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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했던 지난 주... 토요일에는 유붕이 자원방래한지라, 그들을 맞이하러 기차타고 네 시간 걸려 뉴욕으로 출타함. 말하자면 부산에서 서울로 저녁 먹으러 간 셈.... ㅡ.ㅡ 반가운 얼굴들 만나서 맛난 것도 얻어 먹고 (이제 얻어먹는게 아주 일상이 되어버림. 심각함.....) 미술관 관람에 시내 관광도 공짜로 묻어서 가고, 심지어 평생 첨으로 거금 백 불짜리 뮤지컬까지 관람... 흰머리 뽑기의 고수, Hoe 를 만나 새벽녘까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밀린 새치들을 한꺼번에 솎아내고 나니 속이 시원~~ (지나친 새치 소탕 작전에 심지어 경미한 출혈 ㅜ.ㅜ)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로드아일랜드, 코네티컷, 뉴욕 철로변을 감상하며 커피, 맥주를 홀짝 거리는 것이 오랜만에 혼자 여행하는 즐거움을 되살려줌... 수/목요일에는 역시 한국에서 자원방래하신 크자님을 모시고(?) 버몬트의 집주인 부부 댁으로 단풍 구경 다녀왔음. 땅도 넓은 이 나라에서 어쩜 그리 산속 깊이 집을 마련했을까 의아했지만, 거실에서 내다보이는 풍경에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음. 주인 할머니는 얼마 전에 동네에서 흑곰을 만나 도망쳤다는..... ㅡ.ㅡ 드넓은 자연에서 호연지기 연마는 물론이거니와 아름답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 삶의 성숙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한편으로는 어지러웠던 한국 근대사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던 보기 드문 여행이었음. 이야기하자면 길지만, 할배가 미군정기 외교관으로 한국에서 일했었고, 그러면서 엄청난 고관대작/지식인들과 교유하면서 (그 시기 미군정 고위 외교관과 어울렸던 한국인들이 누구였겠나) 잊지 못할 경험들을 많이 했단다. 할아버지는 완전 한량 스타일... 정치가 싫어서 다시 학교로 돌아와 인류학 교수를 하다가 은퇴했다는.... 할머니는 대사관 근무하다가 눈맞은 한국 아가씨... (월남한 지주의 딸 ㅡ.ㅡ) 버몬트 첩첩 산중, 손수 지은 목조 주택에서, 직접 팬 장작을 지피며, 스카치 위스키에 쥐포 (ㅜ.ㅜ)를 안주로 삼아 지난 이야기를 구수하게 풀어놓는 할아버지(유머감각 끝내 줌)와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게으르기 짝이 없는 이민자 2세 진돗개 "진도"를 쓰다듬으면서.... 음. 그런 삶도 있었다. 호사스럽지 않으면서도 여유가 있고 즐거운 추억과 현재의 기쁨이 흐르는 삶.... 미국 땅의 선택받은 소수가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월매나 좋겠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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