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뇌피셜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박성민의 글은 언제나 그렇듯이 장황하다.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지 않는다. 도대체 나비효과고 나발이고 그래서 2011년이 뭐 어쨌다는 건가?
경향신문: [박성민의 정치인사이드] 혁신 잃어버린 민주당이여, 2011년을 기억하라
일단 박원순을 끌고 들어온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와 시민단체의 시대는 1990년에서 2010년까지"
"'정의기역연대'와 박원순 시장으로 인해 시민단체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면서 하는 말이다. 이건 그냥 참여연대를 '시민단체의 삼성'이라고 볼 때 가능한 시대분류일 뿐이다. "대~한민국"에 시민단체가 참여연대 하나 뿐인가? 박성민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시민단체들은 '시민단체의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을지 모르겠다. 참여연대의 기가 어찌나 센지 그 위세에 눌리다보니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건 그렇고, 그 시민단체시대의 종말 이후 시민단체의 빈 자리를 김어준이 채웠단다. "2011년 이후 대중에게 미친 영향력을 따진다면 지난 9년은 가히 ‘김어준의 시대’였다." 영향력이라는 말을 가치중립적으로 보자면 이런 논리도 가능하다. 영향력에는 긍정적인 영향력과 부정적인 영향력이 있는 거니까.
박성민은 김어준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지만, 박성민 본인이 이 글에서 인용한 진중권은 김어준 등의 영향력에 대해 "닭치고 정치 하더니 나라를 양계장으로 만들어놨다"고 힐난한 바가 있다. 진중권의 관점대로라면 도대체 이 나라의 대중들은 얼마나 치명적으로 김어준의 '부정적' 영향력에 휩쓸렸다는 이야긴가? 박성민은 이걸 어떻게 보고 있길래 '정치' 컨설턴트 씩이나 하는 사람이 이런 식의 시대분류를 할 수 있는 걸까?
서울시장을 통합당이 하냐 더민당이 하냐에 따라 '정치적 변곡점'이 달라진다고 보는 박상민의 입장에서야 2011년 서울시장의 당적이 바뀐 사실이 정치적 변곡점일 것이고, 202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적이 바뀐다면 그것도 정치적 변곡점이 될 거다. 그런데 도대체 시장의 당적이 바뀌는 게 정치적 변곡점인가? 정치컨설턴트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야 그게 정치적 변곡점일지는 모르겠다만.
뭐 다 넘어가 줄 수 있다. 어차피 박성민의 글은 처음부터 중간까지의 횡설수설을 빼면 결론은 뭐 금방 드러나니까 그것만 이야기해보자. 결국 박성민은 자신의 오래된 레퍼토리, 선거에서 이기려면 스윙보터를 잡아라는 결론을 제시한다. 2012년 양대 선거에서 승리한 박근혜가 퇴행적 정치행보를 밟으면서 '스윙보터'인 중도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쫄딱 망했단다. 마찬가지로 더민당이 '검찰개혁' 같은 이슈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중도를 잃을 수 있단다. 쉽게 말하면 이러다가 더민당이 다음 선거-내년의 보궐, 후년의 대선과 지선-를 질 수 있다는 거다.
박성민은 언제나 그렇듯이 한국의 '중도'에 대한 개인적 뇌피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그가 점치는 정치판도는 그의 점괘와는 그다지 들어맞지 않는 결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꾸준하게 뇌피셜을 펼친다.
최근 어떤 여론조사에서 서울의 정당지지 판세가 역전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고 한다. 얼핏 보면 이런 현상들이 박성민이 우려하는 것처럼 더민당 지지 중도가 빠져나가고 그 결과 통합당이 다 먹는 결과로 나올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도는 박성민의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중도고 뭐고 간에 통합당에서 어떤 용가리 통뼈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얼굴을 내민다고 한들 용 빼는 재주 없다는 거다. 중도가 어떻게 할 거 같은가? 그렇기에 나는 박성민이 걱정하듯이 내년 서울시장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빼앗기면 2011년 한나라당이 개혁파를 잃었듯이 (더민당도) 유력한 대선주자를 잃을 수도 있다"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장담한다. 이러다가 박성민 말은 다 안 맞더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박성민은 "역사는 반복되는가?"라고 질문하며 글을 맺고 있다. 깜냥이 안 되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요량은 없지만서도, 그의 글이 식상하다는 건 이야기해줄 수 있겠다. 저 식상한 글이 또 반복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