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화사회의 해법

한 기사를 보니 우리나라가 급속한 노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고 난리가 났다. 우리나라 총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올 해 8.7%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한다. 뭐 노인문제가 지금이라고 작은 문제겠냐만은... 사회적인 고령화현상을 해소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될 것이다. 하나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수를 급격히 줄여버리는 것. 다른 하나는 애를 왕창왕창 낳는 것. 전자는 사회적 고령화현상의 절대적 해결책, 후자는 상대적 해결책. 물론 전자를 채택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해법이다. 노인네들의 수를 어떤 식으로 감소시킬 것인가? 죄다 고려장을 치를 것도 아니고, 담벼락에 똥칠을 하던 말던 자연사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으므로 인위적인 감소책은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자연스레 후자의 방법이 대안으로 도출된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내세운 방법도 이거다. 출산을 유도할 수 있는 사회적 보장책을 세워서 젊은 이들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해법이다. 아주 훌륭하게 보이는 해법이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고령화사회가 진척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점을 먼저 살펴보자. 가장 주요하게 대두되는 문제점은 젊은 사람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속도대로라면 2030년에는 젊은 사람 2.8명이 노인 1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사태가 벌어져 젊은이들의 조세부담이 급증할 것이란다. 또 다른 하나는 생산능력이 없는 노인들로 인하여 사회적 부의 창출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서 생산을 해봐야 그게 다 노인네들 복지에 사용되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회적 부의 축적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거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고령화사회를 해소할 유일한 방법은 애들을 많이 낳는 것이라는 함수관계가 성립된다. 비록 상대적 해결방법이겠지만 그럼으로서 젊은이들 개인이 가지는 부담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얼핏 그럴싸해보이는 이 공식은 중요한 무엇인가를 빼먹고 있다. 한때 북조선에서 유행했던 구호가 있다. "60청춘, 90환갑" 이 구호를 들으면서 함께 들려왔던 소리는 저 북괴는 경로효친이고 나발이고 상관없이 늙은이들의 등골까지 빼먹으려는 악질적인 집단이라는 비난이었다. 북조선은 북조선이고 남한의 현재 상황만 한 번 보자. 탑골공원에 나와 앉아있는 어르신들 보면 60대는 청춘이다. 진짜 말 그대로 청춘이다. 거기서는 어른 취급 받기 여간해서 힘들다. 한 70은 되어야 그래도 탑골 공원 안에서 큰 소리 한 번 지를 수 있을 정도고, 80정도 되어야 원로대접을 받는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그 노인네들의 면면을 또 살펴보아야할 것이다. 상당수의 어르신들이 아직도 뭔가 일이 있으면 해보려 한다. 즉, 노동능력이 충분히 되는 어른들이 매우 많은 것이다. 애들 덕이나 보면서 그럭저럭 시간이나 때우다가 북망산 등산갈 생각이나 하고 있는 노인들인줄 알지만 실상 그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뭔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어른들이 무척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시는 어르신들 중 대부분은 적정한 강도의 노동은 아직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분들이다. 결국 노령화사회에 대한 불안감은 연세드신 어르신들에게 어떤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에게 적당한 일을 찾아주고,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방법을 열어주는 것으로 일정하게 해결될 수가 있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나이 30만 넘어가면 신입사원이 되기 어려운 연령에 의한 차별, 노인들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년노동의 부재에 있다. 사실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경험은 간단한 교육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십년에 걸쳐 만들어져온 그분들의 경험과 능력은 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것과는 또다른 차원에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 분들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게 될 때 사회는 또 다른 측면에서 풍요로워질 수 있다. 사회적 풍요를 단지 금전으로 환산하여 평가하는 사고가 계속 존재하고, 이를 위해 경쟁체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현재의 풍토가 온존하고 있는 이상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자는 주장은 어설픈 동정론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늙었으니까 일을 못한다 -> 그래서 젊은이들이 벌어주어야 한다 -> 따라서 애를 많이 나아야 한다? 이런 이상한 해결방법은 결코 아닌듯 하다. 하긴 젊은 사람들도 일자리가 없어 허덕이는 요즘, 자본가들에게 늙은이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요구를 하기에는 택도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언제까지 노령화사회의 해법이 애들 와장창 싸지르는 것으로 제기되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사회복지를 과감하게 확대하라는 "가당찮은" 말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복지를 제공하기 어렵다면 일자리라도 만들어라. 어르신들 용돈은 알아서 챙기시도록. 그것도 못하면서 "많이 낳아 노령화사회문제 해결하자!"는 ㅤㄱㅏㄼ잖은 이야기를 해법이라고 내놓을라면 그냥 입이나 좀 다물고 있었줬으면 좋겠다. 몇 년 안가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 어쩌구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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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1 20:04 2004/10/0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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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 2005/05/10 15:58
    Subject: 독신세

    * 행인의 [노령화사회의 해법] 과 쬐끔 관계가 있을만한 글임. 며칠 전에 LG 경제연구원에서 한 연구원이 '저출산 시대의 경제 트랜드와 극복방안'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했단다. 출산율저하를

  1. 며칠 사이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미디어에서요. 그런데 저는 그 소리를 들을 때 마다 왠지 통쾌합니다. 왜 그런지...

  2. 70년대 중반 이후 약 10년 간 우리나라는 광적인 산아제한운동이 벌어졌었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고전적인 구호 이후 "둘도 많다"라는 구호,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로의 전환이 이어졌습니다. 자녀를 셋 이상 둔 가족에게는 주택마련에도 제한을 두었죠. 벼라별 짓을 다했습니다. 그 때 태어나 성장하면서 그 꼴을 봤던 사람들이 지금 한참 애들 낳을 나이에 있는 사람들이죠. 어려서 본 게 그건데 애 낳고 싶은 맘이 있겠어요?

  3. 그 바로 밑에 세대들도 마찬가지죠. 이 친구들은 대가족제도가 해체된 이후 형제자매 거의 없이 자라거나, 개중에는 딸 많은 집에 억지로 태어난 외동아들도 꽤 껴있고. 그러다보니 애들 키우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죠. 산파라는 직업이 사라진 이후 집에서 애낳은 일이 거의 없고, 애들은 병원에서 뽑아오는 것으로 아는 세대들이에요. 그러니 애를 낳는 것도 그렇고 애를 키우는 것도 이 세대의 구성원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 환경이 그런데 어떻게 애 낳아서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겠어요?

  4. 애를 많이 낳으라고 촉구하기 전에 부모봉양 잘 할 수 있는 환경이라도 좀 만들어주고 노인들 맘 놓고 살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많이 확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당장 직업이 없어서 손 놓고 있는 청장년들에게 일자리라도 제대로 보장된다면 노인들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숨통이 트입니다. 그런데 그건 할 생각을 않고 엉뚱하게 애들 많이 낳자는 이야기들만 하고 있으니 열불이 터질라고 하네요...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려서 왜 통쾌한지는 잘 모르겠네요... ㅡ.ㅡa

  5. 약간은 다른 맥락이었던 듯 합니다. 저는 가임여성이라고 해야 하나..그런데 그런 제가 아기 낳는 것이 너무 두렵거든요. 나아서 기르는 것이 너무 두려워요. 송두리째 자신을 쏳아 부어야 하는 환경이 저를 두렵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그런 이유로 아이를 안 낳는 사람들이 늘어 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두려움을 너무 오랫동안 모른체 여성들의 고민으로만 떠넘기며 지내왔던 사회가 이제서야 뜨거운 맛을 보는 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6. 좀 옹졸하죠. ^^;; 하지만 넘 원초적인 두려움이라...설명하긴 좀 힘드네요. 솔직히 이기적이다란 소릴 들을까봐 겁도 나고요. 하지만 솔직히 두렵습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이 저만의 것은 아니란 생각도 있고요.

  7. 자가증식 블로그ZINE에서 보고 왔습니다. 출산장려정책은 복지부에서 발표했던 것이구요. 사실 전문가다운 전문가들은 그것의 문제에 대하여 이미 지적한 바 있습니다. 참고로 대통령자문 <고령화및미래사회위원회>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위원장 대담 프로그램이 동영상으로 올라있는데, 거기에서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관련 자료들도 참고하시길.

  8. 오늘 모임에서 만난 분이랑 육아 관련해서 다큐를 만들자고 난리를 쳤습니다. 육아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여성노동자들을 두렵게 하는지. 사회적 관계에서의 스트레스, 경제적인 부담에 대한 스트레스, 개인적인 스트레스 등 다양한 두려움이 존재하는 것, 음....다는 설명 못하겠고...에공..여하튼 만들자고 난리를 쳤습니다. ^^

  9. ychoi/ 고맙습니다. 저는 프레시안의 기사에서 '전문가'라는 사람의 말을 인용한 것을 보니까 짜증이 나더라구요. 그런 전문가들은 왜 이름을 안 밝히는지... 아무튼 좋은 자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슈아/ 육아환경의 열악함은 출산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중요한 축이죠.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남성'의 입장에서도 엄두가 나지 않는게 출산과 육아죠. 하물며 이 공고한 가부장사회의 '여성'이라는 입장에서는 오죽하겠습니까... 좋은 다큐 나올 것 같아요. 꼭 만드셔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심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