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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양]: 구원은 누가?

지난 금욜 저녁에 다큐 감독 J, 사회운동가 K와 [밀양]을 보았다. 그 후유증이 대단하여, 어제 거의 잠만 잤다... ㅜ.ㅜ 영화로 인한 상처나 고민 때문이 아니라, 영화 보구 나서 진정 '오랜만에' 새벽까지 수다떠느라... 토욜 아침 일찍부터 하루 종일 진행된 학교 행사 땜에 피곤이 가중되어, 거의 토욜 밤부터 의식불명 상태 지속... 영화에 대해서는 셋이 대체로 비슷한 감흥을 하면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는디... 이창동이 보여주는 기독교에 대한 태도가 과연 냉소냐, 아니냐를 두고 작은 논란이 있었다. 극 중 기독교인들이 보여주는 진정성을 고려하건데, 냉소라 보기는 어렵다. 다만 구원에 이르는 다양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내 의견과, 그래도 여전히 냉소적 성격이 짙다는 (이창동의 전작들을 고려해볼 때도) J 의 의견이 갈라졌다. 또, J 는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충분히 살리지 않고 '소설'적으로 읽히는게 불만이라고 했고 (역시 그녀는 감독), 나는 책 읽는 거 같은 분위기는 좋던데, 라고 이야기했다 ㅎㅎ (나는 이창동의 전작들 중 초록물고기를 좋아하는데 똑같은 이유에서다). 다들 동의한 부분은, 송강호의 역할과 연기... 전도연의 역할 자체는 굉장히 극적이라 진폭이 크고, 그야말로 재주를 펼쳐보일 공간이 넓은 반면, 송강호가 맡은 종찬 역은 안 보이는 듯 하면서 상당한 무게가 있는 역할. 그가 정말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양한 조연들의 연기력... 대부분 현지 비전문배우라 하던데 어찌 저렇게들 잘 하는지.. 그게 바로 연출력의 힘인거야??? 그리고 다들 맘에 안 들어한 부분은 예측 가능한 전개와 전형적인 cliche 들... 이를테면, 커피 배달온 아가씨의 의상과 주변 남정네들의 대화는 꼭 그렇게 진부하게 그려졌어야 하나? 일상이 실제로 그리도 진부한 걸 어쩌란 말이냐 하면 물론 할말은 없다만서도... 아마도 가장 셋이 맞장구를 친 것은... 영화 자체보다 기독교와 '구원'의 문제... J는 어머니의 엄청난 신앙활동 때문에 고통을 겪은 바 있고, 나는 자칭 '회의주의자'로 거듭나면서 기독교란 정파나 사파나 종이한장 차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K는 알고보니 신학대학 출신이지만 남한의 기복+구원 기독교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상태... 셋은 한 목소리로 공포와 불안을 매개로 한 착취, 구원의 악용 (exploitation 혹은 capitalization) 문제를 지적했다. 물론 이렇게 진지한 이야기만 한 건 아니었다. 새벽까지 있었던 거는 타로 점 때문... 나는 타로 점을 생전 첨 해보았는디, 의외로 물어볼 게 없어서 고심했다는.. ㅎㅎ 너무나 비전형적인 질문을 해대는 나와 J 때문에 K 가 황당해하기까지... ㅡ.ㅡ 한 가지 신기한 건, 올해 초에 장 양의 포스에 이끌려 사주를 보았을 때도 그랬고, 타로점에서도 그랬고 역마살이..... 그것도 국내가 아니라 다 해외 이주설이 나오더라는... 아직 돌아온지 1년도 안 되었는데 이 무슨 기이한... 내 얼굴에 그리 써 있나? 다음 행선지는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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