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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_03

* 박물관 단상 추가... 처음 대영박물관에 갔을 때, 그 엄청난 전시물에 허거덕했더랬다. 도대체 저렇게 다 뜯어오고 나면 원래 장소에는 뭐가 남아있기나 한 걸까 걱정이 마구 들었던 것이다. 이런 황당함과 걱정은 나중에 뉴욕의 메트로폴리탄과 베를린의 페라가몬을 방문했을 때도 반복되었다. 징하게도 뜯어왔구나.... ㅜ.ㅜ 하지만, 몇 년 전 멕시코시티의 고고학 박물관에 가보고 '오리지널'의 힘을 실감했었다.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전시물들, 그리고 박물관의 엄청난 규모와 세심한 고려에 상당한 감동을 받았었다. 그런데... 여기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보고 나서는, 위험하게도... 이럴 거면 차라리...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워낙 지금의 공간이 협소하여 조만간 새 박물관을 지어 옮길 예정이라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 소중한 자산이 자기네들 것만은 아닐진데 어쩜 그리도 허술하게 관리하는데다 설명은 그리도 부실한지... 조상 덕에 날로 먹으면서 이 인간들 너무한다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깃발 든 단체 관광객은 한/중/일에나 있는 줄 알았는데, 유럽 관광객들이 깃발 아래 떼로 몰려다니는 광경도 좀 신기하기는 했다. 어쨌든, 각국에서 온 깃발 관광단에 떠밀려 다니느라 우리같은 독립여행자들은 많이 힘들었다. ㅜ.ㅜ #4. 기자의 피라미드 피라미드 하면 조건반사처럼 떠오르는 세계 7대 불가사의와 고대문명 신비론 ㅎㅎㅎ

한 때 내가 열광했던 그레이엄 핸콕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인류 문명이 기원전 3천년 전이 아닌, 1만 2천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읽다보면 외계인 문명 전파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야기는 자가증식하여 마침내 [에이리언 vs. 프레데터]라는 상상도 못할 조합의 영화가 나타나기도 했으니, 고대 문명의 신비에 호기심을 표하는 사람이 많기는 한 것 같다. (영화가 아주 후지지는 않았다. 프레데터 은근 멋지게 나옴 ㅎㅎ)

서론이 길었다....


최수철은 그들을 만날 마음의 준비도 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동하는 길에 기자의 피라미드를 지나쳐 본 것에 대해 무척이나 가슴아프게 써놓았다. 작가의 감수성을 지니지는 못했지만, 우리도 조금 놀라기는 했다. 첫날 숙소 가는 길에 택시 바깔은 내다보니 떡하니 마을 뒤로 피라미드가 보이는게 아닌가.... 저게 진짜 그 피라미드??? 싱겁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ㅎㅎㅎ 어쨌든 카이로의 세 번째 날, 우리는 아침 일찍 택시를 타고 기자로 향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 내부에 들어가보려면 선착순 150등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단체 관광객들이 표를 싹쓸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미리 가서 줄을 서야 한단다. 아침 일찍 떠나기 괴로워하는 Hamja 를 쪼아대서 일찌감치 피라미드에 도착하니 이제 겨우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택시로 지나가며 볼 때와 달리, 가까이서 보니 실로 피라미드는 장대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하도 거대하고, 사막의 먼지가 자욱하여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사진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ㅡ.ㅡ 예전에는 피라미드 외벽을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했었다는데 요즘에는 금지하고 있고, 내부 공개도 훼손 방지를 위해 인원제한에 사진 촬영도 막고 있다. 기자의 피라미드는 쿠푸, 카프레, 멘카우레의 것이며, 그 배열은 북극성을 향하고 있다고 알려져있다. 셋 중 쿠푸왕의 피라미드가 가장 큰데, 내부를 둘러보려면 100 이집트 파운드, 우리돈으로 약 2만 5천원을 내야 한다. 기껏해야 1백미터 남짓이니 어렵지는 않았으나, 좁고 가파르고, 덥기까지 해서 폐소공포를 자아내기에 충분할만 했다. 막상 그렇게 둘러본 내실에는 덩그마니 석관 이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 각 방의 용도와 통로 설계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른단다. 좁은 통로를 지나 열린 그 높은 천장의 방, 어두운 석실의 정체는 과연 무엇??? 피라미드를 지나 정문쪽으로 다가오면 그 유명한 스핑크스가 다소곳이 앉아 있다. 수천년 동안 모래 속에 묻혀 있다 발견되기를 반복했던, 그래서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오히려 직접 보니까 더 실감이 안 나더라 ㅎㅎㅎ 우리는 스핑크스 주변에 눌러앉아 담소를 나누다가 남쪽 멤피스로 이동하기 위해 Hamja 를 만나러 갔다. 약속장소인 KFC 에는, 피라미드 관광지답게, 할아버지 대신 옛 복장의 고대인이 지키고 있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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