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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주의가 아니라 무강권주의!

사놓은지는 꽤 된거 같은데 이제서야 읽는다.

어쨌든 책은 사놓으면 읽는다 ㅎㅎ

 

하승우 [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 그린비 2006

 

 

#1.

'아나키즘의 과학적 토대를 마련한 고전'이라는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 해설서 혹은 입문서라 할 수 있다. 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 선언] 과 비슷한 류(?)라고 볼 수도 있을텐데, 강유원의 책이 공산당선언 본문의 해석에 주로 중점을 두고 있다면, 이 책은 아나키즘의 진화, 그리고 [상호부조론]의 맥락을 설명하는데 좀더 집중하고 있으며 '그 이후'의 영향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따라서, [상호부조론]에 대한 주해서라기보다, 아나키즘 사상의 핵과 역사 일반을 설명하는 아나키즘 입문서라고 보는게 더 적당할 듯 싶다.

 

#2. 어원

아나키즘의 어원이 된 그리스어 anarchos 는 '지도자가 없는', '선장이 없는 배의 선원들'을 뜻한다고 한다. 이건 무질서라기보다, 누구도 선장이 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생명력 넘치는 혼돈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아나키즘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테러리즘, 혹은 아시아권에서 통용되는 한자어 '무정부주의'는 상당한 악의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과 중극에서는 '무정부주의'가 갖는 부정적 성격 (더구나 제국주의 일본에 대한 저항속에서 독립'국가'를 세우고자 열망이 높았던 역사적 배경을 생각해본다면!)을 바꾸기 위해 '무강권주의'라고 쓰려 했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고.... ㅡ.ㅡ 무강권주의.... 좋은데.....

 

#3. 좌파 내의 갈등

아나키스트들과 마르크스주의 (혹은 마-레 주의)의 충돌은 투쟁방법을 둘러싼 '기술적' 차이라기보다, 어떤 혁명을 원하는가 하는 세계관의 차이라 할 수 있었다. PT 독재와 코뮨주의는 화해하기 어려웠고, 이를테면 파리코뮌의 실패(?)를 둘러싼 해석도 달랐다. 갈등은 사상투쟁에서 끝나지 않았고, 한쪽 (아나키)에 엄청난 실질적 손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스페인내전에서 한편으로는 프랑코 독재와 다른 한편으로는 모스크바의 패권주의적 스탈린주의자들과 싸워야했던 아나키들의 모습은 조지오웰의 [까딸로니아 찬가]에 잘 그려져 있다.

다가올 사회가 민주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그런 사회로 가능 방법도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혁명을 일으키는 방법이 혁명 이후에 세워질 사회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크로포트킨의 지적에는 완전 동의...

사실, PT 독재 혹은 코뮨주의의 선택을 결정짓는 것은, 민중의 역량에 대한 신뢰수준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결정이 쉽지는 않다. PT 독재를 주창하는 이들이라고 해서 민중 스스로의 통치라는 원칙 자체를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4. 상호부조의 본성과 아나키 윤리.....

사물은 대개 여러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은 한편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깨어나게 만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적자생존'의 설명이론으로 현존의 계급갈등을 합리화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는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론에도 해당한다. 

그동안 나는 생각해왔었다. 적자생존이 자연의 논리이고, 인간해방이라는 것은 이 자연의 논리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적자생존이라는 짐승의 질서를 거부하는 것이 인간해방이라 생각했기에 목가적 생태주의 (자연으로 돌아가자!!!)에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크로포트킨의 논리에 의하면 적자생존만이 자연계 질서는 아니다. 개체 상으로는 그럴지 모르지만 집단수준에서 상호부조하는 경우 생존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며, 인간사회에서도 그러하다.

서로 돕고 연대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본성 중 하나.....

 

#5.국가의 역할

크로포트킨은 지적한다. 근대 국가가 발달해가면서 시민들이 서로에게 해야 할 의무를 국가가 대신하게 되었다고....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비판적이다. 점차로 상호부조보다는 일방적 '시혜'를 강조하고, 주는 자와 받는 자 사이의 비동등성을 가정하는..... (이러한 비판은 불교적 세계관과 상당히 유사함!!!)  우리가 현실속에서 복지 '국가', 민주적 '정부'의 역할을 강조할 때 반드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민중적 참여와 상호연대없는 정부(?)의 일방적 서비스 제공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 않나...

 

#6. 아나키...

기독교에도 분파가 여러개 있고, 마르크스주의에도 그러하듯, 아나키즘에도 여러 분파가 존재하며, 크로포트킨의 아나코-코뮨주의는 그 중 하나....

하워드 진 할배가 60-70년대를 거치면서 자신이 아나키즘에 경도되었다 했고, 그래서 엠마 골드만의 생을 다룬 [Emma]라는 희곡을 집필하기도 했다.  [Marx in Soho]에서 바쿠닌을 그렇게 친근하게 그려낸 것도 '사심'이 있기 때문일터 ㅎㅎ 나도 미국에 있는 동안 아나키즘에 관심이 생겨 Alexander Berkman 의 책이랑 Emma Goldman 의 자서전 등을 사두기는 했는데 아직  손을 대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시금 관심 폭주.....

우선 크로포트킨의 책을 읽어봐야 할까???

 

요즘, 부쩍...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후딱 읽기 - 하영식 [남미인권기행] 레디앙 2009

 

 

한겨레 21에 연재했던 기사를 거의 하나도 안 고치고 묶어서 낸 것 같다.

실망.... ㅡ.ㅡ

그리고 연재되었을 당시도 생각했던 건데, 성찰의 깊이나 글쓰기가 2% 부족한 듯....

딱히 뭐라 지적하기는 어려운데, 남미 관련 글을 많이 쓰는 이들 중 박정훈 씨의 글에 비해서는 내공이 부족한 듯 싶고, 김영길 씨에 비해서는 생동감이 좀 떨어진다. 분쟁 전문 기자인 정문태씨의 글에 비해서도 결정적 한 방이 부족해보임... ㅜ.ㅜ (근데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는 힘드네.. 이거 인신공격인가???)

 

동어 반복이나 어색한 문장들도 눈에 띄는데, 이건 전적으로 편집/출판사 잘못이라 생각한다. (레디앙의 전작 [88만원 세대]에서도 비문이 와장창....)

절절한 현실과 글쓴이의 수고로움에 비해 특징들이 잘 드러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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