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달라도 너무 다른 (!) SF 두 권

읽은지는 꽤 지났는데,

어제 오늘 미친듯이 강의자료, 회의자료, 원고 하나 해치우고, 하얗게 타버린 뇌의 혈색 좀 되찾아볼까 하여 때지난 독후감..

 

하나는 더글라스 아담스의 [The long dark tea-time of the soul]  다른 하나는 올라프 스태플든의 [스타메이커]...  진지함과 재미의 강도에서 양 극단에 위치한 작품들이랄까........... ㅡ.ㅡ

 

#1. Douglas Adams [ The long dark tea-time of the soul]

 

 

한국어로 번역하면 [영혼의 길고 어두운 티타임] 이라고나 할까 ㅎㅎㅎ

제목만 달랑 한 줄 옮기고 나서 'ㅎㅎㅎ'라니 무슨 주책인가? 그냥 더글라스 아담스의 말투만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는 걸 어쩌라구....

 

Holistic Detenctive Agency (전인적 사설탐정 사무소) 를 운영하는 Dirk Gently 의 모험담 제 2탄 되시겠다. 전작 [Dirk Gently's Holistic Detective Agency] 는 최근 한국에서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되었는데 아무래도 용어 holistic 은 성스럽다보다 전인적이라고 옮기는 것이 적절하다. 우주 만물이 서로 연관되어 있고 그 총체성에 기반한 과학 수사 (?)를 모토로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줄거리를 요약할 필요는 없겠으나, 신들의 제왕 오딘 (북유럽 신화에서 제우스에 해당하는 왕초)과 좀 덜 떨어진 그 아들 '번개의 신' 사이에 벌어진 전대미문의 부자 갈등, 그리고 이 초현실적 부자갈등의 배경이 되고 있는 현대 사회 불멸의 신들의 무용성 (ㅜ.ㅜ),  이 사건에 어쩌다보니 휩쓸리게 된 한 미국 아가씨와 젠틀리 탐정의 '죽도록 고생'이 메인 플롯을 이루고 있다.  (그러고 보니 닐 게이먼의 American Gods 와 살짝 비슷하기도 하네?)

 

아담스의 전작들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해괴한 언어구사와 얼토당토않은 상상력, 기기묘묘한 상황해석 능력에 유쾌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제일 골 때리는 장면 중 하나는 열쇄구멍을 사이에 두고 독수리와 젠틀리가 눈 마주치던 장면... ㅎㅎㅎㅎㅎㅎ 이건 정말 읽어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흠.... 이제 보니 아담스가 냈던 소설을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그의 작품 중 최고로 꼽고 싶은 것은 히치하이커 2부와 3부, [The restaurant  at the end of the universe][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 들이다.

근데 많이 안타깝다... 좀더 오래 사셨더라면 좋았을 것을.....

 

#2. 올라프 스태픈든 [스타메이커 Star maker]  오멜라스 2009

 

 

국내외에서 평은 엄청나게 (!) 좋으나, 읽으면서 엄청 괴로웠다.

스케일은 우주의 시작과 끝을 다룰만큼 시공간적으로 장대하고, 존재의 의미와 종교에 대한 철학적 성찰의 깊이 또한 대단한 것이었으나....

문제는 너무너무 재미가 없다는 거다 ㅜ.ㅜ

플롯도 없고 구체적인 사건도 없이 우주를 '개괄'하는 사변만 창궐하다보니 책 전체가 '서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장이면 본격적 이야기가 전개되려나, 이번 장만 지나면 뭐가 시작되려나... 그렇게 기다리며 마지막 장까지 덮고나니 안습...... .ㅡ.ㅡ

 

도대체 '세계과학소설 사상 10대명작'이라는 타이틀은 누가 갖다 붙인겨???

책 말미에 SF 칼럼니스트가 친절한 해제를 통해 과학소설 (혹은 사변소설) 계에서 이 작품이 가진 의미에 대해 상찬하였으나, 글쎄다.... 소설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

공부하려고 소설 읽는 것은 아니잖아....

그게 꼭 잔재미일 필요는 없지만 감성적 울림과 공감을 일으키지 못하는 작품을 '의의' 생각하며 애써 받아들여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나의 문학적 식견이 짧아서일수도 있지만, 벌거벗은 임금님 옷맵시 찬양하듯 부화뇌동하고 싶지는 않음...

세상에 진지하고 차분하기로 말하면야 램의 [솔라리스]만한 것이 있을까마는 그 때에 느꼈던 묵직한 '이성적' 감동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듯!!! 

 

이 책이 우주의 처음과 끝,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지만,

앞서 언급한 더글라스 아담스의 책들은 그 모든 것을 더구나 '재미있게' 담아내고 있다.

 

뭐 취향의 문제이기는 한데, 두 책을 함께 놓고 보니 더글라스 아담스가 더욱 그리워(?)지는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