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농도
* 이 글은 혹세무민 종적묘연님의 [혈액형 신드롬과 인종주의] 에 관련된 글입니다.
거 참 어디 가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혈액형 이야기하는 사람들 많이 있더라. 그러면서 꼭 물어본다. "행인은 무슨 형이냐?" 그래서, 무슨 형이라고 이야기하면 "어, 난 딴 건 줄 알았는데" 어쩌구 한다. 뭐가 딴 거냐?
그래서 앞으로 "행인은 무슨 형이냐?"라고 물으면 그냥 "큰형이다"라고 이야기할란다.
혈액형 이외에 또 유사한 이바구들이 있다. 별자리 요즘 또 유행이다. 갑자기 별자리를 들이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물어본다. "행인은 무슨 자리야?" 그래서 무슨 자리라고 이야기하면 "거봐, 그럴 줄 알았어" 어쩌구 한다. 엥? 맞긴 뭐가 맞다는 거냐?
그래서 앞으로 "행인은 무슨 자리야?"라고 물으면 그냥 "돗자리야"라고 이야기할란다.
가끔 사주 물어보는 사람들 있다. 특히 무슨 띠냐고 묻는다. 그래서 무슨 띠라고 하면 아, 그래서 성질이 그렇게 더럽구만 하는 반응들이 나온다. 아니, 자기 띠하고 성격하고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그럼 성질 좋은 내 동갑내기는 돌연변이냐?
그래서 앞으로 "행인은 무슨 띠냐?"고 물으면 그냥 "허리띠다"라고 이야기할란다.
최근에 어디 사는지 가지고 사람 따지는 경향도 있다. "행인은 어디 살아?"하고 물어서 어디 산다고 하면 그 동네 사람들이 어쩌구 저쩌구 한다. 우짜라고? 어릴 때부터 하도 많이 주소를 옮겨서 사실 내 정체성이 어느 동네서 연원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21세기에 왜 택리지를 다시 쓸라고 그러나?
그래서 앞으로 "행인은 어디 살아?"라고 물으면 그냥 "집에서 살아"라고 이야기할란다.
이런 저런 기준을 두고 사람의 특성을 세우려는 시도들. 이거 재미로 몇 번은 좋은데 아예 판단의 근거로 만들려고 하면 아주 기분 쉣이다. 인종과 민족이 지도의 제작을 통해 구분되었다는 이야기가 근거없는 낭설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지도 그려놓고 여긴 어느 종족, 저긴 어느 민족, 이렇게 구분하다가 영 구분이 애매해지면 '기타'로 분류되고, 그 '기타'들은 그 때 이후 지금까지 '기타'가 되어 항상 주어 터지거나 밟히거나 하면서 살고 있다는 사실.
이건 말이 되질 않는다. 피의 색깔이나 농도는 어느 사람이던 다 마찬가지다. 그저 우린 같이 어깨 부대끼고 살아야할 사람들인 것이다. 거 좀 제발 가르고 나누고 하지 말자.
* 이 글은 행인님의 [피의 농도] 에 관련된 글입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교수가 나와 독일 나치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기회가 있었다. 우생학의 출발은 영국이며, 영국은 식민지 관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