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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행_01

2007년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2008년의 일출을 이집트에서 맞겠다 결심했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나름 시련에 해당하는) 여러 건들의 사건이 있어서 유야무야되었더랬다. 2008년에 다시 한 번 계획을 세웠다. 2009년의 일출은 반드시... 역시 2008년 막바지에도 그 전해와 상당히 유사한 조건에 처해졌으나, 어쨌든 떠나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불투명한 미래를 걸고, 이 여행을 또다시 유예하지 않았던 것은 결과적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다. # 0. 왜 떠나는가 알 수 없다. 한 때는 7대 불가사의 이런 거에 심취하여 그래이험 핸콕의 [신의 지문] 같은 책도 열심히 읽었다. 물론 그 호기심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처음으로 이집트에 갈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람세스 2세 류의 소설도 강원도 파견 근무 중에 재밌게는 읽었지만 본디 왕족, 궁중다툼, 정복 이런 거에 관심이 없는지라 이것이 동력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사막에 대한 로망의 기원은 짐작조차 안 간다... 어쩌면 생택쥐베리의 [야간비행] [인간의 대지] 때문??? 언제 어떻게 생겨났는지 짐작키 어려운 로망도, 자가증식하면서 필생의 꿈이 되어가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리라... 어쨌든,이번에 확인해보니 1996년(!)에 발행된 최수철의 [사막에 묻힌 태양] 앞쪽에 나의 결연한 의지가 담긴 후기가 몇 자 적혀 있었다. 디테일은 생각나지 않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의 여행기는 우울의 정조로 점철되어 있었다. 책을 읽고나면 여행에서 돌아온 듯 몸과 마음의 피곤함이 몰려온달까...



하지만, 여행은 의외로 밝고 즐거웠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이 작가는 왜 이렇게 멜랑콜리했을까 의문이 들만큼 '재미'가 있었다. 오랜만에 아무런 일거리도 없이, 이방인이 되어 친구랑 맘대로 돌아다니고, 밤이면 쓰러져 죽은듯이 자고... 이런 생활 자체가 해방감을 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에겐 초강력 안내자 Rough Guide가 있었다. 이것과 함께라면 진정 두려울 것이 없었다. 어긋나는 일정, 돌발상황, 껄떡대는 이집트 남자들... 이런 것쯤이야 우리에게 가소로운 문제 ㅎㅎㅎ

# 1. 카이로 도착 도하에서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우리는 카이로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택시와 흥정하는 것부터가 적지 않은 부담이긴 했다. 하도 어렵다고들 하니... 그래도 어설프게 배워간 '슈크란' (감사합니다) 한 마디와 막장 영어 대화(친구 JK는 아랍식 현지 영어에 유달리 강했다!!!) 로 흥정은 어찌 해결했는데, 택시가.... 시동이 안 걸린다. 다른 택시 기사 몇 명이 와서 밀고 나서야 겨우 택시는 출발했다. 가다 서버리지 않을까 의심도 들었으나, 그건 기우였다.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우리는 90도 정좌 자세로 문고리에 매달려있어야만 했다. 안전벨트 따위는 있지도 않았고 총알같은 속도와 깻잎 차간 간격은 어지간한 총알택시에 단련된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숙소는.... 뜻하지 아니하게 호화로운 복층형 룸이었다. 적응이 안 된 우리는 물건 찾으러, 화장실 다니러 쉴새없이 아래위를 오르락거리며 스스로 진을 다 빼버렸다. 저녁은 레바논 스타일 정식... 다음 날 시내까지 오가는 택시를 예약해두고 이른 잠을 청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니... 라고 흥분하기에는 택시에서 시달린 고통이 너무나 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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