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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현실을 다룬 영화들

매트릭스가 워낙 인기를 얻고 난 지라, 가상 현실과 현실을 넘나드는 것 쯤이야 SF 영화에서 이제 진부한 것이 되어버린 듯 하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트론]을 다시 보면서, 이것이 당시로서는 얼마나 상큼한 발상이자 특수효과였나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봐도 어찌나 포스트 모던한지....

 

 

Steven Lisberger  감독 (1982년)

 

80년대에 한창 유행하던 전자오락기에 대한 로망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ㅎㅎ

오빠와 나의 보물 1호였던 스타워즈 게임기 생각도 났다... 정말 미친 듯히 하고 놀았는디...

'유저'에 대한 충성심으로 몸부림치는 프로그램들의 행태를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우나,

보안을 이유로 자유를 제한하고, 권위적 감시체계를 유지하는 master control program 과 시스템 소유자에 대해 저항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기왕에 생각난 거, 가상현실 - 특히 게임과 현실을 넘나드는 영화들 중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몇 편을 정리해본다. David Cronenberg 감독의 1983년 작 Videodrome 도 그 기괴함과 창조성에서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일단 '게임'과 직접 관련성은 낮으니까 제외....  Paul Verhoeven 감독의 1990년 작 Total Recall 도 역시 '게임'은 아니라는 점에서 제외... 이 영화도 참 명작인데.... 물론 필립 K 딕이라는 원작자의 힘이 큰 역할을 했지만서도....  역시 필립 K.딕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A Scanner Darkly (Richard Linklater 감독, 2006년 작)도 이런 류로 분류되지만 명백하게 '게임'이라고 말하기 어려움...

참, 1983년 작  War Games 도 관련은 있는데, 게임인 줄 알고 들어간 소프트웨어가 실제 전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가상현실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음....

 

       

 

이렇게 저렇게 빼고 나서 남는 영화들이란.... 그리고 영화 제목은 다 게임 제목....

 

#1.  Gabriel Salvatore 감독 (1997년) [Nirvana]

 

 

 

 

[지중해]와 [푸에르토 에스콘디도] 처럼 아름다운 (?) 영화를 만든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이 만들었다는게 좀 쌩뚱맞게 느껴지는 영화.... 평은 그닥 좋지 않았다.

하지만 반복되는 게임 속에서 매일 똑같이 죽고 다시 살아나는게 지겹다며 자기를 영원히 소멸시켜달라고 개발자에게 호소하는 게임속 주인공 (살바토레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후덕한 디에고 아자씨!)의 절절한 모습만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특수효과 자체가 특별하지는 않았었다.

 

#2. David Cronenberg 감독 (1999년) [eXistenZ]

 

 

 

 

가상현실이라기보다, 신체에 직접 게임포트를 연결한 이들이 겪게 되는 기괴한 상황을 그린 영화. 기계와 생체의 하이브리드.... 데이빗 크로넨버그 특유의 스멀스멀... 불쾌한 느낌과 극단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들.... 하지만 몰입도은 최고...  

이 감독의 영화들이 하도 기괴한지라, 그나마 초현실적 상황을 다뤘다는 점에서 오히려 가장 받아들이기 쉬웠던 작품이라고나 할까.... ㅡ.ㅡ  83년의 비디오드롬에서 받았던 충격에 비하면 이 영화는 순한 양!

 

#3. 오사이 마모루 감독 (2000년) [Avalon]

 

 

 

 

이 영화도 그닥 평판이 좋지는 않았으나 (심지어 흥행에서도 실패), 화면의 전체적인 톤과 음악(!!!) 때문에 내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영화....  설령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미지의 클래스에 도달하고자 하는 플레이어들의 열망이 절절하게 전달된다. 

아바론 (원래 아더왕의 검이 벼려지고, 또 그가 상처를 회복한다는 그 곳)에서 울려퍼지는 음악...

오사이 마모루는 여성 전사에 대한 어떤 로망이 있나보다...  근데 또 생각해보면 여성 전사는 중국무협에서도 매우 빈번하게 등장하는 주체...  반지의 제왕 같은 서구적 신화 서사에서 여성 전사가 극도로 드물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  이건 어찌 해석해야 하는거지???

 

뭐 어쨌든 영화의 특수효과는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플롯과 아이디어라는 것을 20년도 더 된 영화 트론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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