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이게 뭐 다 내 탓이니 어디 하소연 할 것도 아니다. 그래서 걍 내 블로그에다 풀어놓을 밖에.

몇 차례 취업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에 또 하나 준비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역시 마찬가지 결과일 듯. 가장 큰 문제는 경력사항에 들어갈 경력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거.

최초 직장생활을 했던 구로공단의 ●●●●는 이미 망한지가 오래되어서 증빙이고 나발이고 할 방법이 없다. 이건 아예 건강보험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그 다음 입사한 ▲▲▲▲은 또 아리까리한 것이, 원래 입사는 인천 제2공장으로 했는데 군복무후 복직은 인천 제3공장으로 했었다. 그런데 지금 ▲▲▲은 ○가 되어 인천 제2공장은 ○○▲▲▲▲ 인천2공장이 되었는데, 제3공장은 ■■■ 코리아가 되었다. 기본적으로 원래 □그룹 고졸공채 00기로 입사를 했다가 ▲▲▲그룹에서 계열분리를 한지도 오래 되어 경력기록을 확인하는게 애매해지고 말았다. 이 경력이 5년이다. 

이후 진학을 하고 학업을 계속하다가 민주노동당 중앙당의 정책연구원으로 들어가게 된 게 2004년 5월이었다. 그러다가 이 당이 2008년에 분당이 되었고, 정책연구원을 그만 두게 된다. 문제는 이 당이 통합진보당이 되었다가 결국 해산당하는 통에 이제는 경력확인을 해 줄 수가 없다는 거. 이후 진보신당 미래상상에서 또 연구원으로 잠깐 있었는데, 이 연구소마저 사라졌다. 이후 진보신당이 노동당이 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여기서는 경력기록을 뗄 수 있지만, 미래상상 경력은 허공에 떴다. 이 두 경력이 약 4년 반 정도 된다.

건강보험자격득실기록을 살펴보니 이것도 참 난감한 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근무기간이 상당히 차이가 있기도 하다. 특히 민주노동당 근무기록은 4개월이나 차이가 난다. 건강보험 기록이 9월부터 개시되는 것. 게다가 난 통합진보당에서 근무한 적이 하루도 없지만 건강보험기록상으로는 통합진보당에서 근무한 것으로 되어 있고 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은 나오지도 않는다. 통합진보당이 민주노동당을 승계하는 바람에 벌어진 일.

아무튼 이런 사정으로 인해 발 담그고 일했던 곳들 중 경력기록을 뗄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고, 물론 단체는 아예 건강보험기록 같은 것도 없기 때문에 뭐 경력을 이야기할 수도 없는 상태다. 경력증명을 하기 곤란하여 건강보험자격득실기록을 제출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없느냐고 했더니, 폐업한 업체의 사업자등록증, 법인등기부 등을 제출하란다. 이거 어떻게 제출하라는 거여... 환장하겄다.

청년들이 취업에 애를 먹고 있다. 한 점이라도 더 따기 위해 스펙을 맞추느라 청춘을 다 보낸다. 이력서에 한 줄을 더 넣기 위해 돈을 들여 경험을 쌓는다. 물론 이렇게 경력을 구비하는 것도 정보와 돈이 있어야 하고, 더 나가 줄과 빽과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을 갖춘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의 이력서는 얼핏 보기에 질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게 된다.

사실 나는 이렇게 넋두리를 하는 수준이라도 운이 굉장히 좋은 편임을 인정해야 할 거다. 평생 들통 지고 노가다판을 전전하다 병원 치료 한 번 변변히 받지 못하고 돌아가신 아버지, 열 몇 살때부터 봉제공장을 다니며 미싱을 밟다가 칠순이 되어서야 미싱 앞을 떠난 어머니는 평생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공고 나와서 볼펜공장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터에 지금의 학력을 가지게 된 건 내 이기심의 결과이겠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못난 자식의 이기심 때문에 효도따위 받아보지도 못한 부모님의 포기가 있었고, 어려울 때마다 용기를 북돋워주거나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준 많은 분들이 곁에 있었다. 지금의 나는 나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정말 많은 이들의 긍정적 영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취업 한 번 하는 게 힘들다. 학력자본을 가지게 된 지금이나 그렇지 않았던 때나 사실 큰 차이는 없다. 그래도 나는 직장도 다녀봤고 그럴싸하게 무슨 연구원이니 하는 직책도 누려봤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이 힘든 건 실감이 어려울 지경이다. 그들은 나보다도 훨씬 외국어도 잘하고 책도 많이 읽었고 경력도 많이 쌓았다. 그건 둘째 치고,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이 알바를 세 개 네 개 하는 것도 봤다. 그래서 넋두리 하기도 뭐하다. 사실 많이 미안하다. 그들에게.

어쩌다보니 기성세대가 되어 버린 지금,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 다른 이들 걱정하는 게 쓸데 없는 오지랖인지 모르겠다만, 저들 앞에서 내가 경력도 못 맞춰 힘들다는 이야기하기가 좀 그렇다. 그래도 힘든 걸 어떻하겠냐, 그래서 내 블로그에 하소연이라도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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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3 20:59 2019/09/0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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