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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진보신당] 건강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건강위원회 준비 모임 교육/정책팀에서 매주 돌아가며 [주간 진보신당]에 건강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벌써 내 차례가 돌아와서 깜딱 놀랐다. 총성은 '일단' 멈췄다고 썼는데 원고 보내고 나서 이스라엘 십장생들이 또 포격하는 바람에 식겁했다. ㅜ.ㅜ http://weeklynpp.tistory.com/category/건강컬럼 이전 칼럼들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 2009/01/18 제26호(090116) - 사회불평등과 건강 * 2009/01/11 제25호(090111) - 영리법인병원 도입 저지, 지역 역량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 2008/12/27 제24호(081226) - 건강보장제도와 연대적 가치 * 2008/12/21 제23호(081219) - 비정규직 차별과 건강할 권리의 박탈 --------------------------------------------------------- 제27호(090130) - 건강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건강위원회 준비 당원 모임, 노동건강연대) ‘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명성에 걸맞게,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믿기 어려운 소식들은 조금이라도 진정의 기미가 보이거나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묵은 과제들을 뉴스에서 쓸어버리기 십상이다. ‘인간은 본디 악한 존재일까?’라는 철학적 고민마저 던져주었던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도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어쨌든 ‘공식적으로’ 휴전이 이루어졌으니, 잠깐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것도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3주간의 일방적 학살이 남겨놓은 현장은 과연 우리가 지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도 되는 건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이 3주 동안 1,400여 명이 가자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고, 5천 명이 넘는 부상자 중 약 14%가 평생 신체장애를 갖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환자의 규모는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1천 8백여 명은 어린이들이다.(1) 공 습 피해 환자들 중 다수에서, 백린탄 (white phosphorus bomb)과 고밀도 비활성 금속탄 (DIME, Dense Inert Metal Explosive) 사용을 의심케 하는 특이한 화상과 사지절단 소견들이 보고되고 있다. 예컨 대, 지난 15년간 알-시파 병원의 화상센터 책임자를 맡아온 의사 아부 사반은 예전 같으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작은 화상인데도 환자들이 자꾸 죽는다며 의문을 표했다. “처음에는 작은 화상처럼 보였는데, 몇 시간이 지나면서 화상 부위가 점점 넓고 깊어지더니, 일부 환자들이 손써볼 겨를도 없이 악화되고 말았어요.” 이 병원에서는 수술 도중 환자의 화상 부위에서 튄 잔해에 마취과 의사가 경미한 화상을 입은 적도 있다. 머리를 다친 세 살짜리 어린이의 또 다른 사례는 그 자체로 호러 영화의 한 장면이다. “병원에 도착한지 2시간 만에 상처부위를 열었어요. 그런데 거기서 연기가 나더군요. 집게로 ‘촘촘한 솜’같은 물질을 끄집어내자 그것이 타기 시작했어요. 완전히 사라져버릴 때까지 계속이요.” 백린탄은 155mm 포탄에 116개의 백린 쐐기가 들어 있어, 터지면 수백 제곱미터 이상을 퍼져나간다고 알려져 있다. 공기와 닿으면 발화되어 800도 이상의 고온에서 타버린다. 피부에 닿으면 뼈까지 깊숙이 타들어갈 수 있다.(2)


한 편 알-시파 병원의 의사 소비 스카이크는 팔 다리가 절단되어 실려 온 환자들의 상처 부위에서 파편이 발견되지 않고 상처 부위가 마치 칼로 베어낸 듯 예리하다며 DIME의 피해를 강력하게 의심했다. DIME에는 텅스텐 분말이 채워져 있으며 거의 지면 - 무릎 높이에서 폭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순식간에 발생하는 강력한 폭발력 때문에 환자는 자신의 사지가 절단된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절단 부위에는 엄청난 열기가 남는다. 또한 어떤 환자들은 외견 상 파편의 상흔이 보이지 않는데도 심각한 내장 파열로 출혈성 쇼크에 빠지기도 한다. 출혈의 원인을 찾아 온 뱃속을 뒤져 보면, 작은 검은색 반점들이 내장에 무수히 박혀 있다는 것이다. 이 미세한 텅스텐 성분은 상처부위에서 찾아내 제거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강력한 발암 물질이기도 하다.(3) 신 체적 장애 뿐 아니라 정신 건강,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우려도 매우 심각하다. 지붕이 무너져 내리고, 어린 동생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정신 차려 보니 자신의 두 다리가 없어져 있는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다면 사실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파편이 경추에 박혀 평생을 사지마비로 살아야 하는 청년이 ‘그래도 저는 이스라엘을 용서할래요’라며 밝게 웃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들 마음의 상처는 몸의 상처만큼이나 평생 지속될 것이다. 다행히 폭격을 피해 살아남은 이들의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되고 5천 채가 넘는 집이 파괴되었다. 가스도, 전기도, 수돗물도 없고, 하수 시설과 화장실은 난장판이며,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사체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폭격 때문에 병원에 갈 수 없어서, 수많은 환자로 병원이 난리통이라, 어린이들은 예방접종 기회를 놓치고 있다. 유니세프가 우려를 표하고, 세계보건기구가 ‘공중보건 위기’를 경고한 것은 결코 지나치지 않다.(4) 하 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최근의 이 ‘공공연한’ 학살 이전에도, 150만 명의 건강을 위협하는 은밀하고 치밀한 작전은 지속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영국의 ‘인디펜던트’가 입수한 2008년 11월의 국제적십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로 만성 영양실조가 꾸준히 증가했고, 필수적인 미량 영양소 결핍증이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하마스가 정권을 잡은 2007년 6월 이래 봉쇄가 강화되면서 생활 물가는 최소 40% 이상 올랐고, 10만 6천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인구의 40%가 ‘극빈층’이 되었다. 사람들은 뭐든지 내다 팔고, 아이들의 교육비를 줄이며, 먹을거리 장만에 들어가는 돈마저 줄였다. 이미 공습 전에도 가자 지구 주민의 70%가 끼니를 걱정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동물성 식품이나 신선한 야채, 과일 대신 값싸고 열량만 높은 곡물, 설탕, 기름으로 하루 에너지를 채우다보니, 미량이지만 필수적인 영양소, 이를테면 철분, 비타민 A와 D 결핍이 심각해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5) 더 멀리, 하마스 집권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2005년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특별 보고서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읽는 이의 눈을 의심케 만든다. 2003년 8월, 산모인 룰라 아쉬티야는 이스라엘 병사들이 나블루스 병원으로 가는 길을 막는 바람에 서안 지구 베이트 푸릭 검문소 옆, 더러운 길바닥에서 아기를 낳았다. “남들 눈에 안 띄려고 콘크리트 벽 뒤로 검문소까지 기어가, 그 먼지 구덩이 속에서 짐승처럼 아이를 낳았어요. 딸아이를 안아들기는 했는데, 조금 움직이는가 싶더니 금방 제 품에서 죽고 말았어요.” 이스라엘 병사들이 구급차를 지체시키는 바람에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바이얀 후세인 알 리의 사례는 뉴스거리도 아니었다.(6) 이스라엘이 저지른 최근의 악행은 조금 더 분명하게 드러난 전쟁 범죄일 뿐, 2007년부터의 살인적 봉쇄, 아니 1967년부터 시작된 점령 그 자체가 팔레스타인 이웃들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어 왔다. 가 자 지구 알-나세르 병원의 자원활동 의사 ‘카림 호스니’는 이야기한다. “가끔씩, 내 환자들이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처가 너무나 끔찍해서, 그들이 앞으로 얼마나 가혹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견뎌내야 하는지 제가 알거든요.”(7) 암도, 중풍도, 심장병도, 단 3주 만에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더구나 어린이들을 죽이지는 못한다. 수 천 명을 평생 불구로 만들지도 못한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 때문에 거대한 감옥에 구금되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구급차가 가로막혀 길바닥에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현실 또한 어떠한 보건학 교과서도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다.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건강 위기는 오히려 증폭되어 가고 있다. 이 후유증이 몇 세대에 걸쳐 상흔을 남길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야기했단다. “결국 기억될 것은, 적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친구들의 침묵”이라고...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향한 진보신당 당원들의 관심과 연대가 여전히,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주) 1) 'I will never walk again' The Palestine Chronicle 2009.1.23 2) 'Gaza doctors struggle to treat deadly burns consistent with white phosphorus' Guardian 2009.1.20 3) 'Alarm Spreads Over Use of Lethal New Weapons' Inter Press Service 2009.1.22 4) 'Displaced families in Gaza face public health crisis' UNICEF press release 2009.1.23 5) 'Chronic malnutrition in Gaza blamed on blamed on Israel' The Independent 2008.11.15 6) Israel/Occupied Territories: Conflict, occupation and patriarchy: Women carry the burden (MDE 15/016/2005) 7) 'I will never walk again' The Palestine Chronicle 2009.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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