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위성정당
조국 사태 당시, 나를 멘붕에 빠뜨렸던 일을 복기해보자. 사실 이건 다시 생각하기도 싫지만, 시국이 엄중하니만큼(!) 개인적인 고통을 감내할 필요가 있다. 살신성인의 자세로다. 암튼. 생각하기도 싫지만 어쨌든 다시 생각해보면, 그 때 나를 괴롭혔던 건 서초동의 닭대가리같은 말들도 아니고 광화문의 개떡같은 구호도 아니었다. 그 때 내가 몸이 떨릴 정도로 부들부들 했던 건 이런 말들 때문이었다.
이 말을 한 사람들은 그 이전에는 오랫동안 원리와 원칙과 윤리와 법과 이념과 기타 등등 하여튼 지금은 저 먼 안드로메다성운 어딘가를 헤메고 있는 개념참 말들로 나의 호감과 신뢰를 샀던 사람들이었다. 무수한 닭대가리들이 개떡같은 소리를 하면서 "법대로 하자"고 와글거리며 다닐 때, 이 사람들은 법은 최소한일 뿐이며 법 이전에 더 큰 원리를 이해해야 하고 대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바로 이 사람들이 이명박근혜 정권 당시 얼음같이 차갑게, 그리고 칼날처럼 매섭게 정권을 비판하던 사람들이었다.
이명박근혜 정권에 대해 이들은 "법을 잘 지켰으니 되었다"라든가 "법을 어긴 게 없으니 뭔 문젠가"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히틀러가 바이마르 헌정질서 내에서 만들어진 법을 가지고 유대인들을 아우슈비츠로 몰아넣었고 급기야 세계대전까지 벌였듯이, 이명박이나 박근혜는 그다지 뭐 법을 어겼다고 볼 수 없지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숱한 일들을 저질렀다. 나중에는 법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탄핵도 되고 법무부 무상급식도 받게 되지만.
이명박근혜에 대해 그토록 준절했던 저이들은 조국사태를 맞이하자 돌연 태도를 바꿨다. 조국에게 무슨 범죄사실이 있느냐, 범죄사실이 확인될 때까지는 조국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검찰 이 X같은 것들이 피의사실공표나 하면서 한 개인을 저리 탈탈 털 수 있느냐 뭐 이러면서. 조국을 지키는 것이 검찰개혁이고, 조국을 지키는 것이 정치개혁이며, 조국을 지키는 것이 통일운동이...아, 여기까지는 아니었나, 암튼 내가 바로 조국이다 이 따위 닭대가리같은 발언을 그토록 천연덕스럽게 해댔다. 그 꼴을 보면서 난 기가 질려버렸던 거다.
그런데 지금,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등장하자 이들은 이런 불법적이며 위법적인 정당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정치개혁의 성과를 도둑질하려는 범죄조직이다, 뭐 이런 소리를 해가면서 미래한국당을 연일 비난한다. 그런데 미래한국당은 현행 정당법에 의하여 하자없이 등록된 정당이다. 중앙선관위가 이를 인정했다. 그랬던 이번엔 중앙선관위를 범죄집단처럼 몰아간다. 중앙선관위는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따라 구성되었고, 이에 따라 합법적 활동을 하고 있다.
과거 조국사태 당시에 비추어보면 이들 비판자들이 미래한국당을 까거나 중앙선관위를 깔 이유가 없다. 왜냐? 미래한국당이 법을 어긴 게 없다는 거거든. 법을 위반하지 않으면 괜찮은 거라며? 조국이 법을 어기지 않았으므로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면, 미한당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이중잣대를 들이미나? 왜 그놈의 자는 여기 대볼 때는 늘어나고 저기 대볼 때는 줄어드나? 여러분들이 국가보안법 적용하는 안기부인가 검찰인가?
이분들은 한 걸음 더 나가 더민당의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자고 난리다. 진보정치연합인지 뭔지를 만들어서 거기에 군소야당 모아놓은 후 더민당의 합의 아래 비례의원 만들어보자는 게 그 내용이다. 아니 이런 ㅆㅂ 미한당은 꼼수고 니들은 정석이냐? 하승수 위원장은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계속 헛소리를 하던데 이걸 지금 묘수랍시고 상찬하는 자들 중에 바로 이분들이 있다. 조국이 뭔 죄냐고 했던 사람들. 조국이 위법한 게 없으니 욕 먹을 이유가 없다고 보는 이분들 입장에서는 더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든 외곽에서 아닌척하고 비례정당 만든 다음 더민당 위성정당 노릇을 하든 그게 법에 어긋나는 것이 없으니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질문. 그럼 미한당은 나쁜 놈들인데 왜 니들은 좋은 놈들입니까? 이 질문에 대해 이분들은 원리와 원칙과 윤리와 법과 이념과 기타 등등을 들먹인다. 아니 정치에 그토록 달통하신 분들이 왜 이리 혓바닥이 길어, 쫄았나? 그냥 그놈이 그놈인 거여, 이 냥반들아. 니들이 지금 나사가 빠져서 잣대를 꼴리는 대로 휘두르고 있는 거고. 내로남불, 아니 조국식 표현대로하면 내앙남폴이라고나 할까.
이들은 비례정당 꼼수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마키아벨리를 동원해 이렇게 말한다. "무엇을 행해야만 하는가의 문제에 매달려 무엇이 실제로 행해지고 있는가의 문제를 소홀히 하는 사람은 자신을 지키기보다는 파멸로 이끌리기 쉽다." 이분들 뚝배기가 코로나에 뚫렸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현실과 이상을 착각하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니들이에요. 비례용 위성정당 만들면 뭐 상황이 달라져? 거꾸로 미한당이 27석 얻으면 상황이 얼마나 달라지는데? 더민당 연구소에서 미한당이 20석 이상 얻으면 원내교섭단체로 남아 미통당과 합작하여 더민류를 괴롭힐 수 있다는 연구결과씩이나 내놓는 통에 더민당이 생난리가 났다더만. 그래서 나온 또 하나의 꼼수가 당원 총투표.
뷰스앤뉴스: 민주당 "비례연합정당 참여 전당원 투표로"
예전에 기초의회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여부를 당원총투표로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당원의 선거권을 박탈할지 여부를 당원투표에 부치는 해괴망측한 짓을 한 적이 있었던 더민당이라 이런 것이 뭐 새삼스러운 게 아닐지 모르겠지만, 난 전방위적 꼼수를 부리는 걸 당원들의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이따위 짓이 백주에 횡행할 수 있다는 게 더민당의 수준을 보여주는 거라고 본다.
율법을 따지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바리새인들이 있었다. 이들은 뭔 일만 났다 하면 그게 율법에 있냐 없냐, 율법에 위반되었느냐 아니냐로 가치판단의 기준을 삼았다. 조국과 그 일가가 저지른 짓에 대해 위법이 있었는가가 문제일 뿐이라고 하던 저이들과 마찬가지로. 그 바리새인들을 향해 예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 위선자들아! 너희들에게 화가 있을 거다. 니들이 천국을 막아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너희도 하늘나라로 들어가지 못하면서 들어가려는 사람도 못들어가게 한다.(마태복음 23:13)"
바리새인들이 하늘처럼 떠받드는 율법이 실은 바로 그들이 만들어놓은 것이고 그들이 구별지어놓은 것임을 예수는 간파한다. 그렇기에 예수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희는 벌레는 뱉어내면서 낙타는 삼키는구나.(마태복음 23:24)"
예수가 워낙 선비같은 양반이라 이렇게 좋게 이야기한 거지, 나같으면 그냥 되는 대로 내지를 수 있다. 법 좋아하네. 그게 니들 법이지 내 법이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