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긴 춥다...
어릴 적 고향의 추위는 거의 상상을 초월했다. 동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최첨단 설비라는 것이 백엽상이었는데, 기차역까지 올라가 역사 옆에 있는 백엽상을 열어보는 것이 시골촌놈의 아침 일과였다. 들어는 봤나, 영하 30도... 보통 겨울 내내 영하 20도로 내려가는 것은 기본이고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렇게 북쪽도 아닌데, 왜 유독 이 지역이 이토록 추운지에 대해서는 뾰족한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다. 암튼 징글맞게 추운 이 동네는 그 덕분에 10월 말이면 온 동네 김장이 다 끝난다.
서울 살면서 그렇게 추운 것을 경험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인천에서 공장생활을 할 때는 동지섣달 소한대한에도 반바지에 반팔 티입고 인천시내를 돌아다닌적도 있었는데, 주변사람들이 거의 미친놈 쳐다보듯이 쳐다보는 통에 괜히 혼자 쪽팔린 적도 있다. 선천적으로 추위를 별로 타지 않는 체질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어릴 적에 너무 추운데서 살았기 때문에 추위에 적응이 되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 일 이년 사이에 왠만큼 추워졌다 싶으면 진짜 춥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워낙 추운 겨울을 오래도록 겪지 못해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아무튼 매우 춥다는 생각이 가득 드는 하루다. 간만에 들어가본 자취방, 방 전체가 꽁꽁 얼어붙어있었다. 세면장에는 물을 틀어놨는데도 수도가 얼어붙었고, 더 웃기는 것은 하수관이 얼어붙어 물이 내려가지도 못하고 세탁기 앞에까지 차올라 얼어붙어 있는 거였다.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얼굴이 터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화장품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 터라, 찬 바람에 살이 에이고만 것이다. 다행이 터지지는 않았는데, 아직 따끔거린다. 어릴 적에 시골에서는 하얗게 엉긴 돼지기름 모아놨다가 추운 날 밖에 나갈 때 얼굴에 바르고 나갔다. 그렇지 않으면 얼굴에 면도칼로 그은 듯이 살이 찢어지기 때문이다. 찬 기운 때문에 얼굴이 따끔거리는 통에 돼지기름 생각이 절로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현상들, 최근 들어 겨울이 추워진 이유는 무엇보다도 옆구리가 시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믿는다. 외로우면 더 추워지는 법이니까. 그래서 그 시린 옆구리의 감수성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계속 옆구리 살을 찌우기로 했다. 옆구리에 쌓인 지방질이 추이를 막아주면 외로움도 덜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꾸역꾸역 잘 먹어야 겠다. 추운날 새로이 세운 결심이다. 뷁~!
* 이 글은 행인님의 [춥긴 춥다...] 에 관련된 글입니다. 없는 사람에게 겨울은 어려운 계절인 것 같습니다. 저도 기름 보일러를 사용하는데 조금 방안에 온기를 느끼고 살려면 이전 한달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