는 계단을 이용하기가 겁날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지 모르지만 이곳으로 오기 직전 사흘 동안 흉몽을 꿨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남영역에서 내려 2분쯤 걸어가면 바로 남영동 보안분실이 나온다.
이정민기자 
남영역에서 내려 2분쯤 걸어가면 바로 남영동 보안분실이 나온다.

원혼 서린 듯한 느낌

인권보호센터 직원의 안내로 남영동 보안분실을 둘러봤다. 이전 보안3과장 사무실은 이제 경찰청 인권수호위원회 회의실로 바뀌었다. 6층은 인권보호센터가 입주했고 부속건물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사용한다. 5층으로 가서야 이곳이 남영동 보안분실이었던 곳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좁다란 조사실이 한 층 가득 이어져 있다. 모두 16개 조사실로 이뤄진 5층은 조사실 문이 대각으로 위치해 있어 조사실에 있는 피의자는 건너편 조사실에 누가 있는지 전혀 알수 없도록 돼 있다. 기존에는 5층에 조사실이 18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곳은 비밀계단으로 이어지는 문이었다.

박종철군이 물고문을 받다가 사망했다는 509호실을 빼고는 원형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509호실에 들어서면 바로 앞에 있는 침대와 고정식 책상과 의자, 세면대와 좌변기, 그리고 욕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509호 조사실은 그동안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날 조사실을 둘러보니 조사용 책상을 바닥에 고정하던 나사못이 빠지고 바닥에 버려져 있었다. 박정기 옹은 나사못을 집어들더니 “만약 보안3과에서 책상을 치우려고 했던 것이라면 경찰청장의 방침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며 “괘씸하다”고 분개했다. 그는 “이곳은 인권탄압의 상징”이라며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 후세에 산 교육장으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보안3과 관계자는 “홍제동 분실로 이전하면서 5층 조사실에 있는 책상과 의자를 옮기라고 했더니 직원들이 509호실 책상과 의자도 옮기는 줄 알고 나사못을 뺏던 것”이라며 “509호실은 그대로 두라고 다시 지시해서 놔뒀다”고 해명했다. 그는 “빼버린 나사못은 원래 자리에 끼워 놓아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사못은 두고 왔으니 그쪽에서 다시 끼우면 되지 않겠느냐”고 답변했다.

509호 조사실 일부 훼손돼

건물을 나오면 널찍한 정원이 있다. 담장 주변에도 아름드리 나무들이 시원하게 무리를 이루고 있다. 정원 너머에는 테니스장 2면이 있는데 과거 체력단련장으로 쓰던 곳이라고 한다. 산책로로 잘 꾸며놓은 테니스장 옆길을 따라 돌아가면 길쭉한 모양을 한 주차장이 나온다. 오른쪽은 지하철 1호선 철로가 있고 오른쪽 담장 너머에는 용산 주한미군기지 유류저장탱크가 있다. 주차장 한켠에는 드럼통을 잘라서 만든 그릴과 간이 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다. 테니스장으로 돌아 나오면서 테니스장에선 인권콘서트를 하고 본관 건물에선 시민단체들이 토론회를 열고 인권체험을 나온 학생들로 붐비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인권기념관 건립준비 박차
시민단체에 문호 개방

경찰청은 인권기념관 건립을 위해 경무기획국 혁신기획과 산하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다. 늦어도 광복절 이전까지 구성되는 태스크포스팀은 경정을 팀장으로 해서 남영동 보안분실에 입주해 인권기념관 건립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태스크포스팀을 통해 인권기념관을 내실있게 준비하고 유족들과 고문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인권기념관이 정식으로 개장하면 인권보호센터에 운영을 맡길 계획이다. 안재경 인권보호센터장은 “앞으로 인권기념관 활용방안이 확정되면 명실공히 인권을 상징하는 공간에 걸맞게 운영할 것”이라며 “시민단체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센터장은 “앞으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처럼 시민단체들이 토론회 등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둘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권보호센터는 고문피해자와 유족들, 인권단체 관계자들을 대거 초청해 10월 4일 개관식을 열 예정이다. 이날 인권보호센터가 준비하고 있는 ‘인권보호 경찰직무준칙’도 발표한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8월 4일 오후 18시 8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09호 22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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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회사 배만 불린 카드연체 판결

지난해 9월 30일 대법원 2부(재판장 유지담, 주심 이강국, 김용담, 배기원 대법관)는 적법한 방법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았지만 변제 능력을 상실해 연체자가 된 신용불량자에 대해 적극적인 사기의사가 없더라도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신용카드 사용자가 신용카드를 신청할 때 특별히 잘못된 정보를 고의로 신용카드 회사에 제출하지 않고 적법하게 카드를 발급받은 경우는 사기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광주지방법원(2004.12.12.선고2004노2370)의 원심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던 사용자는 6개월 뒤 사정이 변하여 일정한 수입도 없고 재산도 없는 상태에서 신용카드 채무를 막기 위해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다가 2천여만원의 빚을 더 이상 갚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대법원은 과다한 채무 누적으로 변제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상황에 처했으면서도 신용카드를 사용한 것은 사기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은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한 카드회사의 책임을 도외시한 판결인가 아니면 신용카드 사용자의 도덕적해이에 경종을 울린 판결인가. 무리한 법률적용으로 오히려 채무자의 사회복귀를 어렵게 하는 판결인가 아니면 경제정의를 세우기 위한 판결인가. 대법원 판결은 법리적용과 사회정책 차원에서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까.

<시민의신문>과 참여연대는 ‘시민포럼-법정 밖에서 본 판결’ 다섯 번째 주제로 ‘카드연체 사기죄 적용 대법원 판결 올바른가’를 정했다. /편집자주

●일시: 2006년 1월 12일 오후 1시 30분     ●장소: 참여연대 2층 강당
●사회: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참가자: 김남근 변호사(부평종합법률사무소) / 임동현 민주노동당 민생보호단 부장
강희정 변호사(법무법인 바로세움) / 서상혁 서울경찰청 수사과 경위 / 석승억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대표

지난 12일 오후 참여연대2층 강당에서 '카드연체 사기죄 적용 대법원 판결 올바른가'를 주제로 제5회 시민포럼 '법정밖에서 본 판결' 토론회가 열렸다.
양계탁기자

지난 12일 오후 참여연대2층 강당에서 '카드연체 사기죄 적용 대법원 판결 올바른가'를 주제로 제5회 시민포럼 '법정밖에서 본 판결' 토론회가 열렸다.

△한상희: 오늘 다루고자 하는 대법원 판결은 형사정책적 측면에서 IMF 당시 사회적 합의가 깨졌고, 법리적 측면에서 사기죄를 너무 폭넓게 적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두 가지 쟁점이 있다.
 
국가의 힘을 이용해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를 압박하고 자기 이익을 취하는 근대 이전 법률관계로 역행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김남근 변호사 부평종합법률사무소.
양계탁기자
김남근 변호사 부평종합법률사무소.

△김남근: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신용카드회사가 카드연체자를 검찰에 고소ㆍ고발하는 경우가 부쩍 늘면서 카드회사가 검찰을 채권추심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 사회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신용카드회사가 카드빚 연체자에 대해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하더라도 ‘각하’ 처분을 내려 카드빚 연체자를 사기죄로 형사처벌하는 것을 피하고자 했다. 법원에서도 무죄로 판결하는 흐름이 있었다.

카드대란 당시 사회적 합의를 법조계에서 잊어버린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 민변이 검찰청에 정보공개청구한 자료를 보면 1999년 신용카드 연체자에 대한 신용카드 회사의 고소건수가 1천566건이었지만 2000년에는 425건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2004년에는 무려 5천222건으로 급증했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도 2000년 132건에서 2004년에는 1천360건으로 무려 10배나 늘었다.

강희정
양계탁기자
강희정 변호사, 법무법인 바로세움.

△강희정: 대법원은 과다한 부채 때문에 신용카드로 대금을 변제할 수 없는데도 계속 신용카드를 사용한 것을 사기죄로 판결했다. 사기죄는 간단하게 말해 처음부터 돈을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없으면서 누구에게 돈을 빌릴 때 성립한다.
 
신용카드회사는 신용평가를 하고 나서 신용카드를 발급하는데 신용카드를 쓰다가 부채가 늘었거나 경제적 사정으로 갚을 수 없는 상태에서 계속 쓰는 것을 사기로 볼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법원 판결은 신용카드라는 특수성을 무시하고 막연히 부채가 많으면 신용카드를 알아서 쓰지 말라는 것이다.
 
모든 책임을 카드 사용자에게 떠넘겨 버렸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사용자가 신용카드를 더 이상 쓸 수 없다는 것을 회사에 고지해야 하는데 현재 법적으로 그런 의무는 없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그런 의무를 부여한 게 된다. ‘법률이 없다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는 죄형 법정주의 원칙을 거스른 판결이다.

모든 책임을 카드 사용자에 떠넘겨

석승억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대표.
양계탁기자
석승억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대표.

석승억: 변제능력이 없는 채무자에게 채권추심만 하지 말고 변제능력을 키워주자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데 대법원 판결로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부채를 갚기 위해 ‘돌려막기’하는 것을 악의적으로 해석했다.

△서상혁: 경찰 입장에선 마치 우리가 흥신소 직원이 된 것 같을 때가 있다. 조사를 해보니 소액대출은 신분확인만 간단히 하면 1~2백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고소고발은 최후 수단으로 남기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작년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신용카드와 관련한 고소를 13만건이나 받았다.
 
7만여명이 사기죄로 입건됐고 기소된 사람은 1만5천여명이었다. 개인 의견을 말한다면 이런 상황은 경찰관이 적정 업무를 초과하는 일을 하면서도 자긍심을 느끼지 못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이번 판결로 그런 경향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임동현 민주노동당 민생보호단 부장.
양계탁기자
임동현 민주노동당 민생보호단 부장.

△임동현: 정부가 어떤 구실을 했는가를 짚어봐야 한다. 미성년자 카드발급, 길거리 카드발급, 서비스 한도 폐지 등은 모두 정부가 허가해 준 것들이다.
 
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카드사용을 방치하면서 구제책은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개인회생제와 파산면책제도가 있다고 하지만 채권추심을 일단 피하기 위해서 신청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김: 정부나 대법원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할지 모르지만 채권추심기관, 금융기관과 정부의 도덕적 해이도 살펴봐야 한다. 카드를 만들 때 거짓으로 신용평가를 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길거리 등에서 미성년자, 대학생들에게도 별다른 절차도 없이 카드를 발급해준 것은 카드회사였다. 카드 사용한도를 한달에 몇백만원으로 해 준 것도 카드회사다. 채무자 뿐 아니라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카드회사 도덕적 해이는 어떡할 건가

△임: 재산이 있는데도 남의 돈 빌려놓고 안갚는 게 도덕적 해이다. 그럴 경우 현행법상 강제집행을 하면 된다. 그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상정해놓고 몰아붙인 게 대법원 판결이다.

서상혁 서울경찰청 수사과 경위.
양계탁기자
서상혁 서울경찰청 수사과 경위.

△서: 수사를 하다 보면 ‘피해자’가 더 얄미운 경우가 있다. 주요소에서 일하던 한 30대 남자가 동생 주민등록번호로 카드를 발급받으면서 그래도 되냐고 물어보니 카드회사 직원은 상관없다고 했다. 카드회사는 나중에 ‘돌려막기’ 방법까지 알려주며 채무를 갚으라고 종용했다.
 
편법으로 카드 발급해주고 돌려막기 방법까지 알려주다가 나중에 고소해 버렸다. 한 카드회사는 인천에 사는 한 가출청소년이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곳을 정식직장인 것처럼 기재하도록 해서 카드를 발급해 주기도 했다.

△강: 무절제하게 카드를 사용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들을 전과자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민사상 문제는 민사로 해결해야 한다.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채무자를 형사처벌하는 게 아니라 회사 스스로 구조개선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판결은 신용카드를 계속 부실하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400만 신불자 벼랑으로 내몬 판결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양계탁기자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한: 신용카드회사는 카드를 발급할 때 신용조사하고, 발급 후 사용내역을 보면서 신용정도를 조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조치도 없이 계속 쓰게 내버려뒀다. 신용불량을 방임했거나 조장한 면도 있지 않을까. 대법원 판결로 인해 개인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까지 국가가 부담하는 문제도 생겼다. 기업 자생력을 국가가 막는 것 아닌가 생각도 든다.

△임: 수수료율을 포함한 카드 이자율이 30%가 넘는다. 이자가 너무 많다. 과거 1998년에는 금리가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자제한법 폐지 이후 개인 대상으로 공격적인 행위를 카드회사들이 했다. 그 책임을 지금 채무자들이 지고 있다. 과잉대부를 엄격히 금지하는 제도화가 필요하다. 카드회사는 마감 강제집행 안내 통지장, 독촉장 등으로 위협하고 심지어는 밤에 아이들 있는 집을 방문해서 압류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한다. 그런 불법채권추심을 막는데 공권력이 나설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이 불법채권추심신고센터를 운영하지만 감사원 자료 보면 70% 이상 민원을 카드회사로 돌려보낸다.

△석: 신용카드회사는 마치 자신들이 피해자인양 추심하는 과정에서 돌려막기, 연대보증 등을 통해 더 많은 채무를 만들어 놓고는 채무자에게 죄를 떠넘기고 있다. 신용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모집인이 허위정보를 고지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카드회사가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한: 이 판결이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 같다. 당장 채무자에게 이번 판결을 들이밀 것 같은데.

△임: 벌써 그렇게 되고 있다. ‘못 갚으면 사기죄’라고 점잖게 협박한다. 채권추심 독촉장에는 사기죄 언급이 있는데 카드 발급할 때 그런 내용을 설명해주거나 약관에 적시하는 건 없다.

△김: 형사정책 차원에서 앞으로 만만치 않은 후유증이 있을 것이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13일 오전 10시 20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2호 17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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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남영동분실서 박종철 열사 19주기 추모제 열려

1987년 1월 13일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간 서울대 대학생 박종철군은 바로 다음날 고문 끝에 사망했다.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이 벌어지고 19년이 흘렀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남영동 보안분실은 이제 경찰청 인권보호센터가 입주했고 인권기념관으로 바뀔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그 곳에서 박종철 열사 19주기 추모제가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인 박정기 옹 등 40여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열렸다.

박종철 열사 19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한 학생이 박종철 열사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강국진기자 
박종철 열사 19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한 학생이 박종철 열사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박종철 열사가 숨을 거둔 옛 남영동분실 509호 조사실.
강국진기자 
박종철 열사가 숨을 거둔 옛 남영동분실 509호 조사실.
한 추모제 참가자가 박종철 열사 영정 앞에 '열사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자'라고 쓴 피켓을 올려 놓았다.
강국진기자 
한 추모제 참가자가 박종철 열사 영정 앞에 '열사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자'라고 쓴 피켓을 올려 놓았다.

옛 남영동분실을 찾은 시민·학생들은 7층 강당에서 박정기 옹과 박경서 인권대사(경찰청 인권수호위원장)의 인사를 들은 다음 곧바로 박종철 열사가 사망했던 509호 조사실로 향했다. 미리 준비한 흰 국화를 헌화한 이들은 ‘벗이여 해방이 온다’는 노래를 부르며 박종철 열사의 뜻을 기렸다.

박정기 옹은 “작년까지는 서울대 교정에서 추모제를 했지만 올해는 종철이가 죽은 이곳에서 종철이를 만나고 싶었다”며 “그 때 그 자리를 후배 여러분들이 봐주는 것이 종철이 아버지로서 크나큰 영광이다”이라고 밝히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두번 다시 종철이가 겪은 일이 일어나면 안된다”며 “지난 일을 되뇌이며 일생의 기억으로 남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509호 조사실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준 경찰 당국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종철 열사가 고문끝에 숨진 옛 남영동분실 509호 앞에서 연설하는 박종철 열사 아버지 박정기 옹.
강국진기자 
박종철 열사가 고문끝에 숨진 옛 남영동분실 509호 앞에서 연설하는 박종철 열사 아버지 박정기 옹.
박경서 인권대사는 “박종철 열사의 죽음은 마치 예수의 죽음이 부활로 이어졌듯이 한국 민주화로 이어졌다”며 “우리가 할 일은 열사의 뜻을 어떻게 심어 나가느냐에 있다”며 “한국이 인권선진국으로 도약하도록 힘을 합치자”고 강조했다.

추모제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의 안내를 받으며 옛 남영동분실을 견학했다. 한 학생은 “이 자리에 오니 많이 부끄럽다”며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종철 열사와 같은 해 대학에 입학했다는 김학규 박종철 열사 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형식적 민주화는 이뤘지만 박종철 열사가 그토록 갈망했던 실질적 민주주의는 여전히 우리의 과제”라며 “오늘 자리를 앞으로 살아가는데 근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6년 1월 13일 오후 16시 5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32호 2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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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인권운동 위기 처해 있다&quot;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은 위기에 처해있는가? 적지 않은 전문가와 인권운동가들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국가는 약해지고 시민사회는 분열된 상태에서 활력이 예전같지 않다. 이 와중에도 사적영역은 끊임없이 위협받는다. 인터넷실명제, CCTV, 두발자유화 등 많은 인권쟁점들이 사적영역을 두고 벌어졌다. 인권운동에 대한 자기성찰과 자기비판이 인권운동 내부에서도 나온다. <시민의신문>은 올해 인권현안과 인권운동을 평가하고 내년을 전망하는 기획대담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참가자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일시: 12월 21일 오후2시
■장소: 시민의신문 회의실

△오창익: 올해 인권상황을 돌아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변화가 거의 없었다. 구체적으로 인권현실이 개선된 것도 별로 없고 많은 분야에서 후퇴도 보인다. 정부는 긍정적인 구실을 못했다. 그렇지만 일부에서 얘기하듯 낙담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일부에선 ‘신자유주의 경찰국가화’를 얘기하지만 그 정도로 급격한 후퇴라고 보진 않는다. 너무 단선적으로 정세를 보는 건 문제가 있다.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 경찰청 로비에서 열린 '마음놓고 학교가기' 포스터 시상 및 집중단속 유공자 포상식에서 허준영 경찰청장이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이정민기자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 경찰청 로비에서 열린 '마음놓고 학교가기' 포스터 시상 및 집중단속 유공자 포상식에서 허준영 경찰청장이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한상희: 올해 여러 쟁점에서 보면 국민들 수준에서는 인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지식도 많아졌다. 그 점은 긍정적이다. 고전적인 인권문제를 넘어서 좀 더 사회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인권을 다루려는 노력이 많이 나왔는데 그것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문제는 국민들의 의식변화를 정부 차원에서 제도화 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정권 차원에서 성과만 신경쓰다 보니 정책과정에서 인권을 무시하는 면이 많아졌다. 올해 정부는 국민들의 인권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가로막는 걸림돌이었다.  

인터넷실명제는 반인권 결정판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시민의신문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오: 참여정부 얘기를 조금 더 하고 싶다. 정권의 의지와 태도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는 인권의 기준에서 정책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노골적이다. 그나마 김대중 정부는 노벨상 수상 영향도 있고 해서 외국이나 인권단체 시각을 많이 의식했다.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참여정부와 여당 구성원들의 이력이나 성향만 봤을 때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왜 ‘참여정부’가 인권진전에 도움이 안될까. 내가 보기엔 그들이 인권에 관심도 없고 인권투쟁이 이전보다 정권에게 위협을 주지 않는 면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권운동이 정권에게 끊임없이 긴장을 줘야 하는데 겉보기와 달리 침체돼 있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본다.

△한: 이전에는 인권운동이 정권의 정당성을 건드리는 거시적 차원에 집중했다. 이제는 미시적 차원으로 넘어갔다. 정권이 인권운동을 두려워할 이유가 적어졌다. 정권차원에서 인권을 실천하고 개혁한다고 말은 하는데 구호와 이념을 빼면 남는 게 없다. 그 빈 공간은 ‘관료적 판단’이 차지하고 실천을 담당한다. 정권이 관료들에게 장악당하는 양상이다. 그것 때문에 개혁을 외치는 사람이 가장 반개혁적인 방안을 들이밀게 된다.

인터넷실명제가 대표적이다. 관료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발상에서 인권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정책이다. 인터넷 실명제를 보면 게시판이 주된 규제대상이다. 그런데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을 게시판으로 규정하다보니 전체 인터넷을 규제하는 양상이 돼 버린다. 인터넷상에서 사이버 폭력이 일어나는 구조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당장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고 손쉬운 대안만 들고 나왔다. 본질적인 문제와 대안을 인권의 기준으로 따지지 않는다.

386은 이미 기득권세력

△오: 정권에서 말하는 구체적 개혁이 온통 관료 손에 맡겨져 있다.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들이 공부가 부족해서 그럴까? 인권감수성이 부족해서 그럴까? 그럴 수도 있다. 오해를 각오하고 말한다면 그들이 이미 인권에서 기득권을 가진 세력, 심하게 말해서 ‘인권의 반동’이 돼 버린 측면이 더 크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들은 이미 주류세력이다. ‘어제 혁명적 인권담론이 오늘 상식이 되고 내일은 반동이 된다’는 명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게시판 ‘나도 한마디’는 실명게시판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자유토론방도 실명제로 하려다 반대에 부딪친 적이 있다. 과거 ‘민주화운동’이 지금 어떻게 ‘반동’으로 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사이버상 명예훼손을 가장 큰 인권문제로 꼽는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 누리꾼의 자유로 인해 가장 피곤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교수.
시민의신문 
한상희 건국대 법대교수.

△한: 어떤 사람이든 정치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인권침해를 할 수 있다 뜻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그걸 생각지 않고 과거 운동했던 기억만 간직하고 있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 자신은 인권과 민주의 화신이고 따라서 선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자기가 가진 정치권력이 그 자체로 반인권 측면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권력은 다른 사람을 강제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효율과 인권, 혹은 합리와 인권의 대립구도가 분명해지고 있다.

△오: 효율과 인권의 대결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효율이 강해지면서 사적영역 침범으로 이어진다. 사적영역에 대한 인권침해가 예전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이제는 국가권력 뿐 아니라 지방권력도 작용하고, 지방의회도 작동하고, 지역주민 자체도 작동한다. 다변화되고 복잡해진 측면이 있다. 과거 대학 정문에서 경찰이 불심검문 할 때는 쟁점이 명확하다. 가방 속을 들여다보는 경찰은 가해자였다. 대응방식도 단일했다. 이제는 가해자도 불분명해지고 난해해지고 교묘해졌다. 가해자와 피해자도 뒤섞인다.

△한: 자기 자신이 인권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인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인권의식은 높아졌는데 인권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기희생도 필요하다는 인식은 아직 자리잡지 못했다. 국민의 대다수가 원한다는 이유로 두발자유화, 인터넷 실명제 등을 주장하지만 그걸 원하지 않는 소수자 인권을 보호해주는 것이 바로 대다수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전제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사이비 인권이 횡행한다

△한: 인권 구도에서 또다른 변화는 기업이나 시장에서 재산권, 경영권 등을 인권으로 포장해 개인들이 가진 사생활권, 노동권, 생존권 등 인권담론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최근 그런 종류의 사이비 인권담론이 많이 나타났다. 그건 인권을 ‘이 인권과 저 인권의 선택사항’으로 물타기하는 담론조작이다. 인터넷실명제를 보자.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확립하자는 주장은 인권의 요구다. 하지만 그로 인해 명예훼손을 당하는 사람의 인권은 별개로 보호해야 할 문제다.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은 대립되는 담론이 아니다.

△오: 의권, 변호사권 등도 이권을 인권으로 포장하는 사례들이다. 누구도 인권을 거부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이제는 너도나도 인권을 들먹인다. 반인권 태도를 갖기 보다는 사이비 인권을 만들어 인권담론 속에 반인권적인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북한인권문제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권운동 일부에서는 ‘전선운동에 인권운동이 복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전선운동에 프로그램이 있어야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인권운동 내부에 여전히 구시대적 접근이 있다. 전반적으로 인권운동이 시대변화에 제대로 조응하지 못했다고 본다. 상당히 무책임한 면도 있었다. 본인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수없이 많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건 관성이다. 관성과 운동이 같이 갈 수는 없다. 특히 연대운동에 대한 고질적인 관성이 대단히 심하다. 나는 그런 면에서 인권운동은 위기라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조직이 회계감사를 비롯한 평가와 성찰 기능이 없어졌다. 그냥 앞으로 갈 뿐이다. 브레이크도 없다. 그러면서도 누군가 운동을 비판하면 불순한 책동으로 치부해 버린다. 내부비판은 금기시하고 내부성찰은 없는 사이 인권운동은 잡일에 시달리며 삼팔선은 혼자 지키고 있다. 나는 지금 인권운동이 위기라고 생각한다. 돌파구가 잘 안보이는데도 운동가들 사이에 위기의식이 별로 없다. 지금 활동하는 인권단체 가운데 5년이나 10년 후에도 비전을 갖고 운동하는 단체가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살아남을 인권단체가 없다

△한: 가끔 왜 한국 시민단체들은은 왜 똑같은 이슈를 갖고 싸우면서도 서로 다르다고 말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인권단체들도 인권단체와 다른 분야 단체가 무엇이 다른지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 인권운동이 해야 할 일이 많다. 과거에는 국가가 주도권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삼성을 비롯한 경제권력이 국가를 주도한다. 그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난다.

△오: 지금 구조는 인권운동가를 소모시키고 고갈시키고 황폐하게 만든다. 바쁘기만 하고 남는 게 별로 없다. 일단 권하고 싶은 건 관성적인 연대를 지양하자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인권단체연석회의를 해체하고 사안별로 연대해야 한다고 본다. 인권단체 연대체가 전선운동을 지키는 투쟁 수단이 돼선 안된다. 한정된 역량을 지혜롭게 써야 한다.

△한: 국가인권위원회 얘기도 하고 싶다. 향후 운동과정에서도 제도권 내에서의 인권운동이란 측면에서 인권위 역할이 중요하다. 인권위는 지금까지 스스로 인권의제를 발굴한 적이 한번도 없다.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시급하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극단론부터 배제하자”
북한인권문제를 보는 시각

“북한인권문제는 극단론을 배제하는 게 우선이다. 현재 시민사회에는 ‘공화국에는 인권문제가 없다’는 극단과 ‘북한에만 인권문제 있다’는 극단이 존재한다. 먼저 실체에 대한 극단을, 그 다음에는 ‘어떻게’라는 문제에서 극단을 배제해야 한다. 체제붕괴론 뿐 아니라 ‘정부는 교류협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정어린 조언조차 하지 말자’는 것도 극단이다. 정부는 가만있고 민간단체만 얘기해야 한다는 것도 극단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와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실체라는 측면에서 극단적인 목소리가 극단적으로 크고, 접근론에서도 극단론이 횡행하며 불순한 정치적 의도도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인권에 대해 진정성을 가진 사람들이 극단론과 극단론자들을 배제해 나가는 운동을 해야 한다”며 “그때서야 비로소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국가단위에서 북한 인권 얘기하는 것은 필요할 때도 있고 껄그러울 때도 있다”며 “정부 부근에서 북한인권 얘기하는 ‘아웃소싱’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냄새가 나면서도 정부가 주도하진 않는 인권담론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정부가 무조건 입닫고 있다는 것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오 국장은 이와 함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언제까지 기권만 할 것인가에 대한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국진 기자
2005년 12월 26일 오전 8시 29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9호 6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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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가가 말하는 인권운동 위기론

현직 인권운동가가 현재 활동하는 인권단체 대부분이 5년이나 1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아 논쟁이 예상된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21일 <시민의신문> 기획대담에서 ‘인권운동 위기론’을 주장하며 이같이 밝혔다.

오 국장은 “기존 운동의 성과로 커진 영향력만을 향유하려는 관성은 위험하다”며 “특히 연대운동에 대한 고질적인 관성이 대단히 심하다”고 지적하면서 인권단체연석회의 해체를 주장했다. 그는 “인권단체연석회의를 해체하고 사안별로 인권단체가 연대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인권단체가 단순히 전선운동을 지키는 투쟁 수단으로만 돼선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한정된 역량을 지혜롭게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재봉 화백

오 국장은 “관성에 빠진 인권운동”을 지적하며 “내부성찰 기능이 사라진 사이 인권운동은 격무에 시달리며 ‘삼팔선은 혼자 지키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인권운동이 시대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즉자적인 대응만 남발한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국가보안법 철폐투쟁을 지목했다. 그는 “국가보안법과는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며 지난해 무기한 단식을 했던 1천명 넘는 사람들이 지금은 다 어디에 있느냐”며 “프로그램이 없는 운동으로는 정권은 고사하고 시민들도 설득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오 국장은 이와 함께 참여정부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정권에서 말하는 구체적 개혁이 온통 관료 손에 맡겨져 있다”며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들은 이미 인권에서 기득권을 가진 세력, 심하게 말해서 ‘인권의 반동’이 돼 버린 측면이 더 크다”며 인터넷실명제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기도 했다.  

오 국장과 함께 대담에 참여한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도 “정권차원에서 인권을 실천하고 개혁한다고 말은 하는데 구호와 이념을 빼면 남는 게 없고 그 빈 공간을 ‘관료적 판단’이 차지하고 실천을 담당한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와 오 국장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먼저 극단론과 극단론자들을 배제해야만 건설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며 일부 반북성향을 가진 단체 뿐 아니라 북한인권문제에 소극적인 단체들도 함께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북한인권문제를 얘기하면 안된다는 것도 또다른 극단”이라며 “정부가 ‘아웃소싱’을 통해 북한인권문제를 건설적인 방향에서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강국진 기자  globalngo@ngotimes.net

2005년 12월 26일 오전 8시 32분에 작성한 기사입니다.
시민의신문 제 629호 1면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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