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20 기간엔 꼭 에티켓을 지켜야 해!

가끔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정부가 나서서 개그맨들 밥줄 끊어놓으려고 작정한 나라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는데, 이번 쥐20 써밋 어쩌구 하는 거 보면 이래 저래 이 땅에서 남들 웃기면서 밥벌어먹고 사는 건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단군이래 최대행사...라는데 이건 뭐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 땅에서 그동안 얼마나 행사가 없었으면 이런 행사가 최대행사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만, 우쨌거나 간에... 게다가 20조~30조의 경제효과를 유발한다는... 솔직히 이걸 연구성과라고 내놓은 어느 경제연구소 관계자들 두개골을 한 번 절개해보고 싶다만... 암튼 이번 쥐20이 국가적 차원의 설레발이가 동원된 행사라는 건 두 말하면 키보드 금가는 소리겠고.

 

쥐20 정상회담을 "지구촌 유지(有志)모임"이라고 비유하는 이 넉살은 또 얼마나 흉칙하게 웃긴가? 뭐 거기까진 오케이.

 

쥐20 홍보 홈페이지를 구경하다보면 진짜 웃기는 거 많은데, 예컨대 이런거.

 

함께하는 쥐20을 위해 온 국민들이 성심성의껏 해야 할 대표적인 8가지 에티켓을 정리해놓은 "쥐20 에티켓"을 보면 실소가 좌르르 쏟아진다.

 

1. 외국인을 만나면 겁먹지 말고 'Hello' 하며 웃어보세요.

- 외국인 만나서 웃을 것도 없고 그냥 이 대목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겁먹긴 뭘, 걍 가던 길 가면 그만이지.

 

2. 지하철에서는 통화도 소곤소곤, 음악도 작게!

- 아우, 썅. 진작에 좀 이렇게 하지. 그나저나 동두천, 의정부 일대에서 놀러나가는 미군 군바리들, 제발 지하철에서 한 놈이 두세자리 차지하고 앉았거나 지들끼리 통로막고 서서 씨끌벅적 떠들거나 사람들 보면서 시시덕 거리는 거 못하게 에티켓 교육 좀 누가 안 시키냐? 한미연합사가 그런 애들 교육 좀 시키고 그럼 안 되냐?

 

3. 내리는 사람 먼저, 줄서기는 기본! 질서지키기

- 뭐 다 좋은 말인데, 이게 88올림픽 때 나오던 구호가 밀레니엄이 바뀌어서 또 등장하는 거 보니 감회가 새롭네.

 

4. 지나가다 부딪쳤을 땐 "미안합니다"

- 요샌 다 그러지 않냐? 지나가다 부딪쳤을 땐 "쓰미마셍~"

 

5. 쓰레기는 휴지통에! 깨끗한 길거리를 만들기

- 구구절절이 옳은 얘긴데, 왠지 느낌상 조만간 새마을 운동할 때 듣던 구호들도 나올 것 같다능...

 

6. 인터넷 악플은 그만! 안 보일수록 더욱 예의가 중요합니다.

- 쥐20 중 한국 빼고 쥐19 정상들과 그 수행원, 외국기자들 등등이 한글로 된 악플 보고 심장마비 일으킬까봐 겁나는 걸까?

 

7. 건전한 음주 문화, 건전한 습관으로 만들기

- 일단 불타는 대구의 밤문화를 선도하신 분, 음풍농월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쎅검 여러분들부터 좀 모범을...

 

8. 서로를 배려하는 교통질서 지키기

- 아, 그래서 아예 회담장 부근엔 전철도 안 세우고 버스도 못지나가게 하고 자가용 운전자들에겐 차몰고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있구나... 이건 뭐 배려고 뭐고 아예 원천봉쇈데 배려하고 싶어도 갈 수가 있어야지.

 

사실 뭐 타인을 배려하자는 좋은 취지에서 하는 건데 마냥 비웃을 필요는 없겠다. 저 여덟가지 다 훑어봐도 까놓고 단지 쥐20 기간 동안에만 그렇게 해야 할 일들이 아니고 평상시 에티켓 아닌가?

 

아, 1번은 빼자. 괜히 쓰잘데기 없이 외국인 보고 빙글빙글 웃으면서 "Hello" 했다가 그넘이 영어로 뭐라고 쏼라거리면 그 다음엔 기껏해야 하우아유 파인땡큐 앤유? 땀 삐적거리며 이쥐랄이나 해야할지 모르니.

 

문제는 이게 완전히 국민을 유치원 원생으로 보고 계도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거. 쥐20 회담장 주변에 철벽을 두르고 군인까지 동원하는 현상은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국제행사를 치루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계엄상태 하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렇게 국민을 쥐잡듯이 몰아부쳐놓고, 에티켓 운운하는 버르장머리는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일까? 하긴 그래서 영삼옹이 진작에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이겠다만, 저 쥐20 홈페이지에 떡 하니 걸린 에티켓 운운은 그래서 아무리 봐도 이게 정상적인 나란지 뭔지 헷갈리게 만든다.

 

이 판에 좀 더 깊숙하게 제안하고 싶은 건 이런 거다. 쥐20 회담 덕분에 경제유발효과가 20~30조 정도 나온다는데, 그 돈이면 5000만 전 국민에게 40만원에서 60만원 정도씩 돌아간다는 얘기. 그렇다면 이번 정상회담 끝나고 개인별로 이 돈 좀 지급해주라. 통장에 떡 하니 넣어주면, 아이구 각하 만쉐이~!!

 

한 일주일 불편함을 감수하면 인당 40만원에서 60만원 정도가 떨어지는데 그거 못참겠나? 만일 쥐20 끝난 다음에 전 국민에게 이 돈 통장으로 안 넣어주면, 일단 그 개뻥 친 연구원인지 뭔지부터 능지처참...은 좀 너무하고 5000만 국민에게 따귀 한 대씩 맞는 걸로 하고. 당연히 그런 개뻥을 기사라고 올린 기자들도 일렬로 세워 전국 순회시키면서 따귀 한 대씩 맞는 걸로 하자.

 

쥐뿔도 없는데 있는 것처럼 사기친 대통령은 따귀로는 모자라니까 5000만명이 한 대씩 돌아가면서 곤장을 때리기로 하자. 각하는 워낙 바쁘시니까 국민들이 직접 청와대 방문해서. 에티켓은 이렇게 지켜져야 하는 거 아닌가?

 

그나저나 정부의 이같은 업종변경으로 인하여 목하 밥줄 놓게 생긴 전국 개그맨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자꾸 쥐쥐거려서 뭐라고 그럴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는데, 그러지들 마라.

나, 쥐메일 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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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0 11:40 2010/11/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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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렸을 때 길에서 외국인 보면 부모님께서 “외국인이다! 가서 Hello! 해봐.” 이러셨는데...초등학교 교육 내용이랑 똑같네...국민을 뭘로 보고 저러는지...
    G20했으니 이제 선진국!!이러면서 동시에 저런 캠페인을 벌이는 것 자체가 아직 후진국!!이라고 인정하는 것 아닌가. 이런 게 오히려 대한민국을 먹칠하는 행동 아닌가 싶네요.

    • 먹칠도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니죠. 갑자기 왠 듣보가 다가와 히죽거리면서 Hello 이러면 당하는 외국인도 황당할텐데. ㅋ

  2. 와앙 모든 한국인 통장에 50만원씩 들어오면 좋겠다 +_+ 특히 나에겐 실수로 두 번 입금 쿄쿄쿄쿄

    • 오오... 인간의 심리란 거의 비슷한 것인가... 그나저나 공짜 넘 좋아하면 두발탈모가 급격하게 일어난다던데용. ㅎㅎ

  3. 며칠 전에 서대문구청에서 세계가 지켜보는 G20 기간에는 음식물 쓰레기 밖으로 내놓지 말라고 그랬다는뎅,
    뭐, 그것말고도, 사방 팔방에서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하니까, 이거 뭐 민망해서 똥도 못 싸겄어여...그래서 변비걸렸...쿨럭...= =;;;

  4. 어제 학생인권과 관련된 토론회가 있어서 택시로 이동하던 중에 어떤은행 앞에 걸려있던 g20 성공개최 플랑을 봤습니다. 같이 가던 사람들이 서울도 아닌데 누구보라고 저런거 걸었는지 모르겠다고 투덜투덜.
    그때 택시기사님 曰
    "지금 70년대 같죠? 큰G(쥐)들이 20마리나 모인다고 저런 걸... 작은G(쥐)들은 끼지도 못하고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