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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_02

정말 기나긴 이틀이었다.... 진이 다 빠져버렸네.... 너무 피곤하니까 잠이 안 온다... 원고는 도저히 못 쓰겠고, 여행기나 틈틈이... #3. 카이로 - 혼돈과 먼지의 기억 아침을 호텔에서 해결하고 간식거리를 주섬주섬 싸들고, 시내로 나갔다. 어제 저녁 호텔 안내에 물어보니 지하철 타고 도저히 못 간다고 해서 택시를 불렀는데, 막상 가보니까 그닥 못갈만한 상황도 아니더만... ㅡ.ㅡ 지하철은 러프가이드가 칭찬한 대로, 꽤 괜찮았다. 물론 차 안에 그려진 노선, 바깥 안내도가 가끔 일치하지 않는다는 소소한(?)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 가격도 엄청 저렴해서 카이로 시내에서 이동할 때에는 강추할만하다. 아래 사진은 지하철 승강장 모습...


카이로 시내의 인상은 그야말로 혼돈과 먼지로 요약될 수 있다. 예전에 라틴 아메리카 공해 3종세트 (멕시코시티, 상파울루, 아바나)와 멕시코시티의 무법천지 자동차행렬에 깜딱 놀란 적이 있었지만, 카이로 앞에서는 한낱 아이들 장난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다. 생산연도가 궁금한 푸조 택시에서부터, 최신형 렉서스에 이르기까지 차들이 완전 다양했는데 특히나 택시들은, 과감한 깻잎 운전을 위해 사이드미러를 아예 뜯어버린 차들이 적지 않았다. (차간 간격이 깻잎이라는 건 절대 과장 아님 ㅜ.ㅜ) 항상 뿌연 공기는 그러지 않아도 항상 더러운 내 안경의 성능을 자꾸만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안 써본 황사마스크를 그리워했더랬다. 실제로, 이집트에 머무는 내내 쿠피에 (아랍식 두건? 스카프)를 뒤집어 쓰고 다닌 건, 우리의 미모(!)를 치한들로부터 감추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바로 이 먼지와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었다. (물론, 아침저녁 찬바람을 막을 수 있다는 엄청난 기능도 가지고 있다 ㅎㅎ) 우리는 시내 거리를 살짝 돌아본 후 서둘러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방문했다. 이후에 모든 관광지에서 절감한 것이지만, 이 나라는 '안내판'에 참으로 인색하다. 사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할 때에도, 도대체 입국심사를 어디서 하는지, 작성할 서류가 있는지 없는지 가르쳐주질 않아 대강 눈치로 해결했는데, 가장 크다는 박물관에도 역시 변변한 안내판 하나 없다. 실컷 줄 서서 표사고, 또 줄서서 검색대 통과해 들어가려니 카메라 바깥에 맡기고 오란다. 그럼 전시물에는 뭐가 잘 표시되어 있냐 하면 그것도 절대 아니다. 대개는 아무 것도(!) 안 써 있다. 제목만 달랑 써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중에 피라미드에서는 입구 표시도 안 되어 있었음 ㅎㅎㅎ) 물론, 오디오가이드가 있기는 한데, 번호와 내용의 불일치가 있다는 러프가이드의 정보에 따라 우리는 그냥 러프가이드를 들고 다니며 구경했다. 미이라며 석관이며 하도 많으니까 이건 뭐 좀 널부러져 있다는 느낌.... ㅎㅎ 투탕카멘의 관이랑 가면도 직접 보고 그 유명한 서기상이며 온갖 기이한 것들은 다 봤는데, 어찌나 사람도 많고 전시장 환경이 열악한지 (천장 유리가 다 깨졌 있음 ㅡ.ㅡ) 감상이고 뭐고 얼릉 가고 싶다는 생각이... 보고 나와서 박물관 마당에서 도시락 까먹고 있는데, 학교에서 단체로 왔는지 초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여학생들이 떼로 몰려 다니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 신기한지, 우리가 쪼그리고 앉아 빵 부스러기 주워먹는 모습을 막 사진을 찍고... ㅜ.ㅜ 얘네들 도망다니느라 힘들었다... 점심을 먹고는 지하철 타고 Khan el-Khalili 시장에 갔다. 나중에 다른 도시까지 전부 둘러보고 실감한 건데, 이 시장이 말하자면 한국의 남대문 같은... 가장 싸고 규모도 크면서 중앙 역할을 하는 그런 곳이었다. 가는 길은 물론 쉽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내려 한 30분을 걸어야 했는데... 관광객은 하나도 안 보이고 현지 주민들이 엄청나게 바쁘게 움직이는 데다, 길은 너무 좁았다. 이슬람 지구 중심과 연결되다보니, 카이로 시내와 다르게 '부르카'를 쓴 여자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다행히 지하철에서 친절한 아자씨를 만나 시장을 찾는 데는 성공했다. 시장은 하도 북새통에, 호객행위가 엄청나서 사진이고 뭐고 찍을 겨를이 없었다. 어쨌든 여기서 파피루스를 몇 장 사기는 했다. 나름 질도 괜찮은 듯... 아래 사진은 시장 출입구에서 바라본 이슬람 사원.... 카이로에 머무는 동안 한번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일정상 그리 못했다. 좀 아쉬움... 아마도 최근의 트렌드인것 같은데, 한국사회에서 교회 십자가에 빨간 네온을 다는 것처럼, 모스크에 형형색색의 네온 사인 장식이 넘쳐나고 있었다. 어째 영 안 어울리더라는... ㅡ.ㅡ 오후 늦게, 택시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올드 카이로 구역의 'coptic museum'에 들렀다. 최수철의 책과 러프가이드가 강추한 곳이다. 참, 가는 길에 또 귀인을 만난 것이... J가 지하철 티켓을 잃어버렸는데, 웬 현지 아자씨 한 분이 자기 걸로 체크해줘서 내릴 수 있었다 ㅎㅎ 우리는 친절을 부르는 얼굴을 가졌더란 말인가!!! 아님 동정심 유발 외모??? 러프 가이드에 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모두 사막에서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자연의 시련과 인간의 왜소함... 절대자의 권능에 기댈수밖에 없는 환경들이 곧 종교의 탄생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흔히 이슬람 사회로 알려져 있지만, 이집트는 콥트 기독교가 꽤나 번성한 곳 중 하나다. 그러다보니 박물관 전시물은 꽤나 충실했고, 또 무엇보다 그 고즈넉한 분위기가 무척 맘에 들었다. 섬이랄까??? 바깥은 난리가 났는데, 그 안에서는 완전한 평화... 건물 자체가 전시물을 위해 설계된 듯했고, 첨에는 작은 듯 보였지만 규모 자체도 상당했다. 당최 사진을 못 찍게 해서 내부 사진은 하나도 없고, 바깥에 성벽 유적과 박물관 모습 일부.... 정말 긴 하루를 마치고, 박물관 앞에서 간단한 저녁과 차를 마신 후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은 드디어,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기자의 피라미드와 사카라, 멤피스를 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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