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구속될 수 있다"

유시민이 "누구든 구속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전혀 뜬금없는 일이 아니다. 앞서도 짚었던 것처럼 기실 유시민의 이러한 반응은 실질적으로는 여타의 특권세력과 동일한 특권을 향유하되 형식적으로는 모범적인 진보주의자로 인정받고픈 정체성 해리현상에서 기인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검찰에 의하여 누구든 구속될 수 있는 상황이 단지 조국 사태 이후 전개된 새로운 양상이 아니라는 거다. 이미 우리는 그러한 상황을 너무나 많이 겪었다.

사회과학서적을 읽고 토론했다는 이유로 난데없이 붙잡혀가 청춘을 날려버린 내 동생들이 그랬다. 집회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붙들려 가거나 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개처럼 끌려나가 검찰에 넘겨진 노동자들이 그랬다.

다 옛날 독재정권 시대의 일이라고? 천만에. 이게 다 민주화되었다는 2000년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다. 물론 옛날에도 그랬지만, 특히나 사회과학서적 읽고 토론모임을 했다고 검찰에 의해 기소된 동생들 이야기는 노무현 정권때의 일이다. 유시민이 한 자리 하고 있던 바로 그 때다.

그때 유시민은 "검찰에 의하여 누구든 구속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한 적이 없다. 항상 그랬다. 노무현 정권 당시 뿐만 아니라 쌍용 노동자들이 개돼지처럼 끌려간 후 죄다 구속되고 재판받게 되었을 때, 그가 "검찰에 의하여 누구든 구속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정 반대로 박근혜와 최순실과 그 측근이 검찰에 의하여 탈탈 털릴 때는 "검찰에 의하여 누구든 구속될 수 있다"고 하기는커녕 거기에 박수치고 환호했다. 일국의 대통령이 검찰에 의하여 구속수사를 받을 때에 오히려 "누구든 구속될 수 있다"는 말이 더 적실하지 않았을까?

이 대목에서, 유시민이 이야기하는 '누구든'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누구든'은 조국과 유시민처럼 실질적으로는 여타의 특권세력과 동일한 특권을 향유하되 형식적으로는 모범적인 진보주의자로 인정받고픈 특권세력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유시민은 이러한 본질은 감춘 채 마치 일반적 인민대중이 모두 조국처럼 취급될 수 있다는 듯이 공포심을 유발하고 있다.

생각할 수록 빡이 치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9/11/20 14:57 2019/11/20 14:57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