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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지난 몇 달 간, 남쪽으로 훌쩍 길을 떠난 것이 몇 차례...

 

잠깐 정리해둔다.

 

#1. 해인사

 

아마도 수학여행 (인지도 확실치 않음 ㅡ.ㅡ) 이후 처음 가봄...

마침 하루 세 차례, 대전에서 해인사 입구까지 오가는 버스가 있음...

이거 놓치면 개고생이라 정신 빠짝 차리고 시간 엄수...

 

기억과 별로 다르지 않았고, 엄청난 규모에 비해 암자들은 조용했고 평화로웠음..

 

대웅전 마당에 들어섰을 때, 마침 스님이 법고 연주를....

 

 

해인사 경내 암자 홍제암의 모습....

사람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는 마당에 형형색색 연등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원당암 마당의 큰스님 말씀과 언덕에서 내려단 풍경...

'공부하다 죽어라'.... 허거덕했음

 

 

 

#2. 선운사와 망해사... 그리고 금산까지...

 

세속적 복락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불가의 가르침이라는 걸 생각한다면,

전국 방방곡곡 사찰 경내에 걸린 '이름표 붙은'  오색연등들과 기와불사 모습은 진정 그로테스크하고 이해불가한 광경이다.

 

 

 

언젠가 망해사가 텔레비전 드라마에 배경으로 등장한 적이 있다고 해서,

엄청 걱정하고 갔는데 다행히 그닥 모습이 많이 변하지는 않았더랬다.

나름 더운 날이었는데, 절 마당의 나무 그늘에서 맞는 바람은 번뇌를 날려주는 듯 청량하기 이를데 없었다.

 

 

망해사에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금강에 들렀다.

맛나게 어죽을 먹고 (식당이 어찌나 장사가 잘 되는지, 갈 때마다 별채가 하나씩 늘어나고 있음 ㅡ.ㅡ), 정말 몇 년째 하나도 변하지 않은 금강의 줄기인 용화강의 잔잔한 모습을 눈에 담아왔다.

 

 

#3. 송광사 - 순천만 - 선암사

 

송광사에 갔던 것도 아마 10년전 쯤...

기억 나는 건, 새벽에 승방에서 자다 일어났을 때 엄청 추웠다는 것과, (고기없이) 버섯으로만 국물을 낸 떡국이 몹시도 밍밍했다는 사실 ㅎㅎㅎ

 

들어가는 길은 고즈넉했고, 사찰은 그보다 훨씬 더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저 길을 보니, 문득 보성 삼나무길이 떠올랐으나... 여정이 짧아서 그쪽까지 가는 것은 포기....

 

 

아름다운 주암호를 지나, 해질 무렵 순천만에 도착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예전에... 그 한적하던 갈대밭은 생태"공원"으로 변해있었고, 두루미 숫자보다 사람 숫자가 몇 배는 족히 많아보였다.  거대한 생태박물관에 주차장... 아마 조만간 입장료를 받으려는 듯 매표소와 출입문 공사도 완성을 앞두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나의 동행인들 말고)  바닷가에서 갈대밭으로 떨어지던 해를 보던 그 기억은 이제 되살릴 수 없는 현실이 된 듯하여 몹시도 상심했다.

그래도 다행히, 새벽에 다시 한 번 갈대밭을 찾았을 때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사실 이런 걸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ㅜ.ㅜ) 그래도 잔잔한 빗줄기 속에 흐려져가는 경계는 아름다웠다...

 

 

아직.... 갈대의 전형적인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도 소위 '성수기'가 되면 이 곳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없을만큼 분주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암사에 들렀다.

온통 공사장이었다. 

대웅보전을 다시 짓고, 태국민안 10만등 달기 행사를 벌이고.....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스님이 직접 탁자 펴놓고 불사 동참을 권고하는 와중에 애욕과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법구경이 경내에 울려퍼지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경내로 올라가는 오솔길은, 이 길을 따라가면 정말 속세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것만 같았는디.... ㅜ.ㅜ

 

 

선암사에서 키웠다는 작설차 (원래 이곳은 차 재배로 유명하다)의 향은 매우 훌륭했다.

찻잔을 내오기 전, 탁자에 있던 들꽃 장식들을 찍어보았다.

 

 

시간을 내서 강진 무위사에 한번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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