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들을 하는 걸까?

#1

531의 난장판이 지나간 후 활로모색을 하려는 당의 움직임이 바쁘다. 바쁜가? 뭔가 분주한 거 같기는 한데 그닥 나오는 것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 얘기 저 얘기 하는데, 정작 당 안에서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이야기는 당 혁신을 위한 방편으로 인사문제가 거론된다. 신기한 노릇이다.

 

인사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뭘 위한 인사인지, 이런 거는 도통 알려지지 않는다. 그냥 인사를 하겠다는 거다. 낙선인사를 당 차원에서 하면서 돌아다니겠다는 건가? 아무튼 인사를 하겠다는 건데, 인사고과를 도입하겠다는 건지 뭔지 아무 것도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내용없는 인사를 위해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단다. 그 "객관적 기준"은 다름 아니라 출퇴근 관리다.

 

해묵은 논란을 다시 재개하고픈 생각은 없는데, 기껏 짱구 굴리는 소리 들린 다음에 나오는 이야기가 출퇴근 관리하겠다는 거라면 이건 좀 거시기 하다. 당 기풍을 찾겠다고 나선 분들이 희안한 논리로 난리 버거지를 쳤던 것이 불과 1년여 전인데, 하여튼 이 모지란 기억력들을 가지고 정치하겠다고 설치는 인류들을 보면 한숨이 퍽퍽 나온다.

 

#2

왜 마빡을 굴려도 이렇게 질떨어지게 굴리는지 모르겠다. 이러니 자본가들의 장난질에 대응을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는 거다. 예를 들어 자본가들의 장난질은 월드컵 기간에 출근시간을 아예 변경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12시 출근, 9시 퇴근. 물론 당연히 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직종이 있다. 교대근무로 돌아가는 컨베어 라인은 해당이 되질 않는다. 공장을 세우면 모를까.

 

이렇게 9시 정시출근을 칼같이 요구하면서 정작 퇴근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아니, 오히려 자리에 있으면 일 많이 하는 것이고 자리에 없으면 일 하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매우 의아스러운 것은 당 상근자들의 인사고과를 주문하는 관리자들, 즉 지도부들 중에 실제 공장 등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거다. 그런데도 자본가들이 전형적으로 행사하는 노동통제에 대해서는 아주 빠삭하다. 그리고 그 자본가들이 만들어 놓은 노동통제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려 한다. 거 참 희안한 일이다.

 

이들은 당 상근자들의 '노동자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직업 정치활동가라는 그럴싸한 단어로 상근자들의 '노동자성'을 대체한다. 그러면서 출퇴근관리나 인사고과처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본가들의 작업장 관리시스템을 적용한다. 뭐하자는 수작일까?

 

수시로 밤 새고, 선거때마다 동원되고, 당 재정마련을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 하게 만들고, 집회다 투쟁이다 하면서 동원령 내리고, 이런 거 다 좋다. 인정한다. 그렇게 하는 거 어차피 그게 우리 일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행위를 단지 '동지애적 의리'나 '직업 정치활동가'들의 숙명으로 포장하는 것은 당 지도부가 할 일이 아니다. 그런 그럴싸한 포장으로 상근자들의 사명감만 불러 일으키고 뒤로는 자본가들과 똑같은 형태의 착취를 해대는 것은 욕처먹을 짓이지 칭찬받을 짓은 아니다.

 

#3

615 동원령 떨어졌다. 월드컵 때문에 분위기 형성되지 않는다고 여기 저기서 말이 많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왜 615 행사에 목숨을 거는지이다. 민주당이나 열우당이 615 행사하겠다고 난리를 친다면 그건 이해하겠다. 지들 정권에서 만든 업적이니 그걸 가지고 설레발이를 치던 굿을 하던 그거야 내 알 바 아니다. 그런데 왜 민주노동당이 주접을 싸고 615에 부르르 떨어야 하나?

 

615 공동선언에 나와 있는 사안들, 이거 별반 내용이 없다. 615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첫째, 남북 정상이 직접 만나 원샷을 했다는 점, 둘째, 공동선언문에 "대한민국"이라는 남한의 국호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북한의 국호가 찍혔다는 점 이게 다다. 나머지 그 몇 개의 항목? 그거 민주노동당의 당 강령이나 통일방안과 아무런 상관점이 없다. 아닌 말로 민주노동당의 통일방안, 그런 게 있기나 했나? 민주노동당의 통일방안이 DJ식의 '남북연합'이었나 김정일식의 '낮은 수준의 연방제'였나?

 

615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 의미까지 무시할 필요는 없다. 분명 분단체제 극복의 과정에 한 획을 그은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문제는 민주노동당이 그걸 가지고 계승발전이니 뭐니 할 내용이 없다는 거다. 민주노동당이 제대로 가려면 615선언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지적하고 민주노동당의 방식으로 통일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그걸 안 하고 있다. 기껏 한다는 것이 DJ와 자본가들이 만들어 놓은 판에 휩쓸려 마치 615만이 통일을 위한 모든 것인 냥 착각하고 있다. 난리났다.

 

#4

도저히 제정신 가지고는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는데, 여기에 화룡점정, 615를 국경일로 만들겠다는 발칙한 발언까지 하고 자빠졌다. 뇌에 보톡스를 맞았나? 뭐 노는 날 하루 늘어나는 것으로 생각하면 그도 나쁘진 않은데, 알맹이가 없다는 게 문제다. 아닌 말로 DJ가 감동해서 민주노동당 의원들 한 번 만나주는 것도 아니고, 이 수준 되면 정신나간 정도가 아닌지 모르겠다. 욕먹을 것이 뻔하자 국경일 제정 건은 나중에 빠졌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과정에서 주체주의자들의 마음의 고향 북조선에서 남한에 하달한 지침들을 좀 보라. 민주노동당 해체하란 소릴 했다. 신자유주의 광풍의 전도사가 된 열우당과 민주당을 615정신을 함께 해야할 연대대상이라고 선언하고 이들과 같이 하라고 난리를 쳤다. 이거 민주노동당 해체하란 소리다. 그런데,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공식적으로 찍소리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615행사에 이 헛소리 했던 애들을 불러온단다. 거기에 민주노동당, 좋다고 쫓아간단다. 어이가 없다. 뭐하는 걸까? 노무현은 미국에 사대하고 민주노동당은 조사당에 사대하는 건가?

 

#5

자, 이제 이 돌대가리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다. 얘들 마빡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죽으나 사나 조로당 2중대 근성인지 열우당 2중대 근성인지 모르겠지만 이 닭성을 깨지 않는 한 남한 사회에 진보운동은 제자리 걸음 내지 퇴보다.

 

민주노동당에서 '노동'이 빠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드는 요즘이다. 좀 더 빨리 행동을 개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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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3 11:37 2006/06/13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