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살겠다, 갈아보자~~!!

지나치게 섹쉬한 제목이었나??

하지만 저 구호, 추억속에만 남아 있는 옛날 그 누군가의 절규로 그치지는 않을 성 싶다. 경기가 않좋다, 불황이다 하는 말들은 많은데, 이를 극복할만한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초상을 당했다. 아, 물론 초상이라는 것이 대부분 갑작스런 돌발상황이지 뭐 누가 모월 모일 모시에 죽을 거라고 예고하고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문상을 가서 하루 밤을 지새고, 발인 보고 장지 가서 하관 끝나고 떼 올리고 뒷정리까지 한 후 서울로 올라왔다.

 

결혼식보다는 장례식에 출석률이 더 높은 것은 취향의 문제라고나 할까? 결혼식은 사실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많다. 가 봐야 뻔한 줄거리의 주례사 듣기 싫어서 미리 밥 먹고, 식 끝나면 사진 찍고, 좀 아쉬움이 남는 사람들은 뒤풀이 가고 그게 다다. 행인이 남 결혼식만 쫓아다니다가 오늘날 요모양 요꼴이 되었기 때문에 기분이 쉣해서 그러는 것은 결코 아니다. 흠흠...

 

문상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없을 거다. 행인도 그렇다. 즐겨서 그자리 가는 거 아니다. 그러나 초상집엔 왠지 반드시 가야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초상집이야말로 사람들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초상때도 마찬가지다. 명절에도 얼굴보기 힘든 일가친척이 다 모였다. 사촌 형제들 역시 죄다 모였고, 그리하여 벼라별 이야기를 다 할 수 있었다. 소규모 공장을 하면서 박정희가 젤루 좋았다고 주장하는 형님, 현장노동자로서 노조운동을 하며 지금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는 형님, 철거용역업체 운영하는 형님, 열성 한나라당 지지자인 동생, 군바리인 동생... 등등... 이런 사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마침 돌아가신 분의 아들들이 매우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큰 형님은 철거용역업체 운영, 둘째 형님은 조그만 중소기업 운영, 셋째는 뭐해먹고 사는지 잘 기억이 안나고, 막내는 직업군인. 주로 큰 형님과 막내가 아는 사람들이 문상을 왔는데, 그러다보니 절반은 조폭이고 절반은 군바리라 죄다 깍두기들만 들썩들썩하는 초상집이었다. 간 작은 사람이 왔다가는 놀라 기절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암튼 이렇게 가지각색의 인간들이 죄다 모였는데, 이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놀랍게도 전적으로 의견이 통일되는 사안이 있었다. 다름 아니라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거다. 먹고 살기 힘든 원인에 대한 진단이나 대응책은 서로 달랐지만, 먹고 살기 힘들다는 현상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다. 이럭 저럭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일일이 옮기기는 어렵지만 구구절절이 아프고 힘든 사연들이었다.

 

밥 굶지는 않는 형편이라고 서로 위로들을 하면서도 이 불황이 어디까지 계속 될지 몰라 답답해하는 기색들이 역력했다.

 

그들이 말하는 대응책들, 위에 언급한 각 캐릭터들 중 다음 대안을 이야기한 사람들이 누구일까 생각해보시길. 내놓고 이야기하기는 집안사정상 불가능할 듯...

 

1. 박정희 같은 사람이 하나 나와줘야 하는데...

2. 비정규직 자꾸 늘어나면 망하는 거여~!

3. 건설경기부터 살려야 우리 애들 밥이나 먹이지.

4. 노무현이 빨리 물러나야...

5. 인생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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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6 11:30 2004/11/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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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 저도 결혼식은 안가도 그만, 문상은 꼭 감..에 해당.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경사는 안가도 괜찮은 것 같은데,
    조사는 챙겨야 한다고 생각한달까요.

    아무래도, 힘들때 더 사람이 필요한 법인듯해요.

    근데 아래 누가 어떤 말 했을지가 넘 뻔하잖아요.^^;

  2. 환, 상, 속에, 그, 대가 있, 다, 아아~

    참 이상하단 말야..
    삶과 사회에 대한 끈질긴 환상들,의 개인차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게 저를 무척 바꿔왔단 생각이 들어요.

    이젠 보고 알고 겪어야할 시점이지만..
    음 대체 '경제'란 게 뭘까.

    왜, 그리 먼 곳에 살지 않는 이 사람과 저 사람이
    같은 세상을 두고 생각하는 게 판이하게 다른걸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의문문을 생각해내지도 못할 만큼 무지한 나.
    거기다 공부하기엔 너무 게으른 나. 으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