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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치산== 바보 과대표

과거 1학년 때 성신여대에서 북부총련 출범식이 있었다.

단식이 끝난 뒤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멋으로 단식단 옷을 걸치고 다닐 때였다.

 

단식단이란 가슴에 새긴 글이 애처러웠는지 원봉이었던 돈암동 거리를 너무 쉽게 걸어다녔다.

다른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들어가서 잘 버티다 우리학교 아직 안 들어왔다고 밖에서 결의대회하고 있다는 얘길 듣고 또 원봉된 거리로 뛰쳐 나왔다. 흩어졌단 얘길 듣도 다시 들어가려 했지만 아까보다 더 많아진 전경과 더 심해진 검문에 도저히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가 학교 총집 사람들을 만나 같이 산넘고 건물넘고 계곡 넘어 성신여대 뒷문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그리고 바로 본 극이 이 바보 과대표였다.

 

뇌리에 박히는 내용... 밖으로 뭔가를 뽐내거나 내새우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활동가가 되기 위해선 어째야 하는 지를 얘기해주는 것 같았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시라는 것을 알고 절판된 홍치산 시집 이리 저리 구해서 읽으며 감동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까지 그 바보 과대표처럼 살지 못한 내 자신을 반성하며 다시 한 번 이 시를 읽어본다.



우리학교 1학년에 바보 과대표가 한 명 있다.
술만 먹으면 개가 되고
밍맹몽, 007빵 무얼 하더라도 진짠지 가짠지.
야튼 맨날 걸려 얻어맞으며 헤헤 웃고
벌주 발칵발칵 마시며 배꼽 뚜딜겨
뽕짝 걸판지게 뽀아대는 천하에 바보가 있다.
항상 그 바보 곁에 사람들이 드글거리고

그 수첩에는 120명 동기 이름 모두 적혀있다.
누구누구와 언제 만났고
누구의 고민은 무엇이고
누구와는 아직얘기 못해 보았으니.
멋있는 싯구 하나 없지만 그런 것들이 잔뜩 쓰여있다.
수업 안들어오는 애들 리포트 알려주고
시험때는 쏘스 제비 벌레 물듯 물어와 노놔주고

역사연구반이니, 사회과학 연구반이니
소수의 의식을 위한 것보다
바둑반이니 농구반이니
그런 모임을 만들어 120명 모두를
함께하는 고민으로 자기 과 소모임에 참여시켰다.

일기장에는 자신의 참된 삶의 문제
누구보다 겸허하게 치열하게 고민하였으며
개의 안락에는 추호의 타협이 없었으며
항상 5시간 수면을 철저히 지킬것을 강제했고
서재에는 항일 무장투쟁사가 손 때묻어 간직되어 있었다.

그날
자기 과 친구들에게는 아직 이르다며 본대에 있으라 하고
아스팔트 하이바에 우리 선배 전투조들 떨고 있을때
익살스런 춤 "간다 간다 뽕간다"
신명나게 두려움 누그려주고
전투대장의 진격의 나팔 우렁차게 울리니
그는 누구보다 최전선에서 정확하게 꽃병을 꽃았다.

드디어 놈들이 사나운 이빨 으르렁 거리며 덤벼들때
한 친구 전사는 미끄러지고
모두 안타까이 돌아 섰을 때
그 바보 전사 바보처럼 의연히 달려 나갔다.

다음날 한계레신문에 조그맣게 바보 이야기가 실려다.
고대에서 2명이 화염병으로 잡혀오고 100명이나 친구들이
성북서 항의 방문을 했다고 바보를 풀어 달라고 울부짓었다.
총학생회장님이 잡혀가도 그런 일이 없어는데

그리고 다음날 교문과 식당에서는
바보의 바보같은 친구들을 누구나 만났다
그들 손에는 당구 큐대가 아니라
볼펜이 아니라 오락실 운전대가 아닌
규탄 성명서가 들여있었다.

그리고 며칠 지난 뒤 학생의 날 가투 전투조 사전모임에서
한 1학년 학우의 결의 발표가 나의 심장을 쳤다

"나는 바보의 다른과 친구입니다.
투쟁하란 말은 없어지만
그 친구는 말은 없어지만
저는 아직 짱돌 한 번 던진적 없었지만 바보들 잡아간 놈들
용설할 수 없습니다.
오늘 비록 제가 잡혀간다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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